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용어 골고다·갈보리(Golgotha·Calvary) 해골의 곳
골고다·갈보리(Golgotha·Calvary)
기본 의미
골고다(Golgotha)와 갈보리(Calvary)는 모두 예수 그리스도께서 십자가에 못 박히신 장소를 가리키는 말이다. 복음서에서는 주로 “골고다”라는 이름이 사용되고, 라틴어 전통을 거치면서 “갈보리”라는 표현이 교회 안에서 널리 쓰이게 되었다.
성경은 이 장소를 “해골의 곳”이라고 설명한다.
“골고다 즉 해골의 곳이라는 곳에 이르러”(마 27:33)
“골고다라 하는 곳에 이르러 번역하면 해골의 곳이라”(막 15:22)
“그들이 예수를 맡으매 예수께서 자기의 십자가를 지시고 해골이라 하는 곳에 나가시니 히브리 말로 골고다라 하는 곳이라”(요 19:17)
따라서 골고다와 갈보리는 서로 다른 장소가 아니라, 같은 장소를 가리키는 다른 언어적 표현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골고다는 아람어, 갈보리는 라틴어입니다.
골고다(Golgotha)의 뜻
아람어·히브리어적 배경
골고다(Golgotha)는 아람어 또는 히브리어 계통의 말이다. 원어로는 골고타(Γολγοθᾶ, Golgotha)로 신약 헬라어에 음역되어 나타난다. 이 말은 “해골”, “두개골”을 뜻하는 히브리어 굴골렛(גֻּלְגֹּלֶת, gulgolet)과 관련된다.
구약에서 굴골렛(גֻּלְגֹּלֶת)은 사람의 “머리”, “두개골”, 또는 인구를 셀 때 “머릿수”라는 뜻으로 사용된다. 예를 들어 출애굽기에서는 이스라엘 백성을 계수할 때 “각 사람” 또는 “머리 수”를 뜻하는 표현으로 쓰인다(출 16:16; 민 1:2).
골고다는 이 굴골렛과 연결되어 “해골의 장소”, “두개골의 언덕”, “해골이라 불리는 곳”이라는 의미를 가진다.
갈보리(Calvary)의 뜻
라틴어 칼바리아(Calvaria)
갈보리(Calvary)는 라틴어 칼바리아(Calvaria)에서 온 말이다. 칼바리아는 “해골”, “두개골”을 뜻한다. 라틴어 성경인 불가타(Vulgata)는 누가복음 23장 33절의 “해골이라 하는 곳”을 칼바리아(Calvaria)로 번역했다.
누가복음은 이렇게 기록한다.
“해골이라 하는 곳에 이르러 거기서 예수를 십자가에 못 박고 두 행악자도 그렇게 하니 하나는 우편에, 하나는 좌편에 있더라”(눅 23:33)
헬라어 본문에서 “해골”은 크라니온(κρανίον, kranion)이다. 이 단어도 “두개골”, “해골”을 뜻한다. 영어 단어 cranium, 곧 “두개골”도 이 헬라어와 관련된다.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표현 | 언어 | 원어 | 뜻 |
|---|---|---|---|
| 골고다 | 아람어·히브리어 계열 | 골고타(Γολγοθᾶ), 굴골렛(גֻּלְגֹּלֶת) | 해골의 곳 |
| 갈보리 | 라틴어 계열 | 칼바리아(Calvaria) | 해골, 두개골 |
| 해골 | 헬라어 | 크라니온(κρανίον) | 두개골, 해골 |
왜 “해골의 곳”이라 불렸는가
골고다가 왜 “해골의 곳”이라 불렸는지는 성경이 직접 자세히 설명하지 않는다. 다만 몇 가지 해석이 전통적으로 제시되어 왔다.
지형이 해골처럼 보였기 때문
가장 널리 알려진 설명은 그 장소의 지형이 해골이나 두개골처럼 보였기 때문이라는 견해이다. 바위 언덕이나 절벽의 모습이 사람의 해골을 연상시켰기 때문에 “해골의 곳”이라 불렸다는 것이다.
처형 장소였기 때문
또 다른 설명은 그곳이 로마의 처형 장소였기 때문에 “해골의 곳”이라 불렸다는 견해이다. 십자가형은 공개 처형이었다. 로마는 반역자, 흉악범, 노예 등을 사람들이 볼 수 있는 장소에서 처형하여 공포와 경고의 효과를 노렸다.
예수님도 성문 밖에서 고난을 받으셨다. 히브리서는 이 사실을 신학적으로 해석한다.
“그러므로 예수도 자기 피로써 백성을 거룩하게 하려고 성문 밖에서 고난을 받으셨느니라”(히 13:12)
골고다는 영광스러운 종교 공간이 아니라, 수치와 죽음의 장소였다. 그러나 바로 그곳에서 하나님의 구속이 이루어졌다.
해골이 발견되던 장소였다는 전승
일부 전승은 그곳이 무덤이나 처형과 관련되어 해골이 있었기 때문에 그렇게 불렸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이것은 확실한 역사적 근거가 있는 설명이라기보다 후대적 추정에 가깝다.
골고다의 위치
골고다는 예루살렘 근처, 성 밖에 있었던 것으로 이해된다. 요한복음은 예수님이 십자가에 못 박히신 곳이 “성에서 가까운” 곳이었다고 말한다(요 19:20). 히브리서도 예수님이 “성문 밖에서” 고난받으셨다고 해석한다(히 13:12).
