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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성경/신약로마서

로마서 6:3–11

by BibleMeditation 2025. 4.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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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례, 죽음, 그리고 새로운 생명

바울은 로마서 6장 3절부터 11절까지의 말씀을 통해 그리스도인의 존재론적 변화를 설명합니다. 이 구절들은 단지 신앙의 교리를 나열하는 수준이 아닙니다. 여기에는 복음이 어떻게 한 사람의 정체성과 삶 전체를 송두리째 바꾸는지에 대한 깊은 통찰이 담겨 있습니다. 특히 세례를 통해 드러나는 '그리스도와의 연합'은 신자의 신분, 상태, 그리고 삶의 방향까지 근본적으로 새롭게 만듭니다.

세례는 단순한 의식이 아닙니다

"무릇 그리스도 예수와 합하여 세례를 받은 우리는 그의 죽으심과 합하여 세례를 받은 줄을 알지 못하느냐"(6:3)라고 바울은 질문합니다. 여기서 '세례'(baptisma)는 단순한 종교적 예식이 아니라, 그리스도와의 연합을 의미하는 상징적이고도 실재적인 사건입니다. 바울은 세례를 통해 그리스도의 죽음에 동참했다는 사실을 강조합니다.

"합하여"라는 단어는 헬라어로 '수뉴노(sun-baptizō)'에서 나왔는데, 이는 단순한 외적 결합이 아니라 본질적인 일치를 의미합니다. 세례는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에 우리가 함께 참여했다는, 말 그대로 '연합'(union)의 선언입니다. 이는 성도의 정체성이 철저히 그리스도 안에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세례는 그 연합의 시작이자 표징입니다.

이 연합은 실제적입니다. 그리스도께서 죽으셨을 때 우리도 함께 죽었고, 그분이 부활하실 때 우리도 함께 살아났습니다. 이것이 세례가 상징하는 바입니다. 그러므로 세례는 단순한 외형적 의식이나 입교의 절차로 여겨질 수 없습니다. 그것은 신자의 과거, 현재, 미래가 모두 그리스도의 생애와 묶였다는 고백이며 선포입니다.

함께 죽고 함께 살아난 존재

4절은 이렇게 말합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그의 죽으심과 합하여 세례를 받음으로 그와 함께 장사되었나니 이는 아버지의 영광으로 말미암아 그리스도를 죽은 자 가운데서 살리신 것 같이 우리로 또한 새 생명 가운데서 행하게 하려 함이라." 여기서 중요한 표현은 '그와 함께 장사되었다'는 것입니다.

장사는 죽음을 전제합니다. 단순히 죽은 것이 아니라, 죽은 자로서 땅에 묻힌 것입니다. 이는 죄에 대하여 우리가 철저히 단절되었다는 상징입니다. 그리스도인의 정체성은 과거의 죄된 삶과 완전히 끊어졌다는 선언으로부터 출발합니다. 동시에 이 장사는 새로운 생명으로의 출발이기도 합니다.

'새 생명 가운데서 행하게 하려 함이라'는 이 문장은 신자의 삶의 목적과 방향을 제시합니다. 여기서 '행하게 한다'는 헬라어 '페리파테오'(περιπατέω)는 단순한 움직임이 아닌, 지속적인 삶의 방식을 가리킵니다. 새로운 생명은 단지 사건이 아니라 새로운 길, 새로운 리듬의 삶입니다.

5절은 이어 말합니다. "만일 우리가 그의 죽으심과 같은 모양으로 연합한 자가 되었으면 또한 그의 부활과 같은 모양으로 연합한 자도 되리라." 여기서 '모양으로'(호모이오마, ὁμοίωμα)는 외형만이 아니라 본질적 유사성을 포함합니다. 우리는 단지 그리스도를 흉내 내는 자들이 아니라, 실제로 그의 죽음과 부활에 참여한 자들입니다. 그러므로 우리의 정체성은 단지 '변화된 사람'이 아니라, '새롭게 태어난 존재'입니다.

옛 사람의 종말과 새 사람의 시작

6절은 말합니다. "우리가 알거니와 우리의 옛 사람이 예수와 함께 십자가에 못 박힌 것은 죄의 몸이 죽어 다시는 우리가 죄에게 종 노릇하지 아니하려 함이니". 바울은 여기서 '옛 사람'이라는 표현을 사용합니다. 이는 아담 안에서의 정체성, 곧 죄의 지배 아래 있었던 본래의 자아를 말합니다.

이 옛 사람은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못 박혔습니다. 여기서 '함께 못 박혔다'는 것은 과거 완료형으로, 이미 끝난 사건이며 더 이상 반복될 필요가 없는 사건입니다. 우리의 옛 자아는 더 이상 우리를 지배할 수 없습니다. 이 진리가 신자의 삶을 자유롭게 하는 핵심입니다.

이제 우리는 더 이상 '죄의 종'이 아닙니다. 7절은 "이는 죽은 자가 죄에서 벗어나 의롭다 하심을 얻었음이라"고 선언합니다. 이 표현은 법적인 선언이며 동시에 존재론적인 변화입니다. 우리는 죄의 법정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자들입니다. 죄는 더 이상 우리를 정죄할 수 없고, 우리는 더 이상 죄에 사로잡혀 살아갈 필요가 없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바울은 그리스도의 부활과 우리의 삶을 연결합니다. 8절은 말합니다. "만일 우리가 그리스도와 함께 죽었으면 또한 그와 함께 살 줄을 믿노니". 이 믿음은 단지 미래의 부활에 대한 소망만을 뜻하지 않습니다. 이는 지금, 여기서, 새로운 생명으로 사는 실천을 포함합니다.

9절과 10절은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을 다시 강조합니다. "그리스도께서 죽은 자 가운데서 살아나셨으매 다시 죽지 아니하시고 사망이 다시 그를 주장하지 못하리니 그가 죽으심은 죄에 대하여 단번에 죽으심이요 그가 살아 계심은 하나님께 대하여 살아 계심이니"

여기서 바울은 그리스도의 부활을 근거로 신자의 승리와 확신을 설명합니다. 예수님은 다시는 죽지 않으십니다. 사망이 그분을 주장하지 못합니다. 그러므로 그분과 연합된 우리 또한 죄와 사망의 지배를 받지 않는 존재입니다. 우리는 죄에 대해 단번에 죽은 자들이며, 하나님께 대하여 살아 있는 자들입니다.

결론

11절은 바울의 교훈을 이렇게 정리합니다. "이와 같이 너희도 너희 자신을 죄에 대하여는 죽은 자요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하나님께 대하여는 살아 있는 자로 여길지어다." 바울은 단순한 지식 전달자가 아니라, 신자의 존재에 대한 선포자입니다. 이제 우리는 죄에 대해서는 죽은 자로, 하나님께 대해서는 살아 있는 자로 여겨야 합니다. 이는 믿음의 선언이자, 삶의 방향입니다. 복음은 우리로 하여금 죽음을 지나 생명으로 나아가게 하였고, 그 생명은 지금 이 순간부터 시작되는 하나님의 선물입니다.

로마서 6장 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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