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원은 멀리 있지 않습니다
로마서 10장 6절과 7절은 바울이 구약 성경, 특별히 신명기 30장의 말씀을 인용하여 복음의 단순성과 구원의 접근 가능성을 강조하는 부분입니다. 바울은 믿음으로 말미암는 의를 설명하면서, 그리스도께서 오시기 전까지는 사람이 스스로 의를 이루기 위해 하늘에 오르거나 땅 아래로 내려가야 할 만큼 절망적인 상황이었음을 지적합니다. 그러나 이제는 더 이상 그럴 필요가 없으며, 구원은 우리 가까이에 있다는 사실을 강하게 선포합니다.
누가 하늘에 올라가겠느냐 하지 말라
“믿음으로 말미암는 의는 이같이 말하되 네 마음에 ‘누가 하늘에 올라가겠느냐’ 하지 말라 하니 곧 그리스도를 모셔 내리려는 것이라.”(롬 10:6)
이 말씀은 신명기 30장 12절을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당시 이스라엘 백성에게 주어진 하나님의 계명은 지키기 어려운 것, 곧 하늘에 있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하셨습니다. 바울은 이 말씀을 신약적인 복음의 맥락 안에서 재해석하여, 하늘에 올라가려는 시도는 곧 하늘에 계신 그리스도를 인간이 스스로 끌어내리려는 오만한 행위와 같다고 말합니다.
여기서 '하늘'은 하나님의 영역을 의미하며, 그리스도의 성육신 이전의 위치를 상징합니다. 다시 말해, 인간이 자신의 노력으로 하늘에 올라가 그리스도를 모셔오는 것은 전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라는 것입니다. 이것은 은혜의 복음을 인간의 행위로 바꾸려는 시도이며, 구원의 근원을 하나님이 아닌 인간에게 두려는 것입니다.
바울이 이 표현을 사용하는 이유는 명확합니다. 유대인들이 하나님의 의를 알지 못하고 자기 의를 세우려 했기 때문입니다. 율법을 지키는 것으로 의에 이르려는 그들의 시도는 곧 하늘에 오르려는 무모한 행위와 같습니다. 하지만 그리스도께서는 이미 이 땅에 오셨고, 하나님의 의는 이제 믿음으로 모든 사람에게 열려 있습니다.
이 말씀은 오늘 우리에게도 깊은 영적 교훈을 줍니다. 우리는 자주 하나님을 향한 접근을 멀고도 어렵게 느낍니다. 더 많은 기도, 더 철저한 헌신, 더 큰 수고로 하나님께 가까이 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복음은 말합니다. 하나님은 이미 우리에게 오셨고, 그분은 멀리 계시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구원은 인간의 도달이 아닌 하나님의 도래입니다. 그리스도는 스스로 우리 가운데 내려오셨고, 우리를 위해 육신을 입고 고난당하셨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그분을 새삼 하늘에서 모셔올 필요가 없습니다. 믿음은 이미 임하신 그리스도를 붙드는 것입니다.
누가 무저갱에 내려가겠느냐 하지 말라
“혹은 누가 무저갱에 내려가겠느냐 하지 말라 하니 곧 그리스도를 죽은 자 가운데서 모셔 올리려는 것이라.”(롬 10:7)
이 두 번째 표현 역시 신명기의 연장선상에 있으며, 바울은 이를 통해 부활하신 그리스도를 다시 죽은 자 가운데서 끌어올리려는 시도가 얼마나 무의미하고 신성모독적인지를 강조합니다. 무저갱(ἄβυσσος, 아뷔소스)은 깊은 곳, 곧 죽음과 사망의 권세 아래 있는 영역을 상징하며, 바울은 이를 통해 예수님의 부활 사건을 반영합니다.
예수 그리스도는 단지 성육신하신 분이실 뿐만 아니라, 십자가에서 죽으시고 죽음 가운데 계셨다가 하나님의 능력으로 부활하신 분이십니다. 이 부활 사건은 인간의 수고나 어떤 의로운 행위로 이루어진 것이 아닙니다. 이것은 전적으로 하나님께서 이루신 구속의 역사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이 구원을 얻기 위해 또다시 무저갱에 내려가려는 시도를 한다면, 그것은 이미 부활하신 그리스도의 사역을 무효화시키려는 시도와 같습니다. 마치 하나님께서 하신 구원을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하고, 인간이 그 구원을 완성해야 한다고 여기는 태도입니다. 바울은 이 같은 사고를 배격하며, 복음은 믿음을 통해 이미 주어진 구원을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신앙의 본질은 우리가 무엇을 더해서 하나님의 구원을 완성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완성된 구원을 믿음으로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그리스도는 이미 죽음 가운데서 일어나셨고, 하나님의 보좌 우편에 계십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다시 무저갱에 내려가려는 것이 아니라, 그 부활의 능력을 신뢰하고 붙드는 것입니다.
우리 삶에 반복되는 회의감이나 절망은 이 복음의 완성성을 잊을 때 발생합니다. 내가 조금 더 괜찮아지면 하나님이 나를 받아주실 것이라는 생각, 내가 더 회개하면 구원이 확정될 것이라는 불안은 모두 복음의 본질을 흐리게 만듭니다. 바울은 선포합니다. 그리스도는 이미 부활하셨고, 우리를 위해 하늘과 음부의 경계를 넘으셨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단지 그분을 믿기만 하면 됩니다.
말씀이 네게 가까이 있다
비록 이 구절은 8절의 내용이지만, 6절과 7절을 이해하는 데 핵심적인 통찰을 제공합니다. 바울은 신명기 말씀을 인용하며 이렇게 말합니다. “말씀이 네게 가까워 네 입에 있으며 네 마음에 있다.” 이는 구원이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단지 믿음으로 받아들이기만 하면 된다는 사실을 재확인하는 말씀입니다.
율법의 의는 멀리 있고, 도달하기 어려운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믿음으로 말미암는 의는 우리 곁에 있습니다. 이는 인간의 수고나 고행을 요구하지 않으며, 오직 예수 그리스도께서 이미 이루신 일에 대한 신뢰를 요구합니다.
그리스도께서 성육신 하셨고, 십자가에서 죽으셨으며, 사망 권세를 이기고 부활하신 이 사실은 이미 완료된 사건입니다. 우리는 더 이상 하늘에 오르거나 무저갱에 내려가야 할 이유가 없습니다. 믿음은 이미 우리 가까이에 있습니다. 그리고 그 믿음은 성령의 역사 안에서 우리 입과 마음에 함께 역사하여, 예수 그리스도를 고백하게 만듭니다.
이 말씀은 복음 전파에도 중요한 원리가 됩니다. 사람들이 복음을 어렵게 느끼는 이유는 그것이 너무나 단순하고 분명해서입니다. 그러나 바울은 말합니다. 구원은 멀리 있는 것도 아니고, 깊이 감추어진 비밀도 아닙니다. 복음은 우리에게 와 있으며, 듣는 자가 있다면 그 즉시 믿고 고백할 수 있는 능력의 말씀입니다.
결론
로마서 10장 6절과 7절은 구원이 인간의 능력이나 노력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님을 분명히 밝힙니다. 하늘에 올라가거나 무저갱에 내려가는 것은 모두 하나님의 사역을 인간의 손으로 바꾸려는 교만한 시도입니다. 그러나 복음은 이렇게 말합니다. 이미 그리스도께서 오셨고, 죽으셨고, 다시 살아나셨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그분을 믿기만 하면 됩니다. 구원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지금 여기에, 우리의 입과 마음 가까이에 있습니다.
로마서 10장 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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