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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성경/신약로마서

로마서 14:13-23 강해, 하나님의 나라는 음식과 마시는 것이 아닙니다

by BibleMeditation 2025. 4.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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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도의 사랑으로 세우는 공동체

교회 공동체는 다양한 배경과 신앙의 성숙도를 가진 이들이 모여 하나님의 뜻을 따라 살아가는 곳입니다. 그러나 서로 다른 신앙의 방식과 양심의 기준은 때로 충돌을 일으키며 갈등의 씨앗이 되기도 합니다. 바울은 로마 교회 안에 있었던 이러한 문제를 다루며, 성도들이 어떻게 형제자매를 대해야 하는지에 대해 깊이 있는 가르침을 줍니다. 오늘 본문은 그리스도인의 자유와 사랑, 양심과 공동체에 대한 진지한 묵상과 실천을 요청합니다.

걸림돌이 아닌 디딤돌이 되십시오

13절에서 바울은 “그런즉 우리가 다시는 서로 비판하지 말고 도리어 부딪힐 것이나 거칠 것을 형제 앞에 두지 아니하도록 주의하라”고 말합니다. 여기서 ‘부딪힐 것’(πρόσκομμα, 프로스콤마)과 ‘거칠 것’(σκάνδαλον, 스칸달론)은 단순히 불편함을 주는 수준을 넘어서, 다른 사람의 신앙을 무너뜨릴 수 있는 장애물을 뜻합니다. 다시 말해, 어떤 행동이 나에게는 자유로운 일이지만, 그것이 연약한 자에게는 영적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합니다.

바울은 자신이 모든 것이 깨끗하다는 사실을 ‘주 예수 안에서 알고 확신한다’고 고백합니다(14절). 이는 신학적 인식의 영역, 곧 복음 안에서 율법의 제약으로부터 자유함을 누린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나 동시에 그는 이렇게 덧붙입니다. “누구든지 그것을 부정하게 여기는 그 사람에게는 부정하니라.” 즉, 그리스도인의 자유는 결코 상대방의 양심을 억누르는 무기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진리는 절대적이지만, 그 진리를 적용하는 방식은 사랑을 통해 조율되어야 합니다.

바울은 우리가 형제를 ‘음식으로 망하게 하지 말라’고 경고합니다. ‘망하게 한다’는 이 표현은 단순히 상처를 준다는 의미를 넘어서, 그 사람의 신앙 자체를 무너뜨릴 수 있다는 심각성을 내포합니다. 여기서 바울이 말하고자 하는 핵심은 이것입니다. 내가 누리는 자유가 다른 이의 믿음을 해치게 된다면, 그것은 복음을 거스르는 일이 된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그리스도인은 자유를 주장하기 이전에, 그 자유가 공동체 안에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먼저 살펴야 합니다.

하나님의 나라는 음식과 마시는 것이 아닙니다

17절은 본문의 중심 진술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나님의 나라는 먹는 것과 마시는 것이 아니요 오직 성령 안에 있는 의와 평강과 희락이라.” 바울은 본질과 비본질을 분명히 구분합니다. 당시 유대인 출신 성도들과 이방인 성도들 사이의 갈등은 음식과 절기에 대한 문제에서 비롯되었지만, 그것이 하나님의 나라의 핵심이 아님을 선언합니다. 여기서 ‘하나님의 나라’는 단지 미래의 천국만을 의미하지 않고, 지금 성도의 삶 속에 임하는 하나님의 통치를 가리킵니다.

성령 안에 있는 ‘의’(δικαιοσύνη, 디카이오쉬네)는 하나님과의 올바른 관계, 곧 칭의와 그것에 따르는 삶의 열매를 뜻합니다. ‘평강’(εἰρήνη, 에이레네)은 하나님과의 화목에서 나오는 내적 안정과 공동체 안에서의 조화입니다. ‘희락’(χαρά, 카라)은 구원의 기쁨과 그리스도 안에서 누리는 만족을 의미합니다. 바울은 이 세 가지가야말로 하나님 나라의 참된 모습이며, 그것이 성도의 삶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고 가르칩니다.

