말씀이 가까이 있다, 곧 믿음의 말씀
로마서 10장 8절은 바울이 복음의 본질을 단 한 구절로 요약하는 강력한 진술입니다. 바울은 신명기 30장의 말씀을 인용하면서, 구원이 결코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우리 입과 마음에 있다고 선포합니다. 이는 구원의 실재가 얼마나 친밀하며 실제적인지를 말해주는 선언입니다. 율법과 인간의 행위로는 도달할 수 없는 의가 이제는 믿음의 말씀을 통해 모든 자에게 가까이 다가와 있음을 밝힙니다.
말씀이 네게 가까워
“그러나 성경이 무엇을 말하느냐 말씀이 네게 가까워 네 입에 있으며 네 마음에 있다 하였으니…”(롬 10:8)
이 구절은 신명기 30장 14절을 바울이 인용한 말씀입니다. 하나님께서 모세를 통해 주신 율법은 이스라엘 백성이 지키기 어려운 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고 하셨습니다. 바울은 이 율법의 말씀을 이제 복음의 말씀으로 다시 해석합니다. 율법 시대에는 하나님의 계명이 가까이 있음을 말했지만, 신약 시대의 복음 안에서는 하나님의 말씀, 곧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구원의 메시지가 더욱 명확하고 직접적으로 주어졌습니다.
‘가까이 있다’는 표현은 단지 물리적 거리의 의미가 아닙니다. 이는 접근 가능성과 즉시성, 그리고 하나님의 자비로운 의지를 나타냅니다. 율법 아래 있던 자들에게는 늘 구원이 멀게 느껴졌고, 율법을 완벽하게 지켜야만 구원을 받을 수 있다는 부담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바울은 이제 그 구원이 복잡한 조건과 성취의 부담이 아닌, '믿음의 말씀'을 통해 모든 사람에게 가까이 와 있다고 말합니다.
이것은 구원이 인간의 노력과 공로로 얻는 것이 아니라는 선언입니다. 하나님께서 자신의 말씀을 인간의 삶 속으로 가져오셨고, 더 나아가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우리 안에 거하게 하셨다는 것입니다. 성육신하신 말씀, 곧 로고스 되신 예수님께서 우리와 함께 거하시며, 믿음을 통해 누구든지 구원을 누릴 수 있도록 하셨습니다.
네 입에 있으며 네 마음에 있다
바울은 두 가지 기관을 언급합니다. 입과 마음. 이 두 표현은 단순히 외적 고백과 내적 신념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존재 전체를 상징합니다. 히브리적 사고에서 ‘마음’은 단순한 감정이 아닌 지성과 의지를 포함하는 인간의 중심이며, ‘입’은 내면의 진실을 밖으로 드러내는 통로입니다.
‘입에 있다’는 것은 복음이 이미 우리 입술로 선포될 만큼 가까이 있다는 의미입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자는 자신의 입으로 그분을 주라 시인할 수 있습니다. 이 시인은 단순한 말이 아니라, 주권에 대한 인격적 고백입니다. 다시 말해, 예수님이 나의 주인이시며 나의 삶을 다스리는 분이라는 신앙의 외침입니다.
‘마음에 있다’는 표현은 그 고백이 진심에서 나와야 함을 강조합니다. 마음으로 믿는다는 것은 단순히 지적으로 예수님을 아는 것이 아니라, 전인격적으로 신뢰하고 의지하는 것입니다. 복음은 인간의 이성과 감정의 바깥에 있는 초월적 개념이 아닙니다. 그것은 우리의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출발하는 내면의 반응이며, 성령께서 우리 마음에 역사하심으로 이루어지는 은혜의 반응입니다.
이 말씀은 구원이 단지 외적 형식이나 종교적 언어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내면의 실제적인 믿음과 고백이 결합될 때에 이루어진다는 복음의 본질을 보여줍니다. 복음은 멀리 있는 신비가 아니라, 우리 안에서 작동하는 생명의 능력입니다. 이 능력은 입과 마음이라는 인간의 전체를 통과하여 삶으로 드러나게 됩니다.
곧 우리가 전파하는 믿음의 말씀이라
바울은 이 말씀의 정체를 밝힙니다. “곧 우리가 전파하는 믿음의 말씀이라.” 여기서 말하는 ‘믿음의 말씀’은 바울이 선포한 복음이며,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죽음과 부활, 그리고 그분을 믿는 자에게 주어지는 의와 구원에 관한 메시지입니다.
‘믿음의 말씀’(ῥῆμα τῆς πίστεως, 레마 테스 피스테오스)은 단순한 정보가 아닙니다. 이는 하나님의 능력이 담긴 말씀이며, 믿음을 낳는 살아 있는 말씀이기도 합니다. 로마서 10장 17절에서도 “믿음은 들음에서 나며, 들음은 그리스도의 말씀으로 말미암느니라”고 선언된 바 있습니다. 믿음은 단지 인간의 내면에서 생겨나는 감정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주시는 말씀을 들을 때에 성령의 역사로 인해 생겨나는 반응입니다.
이 믿음의 말씀은 단순히 바울이나 사도들의 시대에만 전파된 것이 아닙니다. 오늘 우리 시대에도 동일한 능력으로 선포되고 있으며, 성령께서 이 말씀을 통해 사람들의 마음을 변화시키고 있습니다. 이 복음은 삶의 모든 영역에 영향을 미치는 능력이며, 가정과 일터, 공동체 안에서 구원의 생명을 퍼뜨리는 씨앗입니다.
복음은 단지 종교적 지식이나 사변적 이론이 아닙니다. 그것은 실제로 삶을 변화시키는 능력이고, 죄인을 의인으로 바꾸는 하나님의 능력입니다. 그러므로 이 믿음의 말씀은 모든 세대와 모든 민족에게 동일하게 필요하며, 이 말씀 없이는 누구도 구원에 이를 수 없습니다.
바울은 이 말씀을 전파하는 것이 자신의 사명임을 알고 있었고, 이는 오늘날 교회와 성도들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사명입니다. 우리가 이 말씀을 전파할 때, 그 말씀은 사람들의 입과 마음에 가까이 다가가며 구원의 역사를 이루게 됩니다.
결론
로마서 10장 8절은 구원이 얼마나 가까이에 있으며, 또 얼마나 실제적인지를 명확히 보여주는 말씀입니다. 복음은 멀리 있지 않고, 우리의 입과 마음에 있으며, 믿음을 통해 누구든지 받을 수 있는 하나님의 선물입니다. 바울이 전한 믿음의 말씀은 오늘도 동일한 능력으로 역사하며, 모든 사람에게 구원을 선물하고자 하시는 하나님의 사랑을 증거합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 복음을 담대히 붙들고, 그 말씀을 세상 가운데 전하는 사명을 감당해야 합니다.
로마서 10장 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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