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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성경/신약로마서

로마서 8:5–11 강해

by BibleMeditation 2025. 4.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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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신의 생각과 영의 생각

로마서 8장은 바울 신학의 정점에서 성령 안에서 사는 삶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풀어내는 장입니다. 앞서 바울은 예수 그리스도 안에 있는 자에게 결코 정죄함이 없다고 선포했고, 성령의 법이 죄와 사망의 법에서 우리를 해방했다고 선언했습니다. 이제 8장 5절부터 11절까지에서 바울은 육신을 따르는 삶과 성령을 따라 사는 삶의 본질적인 차이를 분명하게 대조합니다. 이 구절은 모든 성도가 스스로를 돌아보며 지금 어떤 방향을 따르고 있는지를 깊이 성찰하게 합니다.

 

육신을 따르는 자와 성령을 따르는 자 (8:5–6)

“육신을 따르는 자는 육신의 일을, 영을 따르는 자는 영의 일을 생각하나니 육신의 생각은 사망이요 영의 생각은 생명과 평안이니라” (8:5–6)

 

바울은 먼저 인간 존재의 방향성을 '생각한다'(φρονοῦσιν)라는 단어로 표현합니다. 이는 단순히 어떤 생각을 품는 차원을 넘어, 마음의 지향, 삶의 방식, 가치관 전체를 포함하는 표현입니다. 육신을 따르는 자는 육신의 일만을 생각하고, 영을 따르는 자는 성령의 뜻을 따라 살아갑니다. 여기서 '육신'(σάρξ)은 타락한 인간 본성 전체를 말하며, 죄와 자기중심성에 뿌리를 둔 삶의 방향을 의미합니다. 반대로 '영'(πνεῦμα)은 성령이신 하나님의 뜻을 좇는 삶을 가리킵니다.

 

육신의 생각은 결국 사망입니다. 이는 단순히 육체적 죽음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과의 분리, 죄의 지배, 영원한 심판의 상태를 말합니다. 육신의 지향은 생명을 얻지 못하며, 오히려 영원한 죽음으로 나아갑니다. 반대로 영의 생각은 생명과 평안을 가져다줍니다. 생명은 하나님의 생명에 참여하는 복된 상태이며, 평안은 하나님과 화목한 관계에서 누리는 안정과 안식을 말합니다.

 

바울이 강조하는 것은 삶의 본질적인 방향입니다. 단순히 도덕적인 행위가 아닌, 우리 존재의 근본적인 지향이 무엇인가를 묻는 것입니다. 누구를 따르고 있는가? 무엇을 마음에 두고 살아가는가? 이는 성도의 삶에서 매우 중요한 분별의 기준입니다.

 

하나님과 원수 된 육신의 본질 (8:7–8)

“육신의 생각은 하나님과 원수가 되나니 이는 하나님의 법에 굴복하지 아니할 뿐 아니라 할 수도 없음이라 육신에 있는 자들은 하나님을 기쁘시게 할 수 없느니라” (8:7–8)

 

바울은 육신의 생각이 단순히 나약하거나 실수하는 차원이 아님을 분명히 합니다. 그것은 하나님과 '원수'(ἔχθρα)된 상태입니다. 육신의 본성은 하나님의 통치에 반항하며, 결코 순종할 수 없는 속성을 가집니다. '굴복하지 않는다'(ὑποτάσσεται)는 말은 자발적인 복종을 의미하는데, 육신은 하나님의 법 앞에 이 복종을 드릴 의지조차 없습니다. 더 나아가 “할 수도 없다”는 말로 그 무능함을 선언합니다.

 

죄 아래 있는 인간은 하나님을 찾지도 않고, 사랑하지도 않으며, 스스로 하나님께 나아갈 수 없습니다. 이는 전적인 타락의 상태를 설명하는 매우 결정적인 구절입니다. 이 말씀은 구원에 있어 인간의 능력이나 결단이 아니라, 전적인 하나님의 주권적 은혜가 필요함을 강조합니다. 구원은 우리가 하나님을 붙든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우리를 먼저 붙드신 것입니다.