이처럼 하나님 나라의 본질을 붙드는 자는, 18절에서처럼 “그리스도를 이같이 섬기는 자”가 됩니다. 여기서 ‘섬긴다’는 말은 헬라어 ‘두레우오(δουλεύω)’로, 노예처럼 헌신적으로 주인을 섬기는 태도를 가리킵니다. 단순한 형식적 예배가 아니라, 삶 전체로 그리스도를 높이며, 사랑으로 이웃을 섬기는 것이야말로 하나님께 기쁘시게 하는 것이며 사람에게도 칭찬을 받는 일입니다.

19절에서 바울은 “그러므로 우리가 화평의 일과 서로 덕을 세우는 일을 힘쓰나니”라고 권면합니다. 이 말은 공동체 안에서 우리가 선택해야 할 방향성을 제시합니다. 덕을 세운다는 것은 상대의 신앙을 더욱 강건하게 만들고, 공동체가 더욱 단단히 서게 만드는 행동입니다. 그러므로 우리의 말과 행동은 늘 ‘세움’의 목적을 가져야 하며, 이는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명하신 ‘서로 사랑하라’는 새 계명을 실천하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믿음으로 하지 아니하는 것은 죄니라

21절에서 바울은 “고기도 먹지 아니하고 포도주도 마시지 아니하며 무엇이든지 네 형제로 거리끼게 하는 일을 아니함이 아름다우니라”고 말합니다. 여기서 ‘아름답다’(καλόν, 칼론)는 단지 도덕적으로 좋다는 의미를 넘어서, 하나님 보시기에 합당하고 공동체 안에서 칭찬받을만한 태도를 의미합니다. 다시 말해, 그리스도인은 자유를 절제하는 것이 때로는 더 아름다운 선택이 될 수 있음을 인정해야 합니다.

22절은 다소 도전적인 말씀입니다. “네게 있는 믿음을 하나님 앞에서 스스로 가지고 있으라.” 이는 자유를 누리는 신앙을 남 앞에서 자랑하거나 강요하지 말고, 하나님 앞에서의 양심 안에서 고요히 누리라는 뜻입니다. 참된 믿음은 타인을 배려하는 지혜를 동반합니다. 만약 어떤 사람이 자신의 자유에 확신이 없거나, 양심의 거리낌이 있는데도 억지로 그 일을 행한다면, 그는 ‘정죄를 받는다’고 바울은 말합니다.

마지막 23절은 이렇게 정리됩니다. “믿음을 따라 하지 아니하는 것은 다 죄니라.” 여기서 ‘믿음’(πίστις, 피스티스)은 단순한 구원에 대한 신뢰가 아니라, 하나님과의 관계 안에서의 확신과 양심의 평강을 의미합니다. 그러므로 아무리 옳은 일이라도, 그것을 하는 사람의 마음에 믿음이 없다면, 그것은 죄가 될 수 있습니다. 이는 도덕주의적 판단을 넘어서, 모든 것이 하나님 앞에서의 신실함으로 평가된다는 개혁주의적 통찰을 반영합니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각자 다른 믿음의 분량을 주셨고, 그 안에서 신실하게 살아가기를 원하십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누군가의 자유를 쉽게 판단하지도, 누군가의 연약함을 얕잡아보지도 말아야 합니다. 우리의 삶은 결국 모두 하나님 앞에 서는 삶이며, 그분의 은혜 안에서 자유롭게 살되, 사랑으로 서로를 세우는 삶이 되어야 합니다.

결론

로마서 14장 13절부터 23절은 신앙의 자유와 양심, 사랑과 공동체라는 주제를 복음의 빛 안에서 통찰력 있게 조명합니다. 자유는 우리의 권리가 아니라, 섬김의 도구입니다. 믿음은 지식의 영역을 넘어서 삶의 모든 행동을 규정짓는 기준입니다. 우리가 참으로 주를 섬기는 자라면, 성령 안에서 의와 평강과 희락을 좇으며, 형제를 넘어뜨리는 자가 아니라 세워주는 자로 살아가야 합니다. 그럴 때 교회는 세상의 기준이 아닌 하나님의 나라의 모습으로 우뚝 서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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