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을 분별하고 진리를 따르라
바울은 로마서를 마무리하며 여러 동역자들에게 인사를 전하지만, 중간에 갑자기 매우 강한 어조로 교회에 경고를 보냅니다. 이는 단순한 조언이 아니라, 사도 바울이 가진 영적 책임과 목회자의 마음에서 우러난 절절한 호소입니다. 로마서 16장 17절에서 20절은 복음의 순결함을 지켜야 하는 교회의 사명, 그 진리를 왜곡하려는 자들에 대한 분별, 그리고 하나님의 승리하심에 대한 약속이 담겨 있습니다. 오늘 우리는 이 말씀을 통해 교회가 무엇을 지켜야 하며, 어떤 태도로 싸워야 하는지를 배우게 됩니다.
복음을 거슬러 분쟁을 일으키는 자들을 조심하라
17절에서 바울은 이렇게 말합니다. “형제들아 내가 너희를 권하노니 너희가 배운 교훈을 거슬러 분쟁을 일으키고 거치게 하는 자들을 살피고 그들에게서 떠나라.” 바울은 로마 교회 성도들을 향해 ‘권한다’고 말하며 간절한 마음으로 그들의 주의를 환기시킵니다. 여기서 ‘살피고’라는 말은 헬라어 ‘스코페오(σκοπέω)’인데, 이는 주의 깊게 바라보고, 끊임없이 감시하며 분별하라는 의미를 갖습니다. 즉, 교회 안에 복음을 대적하는 움직임이 없도록 깨어 있으라는 것입니다.
바울은 단지 교회 밖의 세상을 경계하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교회 안에서 ‘배운 교훈을 거스르고’ 분열을 조장하는 자들에 대해 경고합니다. ‘배운 교훈’은 사도들이 전한 복음의 교리, 즉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부활에 기초한 진리입니다. 이 진리를 왜곡하거나, 여기에 무언가를 더하거나 빼며, 그 결과로 분쟁을 일으키는 자들이 반드시 등장한다는 사실을 바울은 알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자들은 단지 논쟁을 즐기는 자가 아니라, 신앙 공동체를 혼란스럽게 하고, 성도들의 마음을 미혹시켜 실족하게 만드는 자들입니다.
그래서 바울은 ‘그들에게서 떠나라’고 단호히 말합니다. 이는 영적 거리두기를 명령하는 것입니다. 단지 가까이 하지 말라는 수준이 아니라, 교제와 영향력을 완전히 끊으라는 강력한 권면입니다. 왜냐하면 이런 자들과의 교제는 진리를 무디게 하고, 결국 교회를 병들게 하기 때문입니다. 바울은 교회의 사랑과 포용이 무조건적인 수용이 아니라, 진리 안에서의 경계가 분명히 있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는 진리 위에 세워진 공동체이며, 이 진리를 훼손하는 어떠한 세력도 단호히 배척해야 합니다.
속이는 말과 아첨하는 말로 미혹하는 자들
18절에서는 바울이 이 분쟁을 일으키는 자들의 특징을 보다 구체적으로 설명합니다. “이같은 자들은 우리 주 그리스도를 섬기지 아니하고 자기 배만 섬기나니 교활한 말과 아첨하는 말로 순진한 자들의 마음을 미혹하느니라.” 여기서 바울은 그들의 본질을 정확히 짚어냅니다. 겉으로는 신령하고 진리를 말하는 것 같지만, 실상은 ‘그리스도를 섬기지 아니하고 자기 배만 섬기는’ 자들이라는 것입니다.
‘자기 배를 섬긴다’는 표현은 헬라어 ‘την ἑαυτῶν κοιλίαν(텐 에아우톤 코일리안)’으로, 이는 물질적 욕망, 명예욕, 자기중심적인 만족만을 추구하는 삶을 의미합니다. 결국 그들의 목표는 복음을 위한 사명이 아니라, 자기 유익과 욕망을 채우는 데 있습니다. 그들은 복음을 이용할 뿐, 복음에 자신을 드리지 않는 자들입니다.
또한 바울은 그들이 사용하는 전략이 ‘교활한 말과 아첨하는 말’이라고 말합니다. 여기서 ‘교활한 말’은 헬라어로 ‘χρηστολογία(크레스토로기아)’인데, 외형상 보기 좋고 듣기 좋은 말을 의미합니다. ‘아첨하는 말’은 ‘εὐλογία(율로기아)’로, 축복의 말처럼 들리지만 실상은 속이는 의도로 포장된 말입니다. 이런 말은 복음의 참된 권위와 깊이를 감추고, 겉으로는 매끄럽고 감성적이며 따뜻해 보이지만, 진리를 무너뜨리는 독소입니다.