 

“육신에 있는 자들은 하나님을 기쁘시게 할 수 없다”는 말씀은 경고이자 복음입니다. 육신의 자리에서는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려는 어떤 노력도 헛될 뿐입니다. 그러나 성령 안에 있는 자는 하나님을 기쁘시게 할 수 있는 자가 되며, 하나님의 기쁨이 그 삶의 방향이 됩니다.

 

성령이 거하시는 자의 생명과 소망 (8:9–11)

“만일 너희 속에 하나님의 영이 거하시면 너희가 육신에 있지 아니하고 영에 있나니 누구든지 그리스도의 영이 없으면 그리스도의 사람이 아니라” (8:9)

 

바울은 이제 분명한 기준을 제시합니다. 성령이 그 사람 안에 거하시는가? 이것이 성도와 비성도를 나누는 유일한 구별점입니다. '거하신다'(οἰκεῖ)라는 표현은 단순한 임시 체류가 아니라, 거주하고 사는 것을 의미합니다. 하나님의 영이 우리 안에 내주하신다는 것은 곧 우리 존재의 중심이 바뀌었음을 뜻합니다. 이제 우리의 삶은 더 이상 육신의 지배 아래 있지 않으며, 성령의 다스림을 받는 새로운 존재가 된 것입니다.

 

그러나 바울은 경고도 함께 줍니다. “누구든지 그리스도의 영이 없으면 그리스도의 사람이 아니라.” 이는 단순히 교회에 출석하거나 신앙 고백을 했다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음을 말합니다. 진정한 그리스도인은 성령께서 내주하시는 자입니다. 성령이 없이는 예수 그리스도께 속할 수 없으며, 속하지 않은 자는 구원받은 자가 아닙니다.

 

“또 그리스도께서 너희 안에 계시면 몸은 죄로 말미암아 죽은 것이나 영은 의로 말미암아 생명이라” (8:10)

 

그리스도께서 우리 안에 계시는 것과 성령의 내주하심은 분리되지 않습니다. 그리스도께서 우리 안에 계시다면, 육체는 죄의 결과로 인해 여전히 죽을 수밖에 없는 유한성을 지니지만, 영은 의로 말미암아 생명을 누리게 됩니다. 이는 현재의 육신의 연약함에도 불구하고, 우리 안에서 역사하시는 하나님의 생명이 살아 있음을 말합니다.

 

“예수를 죽은 자 가운데서 살리신 이의 영이 너희 안에 거하시면 그리스도 예수를 죽은 자 가운데서 살리신 이가 너희 안에 거하시는 그의 영으로 말미암아 너희 죽을 몸도 살리시리라” (8:11)

 

이 구절은 성령의 내주가 가져오는 궁극적인 소망, 곧 부활의 확신을 선포합니다. 하나님께서 예수님을 죽은 자 가운데서 살리셨듯이, 성령이 우리 안에 거하신다면 우리의 죽을 육체 또한 다시 살리실 것입니다. 이 말씀은 단지 미래의 부활에 대한 소망만이 아니라, 지금 여기서부터 성령의 생명이 우리 안에서 작동하고 있다는 선언입니다.

 

이 부활은 육체의 영광스러운 변화일 뿐 아니라, 지금의 삶 가운데에서도 성령의 능력으로 말미암아 죄를 이기고, 의를 향해 살아가는 거룩함의 부활이기도 합니다. 성령은 단지 우리를 회복시키는 분이 아니라, 생명으로 충만케 하시는 분이시며, 그 능력은 예수님을 부활시키신 동일한 하나님의 능력입니다.

 

결론

로마서 8장 5절부터 11절은 성령을 따르는 삶과 육신을 따르는 삶 사이의 극명한 차이를 명확히 드러냅니다. 육신의 생각은 하나님과 원수가 되어 사망에 이르게 하지만, 성령을 따르는 자는 생명과 평안을 누립니다. 성령이 우리 안에 거하시면 우리는 더 이상 육신에 있지 않으며, 장차 부활의 생명까지 보장받은 자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누구를 따르고 있는가를 날마다 점검해야 하며, 성령의 인도하심 속에 날마다 죽고 날마다 살아나는 은혜를 누려야 합니다. 이것이 참된 그리스도인의 길이며, 성령 안에 있는 자유와 영광입니다.

로마서 8장 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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