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과 마음으로 드러나는 구원의 확실성
로마서 10장 9절과 10절은 바울이 복음의 본질을 가장 간결하고 강력하게 요약한 구절입니다. 이 말씀은 구원의 조건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 조건이 단지 인간의 행위나 공로가 아닌 전적인 믿음과 고백에 달려 있음을 분명하게 선포합니다. 이 두 절은 단지 구원의 방법론을 설명하는 차원을 넘어, 복음이 어떻게 전인격적 반응을 요구하는지 보여주는 핵심 구절이라 할 수 있습니다.
예수를 주로 시인하는 신앙의 고백
“네가 만일 네 입으로 예수를 주로 시인하며…”(롬 10:9)
여기서 바울은 구원의 핵심 조건 중 하나로 ‘입의 시인’을 언급합니다. 단순히 “예수님은 주님이십니다”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헬라어 원문 ‘ὁμολογήσῃς’(호몰로게세이스)는 ‘같이 말하다’, ‘같은 생각을 공유하다’라는 뜻을 갖고 있어, 인격적이며 적극적인 동의와 고백을 의미합니다. 다시 말해, 그리스도를 주로 시인한다는 것은 그분이 나의 삶을 다스리는 통치자이며, 나의 구원을 이루신 유일한 주님이심을 인정하는 신앙의 고백입니다.
‘주’(κύριος, 퀴리오스)라는 호칭은 구약 성경에서 하나님의 이름을 대신해 사용되던 호칭이며, 로마 제국 시대에는 황제를 가리키는 칭호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므로 예수를 ‘주’로 시인한다는 것은 단순한 종교적 발언이 아니라, 모든 세상의 권세와 지배 구조 속에서 예수 그리스도만이 진정한 주권자이심을 고백하는 믿음의 행위입니다.
이 고백은 공적인 고백이며, 삶의 실천으로 이어져야 할 고백입니다. 단지 입술의 형식적 말이 아니라, 전 존재가 그 고백에 동의하며 복종하는 신앙의 태도를 말합니다. 초기 교회가 박해받던 시대에 이 고백은 목숨을 건 선언이었습니다. “예수는 주시다”라는 고백은 “가이사는 주가 아니다”라는 선언과 같았기 때문입니다.
오늘날 우리의 신앙 고백도 단지 언어적 반복이나 의례적인 표현에 그쳐서는 안 됩니다. 우리가 그리스도를 ‘주’로 시인한다면, 그 고백은 우리의 가치관, 판단 기준, 일상의 모든 결정 속에 나타나야 합니다. 참된 시인은 삶으로 이어지고, 그 삶은 다시 믿음의 고백을 더 깊게 만듭니다.
부활을 믿는 마음의 믿음
“…또 하나님께서 그를 죽은 자 가운데서 살리신 것을 네 마음에 믿으면 구원을 받으리라.”(롬 10:9)
바울은 구원의 두 번째 조건으로 마음의 믿음을 강조합니다. 입의 고백이 외적인 표현이라면, 마음의 믿음은 내적인 확신입니다. ‘믿는다’는 헬라어 ‘πιστεύω’(피스튜오)는 단순한 정보의 동의가 아니라, 신뢰하고 의지하며 자신의 존재를 내어맡기는 행위를 의미합니다. 믿음은 단지 “그럴 수도 있겠지”라는 가능성의 수용이 아니라, 자신의 삶 전체를 걸고 그분께 순종하는 전인격적 신뢰입니다.
여기서 바울이 강조하는 믿음의 내용은 ‘하나님께서 예수 그리스도를 죽은 자 가운데서 살리셨다’는 사실입니다. 부활은 복음의 핵심이며, 예수님께서 단지 위대한 스승이나 희생자에 그치지 않고, 죄와 사망을 이기시고 살아나신 구세주이심을 증명하는 사건입니다.
부활을 믿는다는 것은 예수님의 죽음이 나를 위한 대속이었음을 믿는 것이며, 또한 하나님께서 그를 죽음에서 일으키심으로써 우리의 구원을 확증하셨다는 사실에 신뢰를 두는 것입니다. 이것이 마음의 믿음입니다. 이 믿음은 정서적인 감동이나 교리적 수용을 넘어, 내 삶의 방향과 목적을 바꾸는 믿음입니다.
이 믿음을 가진 자는 ‘구원’을 받는다고 바울은 단언합니다. 구원은 어떤 자격이나 성취가 아닌, 하나님께서 믿는 자에게 주시는 은혜의 선물입니다. 이 구원은 과거의 죄로부터의 용서일 뿐만 아니라, 현재의 삶에서의 변화이며, 장차 하나님 앞에 설 때 받을 영광스러운 구원의 완성까지를 포함합니다.
믿음과 시인의 순환 구조
“사람이 마음으로 믿어 의에 이르고 입으로 시인하여 구원에 이르느니라.”(롬 10:10)
바울은 9절의 내용을 10절에서 대구적으로 반복하면서 더 명확히 설명합니다. 믿음과 시인은 구분되지만 분리되지 않습니다. 마음의 믿음은 하나님 앞에서의 ‘의’를 이루는 길이며, 입의 시인은 그 믿음이 진실함을 드러내는 외적 표현으로, 구원의 실제화에 이르게 합니다.
의에 이른다는 표현은 우리가 하나님 앞에서 의롭다고 칭함을 받는다는 의미입니다. 이것이 바로 ‘이신칭의’(Justification by Faith)의 핵심입니다. 믿음을 통해 우리는 하나님의 법정 앞에서 의롭다는 선언을 받습니다. 이 선언은 단지 인간의 상태 변화가 아니라, 하나님과의 관계 회복, 하나님의 자녀로서의 신분을 가지게 되는 신령한 사건입니다.
시인은 이 믿음이 참된 것임을 입으로 선포하는 것입니다. 교회 역사 속에서 이 입의 시인은 세례를 통해 표현되기도 했으며, 신앙 고백의 형식을 통해 공동체 안에서 확인되기도 했습니다. 입과 마음은 함께 작동하며, 이 둘이 신앙의 두 날개처럼 작용할 때, 구원의 역사가 삶 안에 온전히 드러납니다.
입만의 고백은 위선이 될 수 있고, 마음만의 믿음은 불완전한 신앙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바울은 두 요소를 함께 제시하면서, 전인격적 신앙 반응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믿는 대로 고백하고, 고백하는 대로 살아가야 합니다. 그럴 때에 그 신앙은 살아 있는 믿음이며, 능력 있는 구원의 통로가 됩니다.
결론
로마서 10장 9절과 10절은 구원이 얼마나 명확하고 단순한지를 선포합니다. 예수님을 주로 시인하고, 하나님께서 그를 죽은 자 가운데서 살리신 것을 믿는 자는 구원을 받습니다. 이 믿음은 마음 깊은 곳에서의 신뢰이며, 입술로의 고백을 통해 외부로 표현됩니다. 진정한 믿음은 삶으로 나타나며, 그 믿음의 시인은 세상 앞에 주님을 증거하는 담대한 고백이 됩니다. 우리는 이 복음의 말씀을 마음에 품고 입으로 고백하며, 구원의 은혜를 날마다 살아내야 합니다.
로마서 10장 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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