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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성경/신약로마서

로마서 6:12–14 강해

by BibleMeditation 2025. 4.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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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의 지체를 누구에게 드릴 것인가

로마서 6장 12절에서 14절은 앞선 교리적 선언을 실제 삶으로 연결하는 매우 중요한 전환점입니다. 우리는 죄에 대하여 죽고 하나님께 대하여 살아 있는 자로서, 이제 우리의 몸, 곧 삶의 구체적인 영역을 누구에게 드릴 것인가 하는 물음에 직면하게 됩니다. 바울은 신자의 정체성이 변화되었음을 선언하는 데 그치지 않고, 변화된 정체성에 걸맞은 구체적 삶의 방식을 명확하게 명령하고 있습니다.

 

죄가 왕 노릇하지 못하게 하라 (6:12)

“그러므로 너희는 죄로 너희 죽을 몸에 왕 노릇하지 못하게 하여 몸의 사욕에 순종하지 말고” (6:12)

 

여기서 바울은 '그러므로'라는 접속어로 앞선 내용을 연결합니다. 우리가 그리스도와 함께 죽고 살아난 자라면, 이제는 죄가 우리 안에서 왕처럼 통치하지 못하도록 해야 합니다. '왕 노릇하다'는 표현은 헬라어로 '바실류오'(βασιλεύω)로, 절대적인 통치권을 가진 왕의 지배를 뜻합니다. 죄는 과거 우리의 주인이었고, 명령하는 대로 따르게 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주인이 바뀌었습니다.

 

‘죽을 몸’이라는 표현은 인간의 유한성과 죄로 인해 타락한 육체를 의미합니다. 바울은 우리의 몸이 본래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되었지만, 죄로 인해 욕망과 부패에 노출된 상태임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그리스도 안에서 이 몸이 의의 도구로 바뀔 수 있다는 가능성도 선언하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제는 우리가 죄를 지을 수밖에 없는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죄가 우리에게 명령할 수 있는 권한은 더 이상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의지는 여전히 죄의 유혹 앞에 서 있습니다. 따라서 이 명령은 소극적인 방어가 아니라 적극적인 저항을 요구합니다. 죄가 왕 노릇하지 못하게 ‘하라’는 것은 단호한 결단과 지속적인 싸움을 요구하는 명령입니다.

 

지체를 누구에게 드릴 것인가 (6:13)

“또한 너희 지체를 불의의 무기로 죄에게 내주지 말고 오직 너희 자신을 죽은 자 가운데서 다시 살아난 자 같이 하나님께 드리며 너희 지체를 의의 무기로 하나님께 드리라” (6:13)

 

이 구절은 신자의 삶에서 ‘몸의 지체’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강조합니다. ‘지체’는 단순히 손발 같은 육체적 부위를 뜻하기보다, 인간의 삶 전체를 구성하는 다양한 행위의 통로를 의미합니다. 우리의 눈이 무엇을 보고, 귀가 무엇을 듣고, 입이 무엇을 말하고, 손과 발이 어디를 향하는가—이 모든 것이 지체의 문제입니다.

 

여기서 바울은 ‘무기’라는 단어를 사용합니다. 헬라어로는 ‘홉론’(ὅπλον)이며, 이는 전쟁에서 사용되는 병기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바울은 우리 지체를 단지 도구(tool)로 표현하지 않고, 무기라고 부른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는 신자의 삶이 영적 전쟁의 현장임을 전제하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삶은 중립적이지 않습니다. 지체는 반드시 누군가에게 사용되고 있으며, 죄에게 사용되든지 하나님께 드려지든지 둘 중 하나입니다.

 

따라서 이 구절은 매우 실천적인 명령입니다. “죄에게 내주지 말라”—이는 단호한 거부입니다. 죄는 끊임없이 우리의 지체를 차지하려 시도하지만, 우리는 그것을 용납하지 말아야 합니다. 대신 “하나님께 드리라”—이 드림은 헌신의 행위이며, 예배의 핵심입니다. 드린다는 것은 소유권을 이전하는 것입니다. 이제 우리는 우리의 삶 전체를 하나님께 소속된 것으로 인정하고, 우리의 지체를 하나님의 의를 위한 도구로 사용해야 합니다.

 

바울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단순한 금지와 권면을 넘어서 ‘죽은 자 가운데서 다시 살아난 자 같이’라는 표현을 사용합니다. 이는 단지 행위의 문제가 아니라 정체성의 문제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강조합니다. 우리는 단순한 도덕적인 인간이 아니라, 부활의 생명을 소유한 자입니다. 부활의 생명을 지닌 자로서, 우리의 지체는 이제 새로운 목적을 따라 사용되어야 마땅합니다.

 

은혜 아래 있는 자의 자유 (6:14)

“죄가 너희를 주장하지 못하리니 이는 너희가 법 아래 있지 아니하고 은혜 아래에 있음이라” (6:14)

이 절은 6장 1절에서 제기되었던 질문에 대한 신학적 결론입니다. “은혜를 더하게 하려고 죄에 거하겠느냐?”라는 질문에 대한 명확한 대답입니다. 바울은 단호히 말합니다. 죄가 너희를 주장하지 못한다. 여기서 ‘주장하다’는 단어는 헬라어 ‘쿠리유오’(κυριεύω)로 ‘지배하다’, ‘주인 되다’라는 뜻입니다. 죄는 더 이상 우리 삶의 주인이 아닙니다.

 

그 이유는 우리가 ‘법 아래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바울이 말하는 ‘법’은 모세의 율법, 즉 죄를 정죄하고 하나님의 공의를 드러내는 기능을 가진 율법을 가리킵니다. 율법 아래 있을 때, 우리는 늘 죄의식과 정죄 아래에 있었습니다. 율법은 죄를 드러내지만, 죄를 이기게 하지는 못합니다. 그러나 은혜 아래 있는 자는 다릅니다.

 

‘은혜 아래 있다’는 말은 단지 구원의 시작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지금 이 순간, 우리의 삶 전체가 은혜의 통치 아래 있다는 선언입니다. 은혜는 죄를 용서할 뿐 아니라, 죄를 이기게 하는 능력입니다. 죄는 더 이상 우리를 향해 지배력을 행사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하나님의 은혜 아래, 곧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부활의 능력 아래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은혜 아래 있는 삶은 정죄가 아니라 자유입니다. 그러나 이 자유는 방종이 아니라 순종으로 이어지는 자유입니다. 은혜는 죄에 대한 변명이 아니라, 거룩함에 대한 부르심입니다. 우리는 은혜를 입은 자로서, 죄를 거부할 수 있는 능력과 의를 따를 수 있는 힘을 공급받습니다.

 

결론

로마서 6장 12절부터 14절은 구원받은 자의 정체성과 삶의 방식이 얼마나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분명히 보여줍니다. 우리는 더 이상 죄의 종이 아닙니다. 우리의 지체는 죄의 병기가 아니라, 하나님의 의의 무기입니다. 죄는 우리를 지배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법 아래 있지 않고 은혜 아래 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자유로우며, 그 자유 안에서 하나님께 우리의 삶을 드릴 책임이 있습니다. 이는 단지 명령이 아니라, 은혜로 말미암은 특권이며 기쁨입니다.

로마서 6장 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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