전통적으로는 예루살렘의 성묘교회(Church of the Holy Sepulchre)가 예수님의 십자가 처형과 장사 장소로 여겨져 왔다. 또 다른 견해로는 이른바 “동산 무덤” 근처의 언덕을 골고다로 보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역사적·고고학적으로는 성묘교회 전통이 더 오래되고 강한 지지를 받아 왔다.
중요한 것은 정확한 지형 논쟁보다, 복음서가 골고다를 어떤 신학적 장소로 증언하는가이다. 골고다는 예수님이 죄인을 대신하여 죽으신 자리이며, 하나님의 공의와 사랑이 동시에 드러난 자리이다.
골고다의 신학적 의미
저주의 자리
십자가는 당시 로마 세계에서 가장 수치스럽고 잔혹한 형벌이었다. 유대 율법의 관점에서도 나무에 달린 자는 저주 아래 있는 자로 여겨졌다.
“나무에 달린 자는 하나님께 저주를 받았음이니라”(신 21:23)
바울은 이 말씀을 그리스도의 십자가에 적용한다.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위하여 저주를 받은 바 되사 율법의 저주에서 우리를 속량하셨으니”(갈 3:13)
그러므로 골고다는 저주의 자리이다. 그러나 예수님은 자기 죄 때문에 저주를 받으신 것이 아니라, 죄인들을 대신하여 저주를 담당하셨다. 골고다는 인간의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를 보여주는 자리이며, 동시에 그 죄를 대신 지신 하나님의 사랑을 보여주는 자리이다.
대속의 자리
골고다는 대속(代贖, atonement)의 자리이다. 대속이란 다른 사람을 대신하여 값을 치르고 구원하는 것을 뜻한다. 예수님은 십자가에서 자기 생명을 많은 사람의 대속물로 주셨다.
“인자가 온 것은 섬김을 받으려 함이 아니라 도리어 섬기려 하고 자기 목숨을 많은 사람의 대속물로 주려 함이니라”(막 10:45)
골고다에서 예수님은 죄인을 대신하여 죽으셨다. 이것은 기독교 복음의 중심이다. 십자가는 단순한 순교나 감동적 희생이 아니다. 그것은 죄의 형벌을 대신 담당하신 구속 사건이다.
화목의 자리
골고다는 하나님과 인간 사이의 화목이 이루어진 자리이다. 인간의 죄는 하나님과의 관계를 깨뜨렸다. 그러나 예수 그리스도의 피로 말미암아 죄인이 하나님께 나아갈 길이 열렸다.
“그의 십자가의 피로 화평을 이루사”(골 1:20)
십자가의 피는 하나님과 인간, 인간과 인간 사이의 막힌 담을 허무는 화목의 피이다. 그래서 골고다는 죽음의 장소이지만, 역설적으로 화평의 장소이다.
새 언약의 자리
예수님은 최후의 만찬에서 자신의 피를 “언약의 피”라고 하셨다.
“이것은 죄 사함을 얻게 하려고 많은 사람을 위하여 흘리는 바 나의 피 곧 언약의 피니라”(마 26:28)
골고다에서 흘리신 피는 새 언약(καινὴ διαθήκη, kaine diatheke)의 피이다. 구약의 제사는 반복되었지만, 그리스도는 단번에 자신을 드리심으로 영원한 속죄를 이루셨다(히 9:12). 그러므로 골고다는 구약 제사의 완성이며, 새 언약이 실제로 세워진 자리이다.
골고다와 아벨의 피
성경은 예수님의 피를 아벨의 피와 대조한다.
“아벨의 피보다 더 나은 것을 말하는 뿌린 피니라”(히 12:24)
아벨의 피는 억울한 죽음의 피였다. 그 피는 땅에서 하나님께 호소했다(창 4:10). 그러나 예수님의 피는 더 나은 것을 말한다. 아벨의 피가 정의와 심판을 호소한다면, 예수님의 피는 죄 사함과 새 언약과 구원을 선포한다.
이 점에서 골고다는 인류의 모든 피 흘림이 멈추는 자리이다. 인간의 폭력은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았지만, 예수님은 그 폭력에 폭력으로 맞서지 않으시고 자기 피로 구원의 길을 여셨다.
골고다와 에덴의 회복
성경신학적으로 골고다는 에덴과 연결해서 볼 수 있다. 에덴에서 인간은 나무를 통해 죄에 빠졌다(창 3:6). 골고다에서 그리스도는 나무, 곧 십자가에 달려 죄를 담당하셨다(벧전 2:24).
에덴의 나무는 인간의 불순종을 드러냈고, 골고다의 십자가 나무는 그리스도의 순종을 드러냈다. 아담은 하나님의 말씀을 거역했지만, 그리스도는 죽기까지 순종하셨다(빌 2:8). 그래서 골고다는 타락의 역사가 뒤집히는 자리이다.
정리
골고다(Golgotha)는 아람어·히브리어 계통의 말로 “해골의 곳”이라는 뜻이며, 갈보리(Calvary)는 같은 의미를 가진 라틴어 칼바리아(Calvaria)에서 온 표현이다. 둘 다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못 박히신 장소를 가리킨다.
골고다는 역사적으로 로마의 처형 장소였고, 신학적으로는 저주와 수치의 자리였다. 그러나 예수 그리스도께서 그곳에서 죄인을 대신하여 죽으심으로, 골고다는 구속과 대속, 화목과 새 언약의 장소가 되었다.
결국 골고다는 “죽음의 언덕”이지만, 기독교 신앙 안에서는 “생명의 언덕”이다. 해골의 곳에서 생명이 열렸고, 저주의 나무에서 구원이 이루어졌으며, 죄인의 피 흘림이 가득한 세상 한복판에서 하나님의 어린양이 자기 피로 영원한 속죄를 이루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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