이 말들에 속아넘어가는 자들을 바울은 ‘순진한 자들’이라고 표현합니다. 이 단어는 헬라어로 ‘ἄκακος(아카코스)’인데, 악에 대한 분별력이 없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바울은 단순히 지식이 없는 자들이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영적으로 깨어 있지 않아 거짓과 진리를 분간하지 못하는 상태를 경고하는 것입니다. 오늘날에도 우리는 진리를 가장한 수많은 말들 속에서 바른 교훈을 붙들기 위해 말씀 앞에 깊이 서야 합니다. 미혹은 항상 진리 옆에서 다가오기 때문입니다.
선한 데 지혜롭고 악한 데 미련하라
19절에서 바울은 이렇게 말합니다. “너희의 순종함이 모든 사람에게 들리는지라 그러므로 내가 너희로 말미암아 기뻐하노니 너희가 선한 데 지혜롭고 악한 데 미련하기를 원하노라.” 여기서 바울은 로마 교회 성도들의 순종을 칭찬하며, 동시에 중요한 권면을 더합니다. 그것은 바로 ‘선한 데는 지혜롭고, 악한 데는 미련하라’는 것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지혜롭다’는 것은 단순히 지식이 많거나 분석력이 뛰어나다는 뜻이 아닙니다. 헬라어 ‘σοφός(소포스)’는 하나님을 경외하고, 진리를 분별하며, 삶으로 실천하는 영적 분별력을 포함합니다. 즉, 선한 일, 하나님의 뜻을 따르는 일에 있어서 분별력과 능동성을 가져야 한다는 말입니다.
반대로 ‘악한 데 미련하라’는 말은 단순히 무지하라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악에 대해서는 깊이 관여하지 않고, 알 필요도 없으며, 오히려 피하고 거절하라는 뜻입니다. 세상은 종종 ‘악을 잘 아는 자’가 똑똑하다고 말하지만, 성경은 악에 대하여 미련한 자가 진정으로 지혜로운 자라고 말합니다. 악의 논리를 파악하려 애쓰기보다는, 그 유혹을 멀리하고 거부하는 단순한 믿음이 훨씬 안전한 길입니다. 이는 마치 아담과 하와가 선악과를 알게 된 이후부터 모든 고통이 시작된 것처럼,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시는 진정한 자유는 악에 대한 무지 속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말해줍니다.
20절에서 바울은 강력한 승리의 선언으로 이 권면을 마무리합니다. “평강의 하나님께서 속히 사탄을 너희 발 아래에서 상하게 하시리라.” 이는 창세기 3장 15절, 여자의 후손이 뱀의 머리를 상하게 하리라는 원복음의 성취를 선언하는 말씀입니다. 여기서 사탄은 단지 유혹자가 아니라, 교회를 무너뜨리고, 진리를 혼란스럽게 하며, 분열을 조장하는 악의 근원으로 등장합니다. 그러나 바울은 그 사탄이 결국은 하나님에 의해 짓밟히게 될 것을 확신합니다. 그것도 단순히 하나님이 하시는 것이 아니라, ‘너희 발 아래에서’ 이루어진다고 말합니다. 이는 교회가 하나님의 권세를 위임받아 악에 대항하고, 결국 승리할 것을 보여주는 놀라운 선언입니다.
바울은 마지막으로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가 너희에게 있을지어다”라고 축복합니다. 이 은혜야말로 교회가 거짓을 분별하고, 악을 물리치며, 진리 안에 서게 하는 능력의 근원입니다. 결국 교회의 힘은 지식이나 전략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에 있습니다.
결론
로마서 16장 17절부터 20절은 복음의 마지막 장면 속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중요한 영적 경고와 권면을 담고 있습니다. 교회는 진리를 왜곡하고 공동체를 흔드는 자들을 분별해야 하며, 그들과 단호히 거리를 두어야 합니다. 또한 겉으로는 부드럽고 지혜로워 보이지만 속에는 탐욕과 거짓이 가득한 말에 미혹되지 않도록, 하나님의 말씀 앞에 늘 깨어 있어야 합니다. 바울은 순전한 복음을 지키는 공동체가 되기를 간절히 원하며, 그 길 끝에 하나님께서 반드시 사탄을 꺾으시고 교회에 승리를 주실 것이라고 선언합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진리에 대한 사랑과 은혜에 대한 감사로 오늘도 바르게 서야 하며, 주님의 교회를 거룩하게 지켜가야 할 줄 믿습니다.
로마서 16장 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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