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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성경/신약로마서

로마서 4:9-12

by BibleMeditation 2025. 3.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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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례보다 앞선 믿음의 본질

로마서 4장 9절부터 12절은 바울이 구원의 본질을 명확히 밝히는 대목입니다. 유대인들이 자랑하던 할례, 곧 언약의 표징이 구원에 필수적이라는 오랜 종교적 확신을 바울은 정면으로 도전합니다. 그는 아브라함의 예를 통해 구원은 형식 이전에 믿음이며, 외적인 표시가 아니라 내적인 신뢰가 하나님의 의를 가져온다는 복음의 본질을 선포합니다.

아브라함의 의로움은 할례 이전이었다 (4:9-10)

바울은 먼저 한 가지 도전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그런즉 이 복이 할례자에게냐 혹은 무할례자에게도냐”(4:9). 여기서 ‘이 복’이란 앞서 다윗이 시편 32편에서 말한 죄 사함의 복, 곧 “주께서 그 죄를 인정하지 아니하실 사람은 복이 있도다”라는 선언입니다. 유대인들은 자신들이 할례를 받았기 때문에 이 복이 자신들에게만 해당된다고 여겼습니다. 하지만 바울은 곧 이어 결정적인 구절을 제시합니다. “우리가 말하기를 아브라함에게는 그 믿음이 의로 여겨졌다 하노라. 그런즉 어떻게 의로 여겨졌느냐? 할례 때냐? 무할례 때냐? 할례 때가 아니요 무할례 때니라”(4:9-10).

이 말씀은 단순한 역사적 정보 제공이 아니라, 구원의 순서에 대한 신학적 선언입니다. 창세기 15장에서 아브라함은 하나님의 약속을 믿었고, 그 믿음이 의로 여겨졌습니다. 그러나 할례는 창세기 17장에서 99세 되었을 때 받은 것입니다. 다시 말해,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을 의롭다 하신 것은 그가 할례를 받았기 때문이 아니라, 믿음 때문이었습니다.

이 진리는 오늘날도 강력한 복음의 원리로 작동합니다. 하나님은 우리가 어떤 종교적 형식을 갖췄는가를 보시지 않고, 우리의 중심이 그분을 신뢰하고 있는지를 보십니다. 종교적 배경, 의식, 가문보다 앞선 것이 하나님을 향한 신뢰, 곧 믿음입니다. 이것이 복음의 본질이며, 율법과 형식에 기초한 의가 아니라, 은혜로 주어지는 하나님의 의의 길입니다.

믿음은 형식보다 앞선 구원의 통로 (4:9-11)

바울은 아브라함의 믿음과 의로움 사이의 관계를 통해, 믿음이 형식보다 우선된다는 사실을 강하게 주장합니다. 믿음은 구원의 조건이 아니라, 은혜에 대한 응답이며, 하나님의 약속을 붙드는 전적인 신뢰입니다. 헬라어로 '의로 여겨졌다'는 단어는 '로기조마이'(λογίζομαι)인데, 이는 계산하다, 간주하다의 의미를 갖습니다.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의 믿음을 보시고 그것을 '의'로 간주하셨다는 것은, 믿음이 의로움의 실질이라기보다 하나님께서 그것을 그렇게 여겨주셨다는 선언입니다.

바울은 계속해서 “그가 할례의 표를 받은 것은 무할례 시에 믿음으로 된 의를 인친 것이라”(4:11)고 설명합니다. 즉, 할례는 아브라함이 이미 받은 의에 대한 ‘인침’이자 ‘표’였습니다. 여기서 ‘표’(σημεῖον, 세메이온)는 외적 증거, ‘인침’(σφραγίς, 스프라기스)은 확증 혹은 보증이라는 의미입니다. 아브라함은 먼저 믿음으로 의롭다 하심을 받았고, 이후에 할례라는 외적 증거를 통해 그 사실이 공적으로 확인된 것입니다.

이 구조는 오늘날 우리에게도 중요한 적용을 가져옵니다. 세례, 성찬, 교회 출석 같은 외적 행위는 중요하지만, 그것이 구원의 조건은 아닙니다. 그것은 오히려 이미 하나님과의 관계 속에서 일어난 내적 믿음을 드러내는 상징입니다. 바울이 말하는 것처럼, 진정한 구원은 언제나 외적인 형식 이전에 내적인 믿음에서 시작됩니다.

그래서 바울은 이방인들에게도 구원의 문이 열려 있음을 확언합니다. 아브라함이 무할례 상태에서 의롭다 하심을 받은 것은, 훗날 모든 민족에게 복이 될 것이라는 하나님의 약속(창 12:3)의 실현을 미리 보여준 사건입니다. 유대인만이 아니라, 무할례자인 이방인들도 동일한 믿음을 가질 때 아브라함의 복을 함께 누릴 수 있는 것입니다.

믿음으로 사는 자의 조상이 된 아브라함 (4:11-12)

바울은 아브라함이 두 부류의 사람 모두의 조상이 되었다고 말합니다. “그는 무할례 시에 믿는 모든 자의 조상이 되어 그들에게도 의로 여김을 얻게 하려 하심이라. 또 할례자의 조상이 되었나니, 곧 할례받을 자에게뿐 아니라 아브라함이 무할례 시에 가졌던 믿음의 자취를 따르는 자들에게도니라”(4:11-12).

여기서 핵심은 혈통이나 종교적 이력, 문화적 배경이 아니라, 믿음의 본질을 따르는가에 있습니다. ‘자취’(ἴχνος, 이크노스)라는 단어는 ‘발자국’, ‘흔적’을 의미합니다. 이는 단지 외적인 행동을 흉내 내는 것이 아니라, 삶의 방향과 중심이 아브라함과 같은 신뢰의 길을 따르는가를 의미합니다. 믿음은 단지 한순간의 결단이 아니라, 삶 전체를 관통하는 여정이며 태도입니다.

바울은 이 말씀을 통해 유대인들에게는 자만을, 이방인들에게는 소망을 줍니다. 유대인들에게는 ‘할례 받았다고 다 된 것이 아니다’라고 말하고, 이방인들에게는 ‘너희도 아브라함의 믿음을 따를 수 있다’고 말합니다. 복음은 차별을 무너뜨리고, 민족을 넘어서는 하나님의 은혜의 능력입니다. 그리고 이 복음은 모든 사람에게 동일한 원리로 적용됩니다. 오직 믿음으로.

오늘날 우리 역시 스스로에게 물어야 합니다. 나는 믿음의 자취를 따르고 있는가? 단지 교회에 속해 있다는 안도감에 머물러 있지는 않은가? 나의 삶은 아브라함처럼 하나님의 말씀을 신뢰하고 순종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가? 하나님은 여전히 우리 안에 아브라함의 믿음이 살아 있기를 원하십니다. 겉모습이 아니라 중심에서 그분을 향하는 신뢰를 기뻐하십니다.

결론: 믿음 위에 선 구원의 확신

로마서 4장 9절부터 12절은 구원의 본질이 형식이 아니라 믿음임을 분명하게 선언합니다. 아브라함은 할례를 받기 전에 이미 의롭다 하심을 받았고, 그 이후에 할례는 그 믿음의 표로 주어졌습니다. 이 진리는 유대인과 이방인 모두에게 복음을 확장시키는 선언이며, 모든 인류가 동일한 믿음의 길로 의에 이를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오늘날 우리도 아브라함처럼 전적인 신뢰로 하나님의 말씀을 붙들고, 그 믿음 위에 구원의 확신을 세워야 합니다. 외적인 형식이 아니라, 내면의 진실한 믿음을 통해 우리는 하나님 앞에 의롭다 하심을 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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