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율법의 완성입니다
로마서 13장 10절은 성경 전체가 가르치는 윤리의 핵심이 어디에 있는지를 명확하게 제시해 줍니다. “사랑은 이웃에게 악을 행하지 아니하나니 그러므로 사랑은 율법의 완성이니라”는 이 말씀은 바울이 단지 인간관계의 아름다움을 말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이는 율법, 곧 하나님의 뜻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성도의 삶에서 이루어지는지를 설명하는 복음의 핵심적인 명령입니다. 개혁주의 신학의 관점에서 볼 때, 율법은 죄를 깨닫게 하고, 동시에 구원받은 자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하나님의 선한 기준입니다. 그 율법의 완성이 바로 사랑이라는 선언은, 복음을 통해 변화된 삶이 어디로 향해야 하는지를 분명히 가리킵니다.
율법의 목적은 사랑입니다
율법은 하나님의 성품을 반영하는 거룩한 기준입니다.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에게 주신 율법은 단지 행위 규칙이 아니라, 하나님과의 언약 관계 안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삶의 방향이었습니다. 십계명을 비롯한 모든 계명은 결국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이라는 두 축으로 요약될 수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도 마태복음 22장에서 “네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뜻을 다하여 주 너의 하나님을 사랑하라”는 계명이 첫째요, “네 이웃을 네 자신 같이 사랑하라”는 계명이 둘째이며, 이 두 계명에 “율법과 선지자의 강령이 달렸다”고 하셨습니다.
바울은 로마서 13장 10절에서 이 진리를 다시 한번 강조하며, 율법이 요구하는 바는 결국 ‘사랑’이라고 말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사랑은 감정이나 친절한 태도를 넘는, 적극적인 행동과 결정이며, 신자에게는 반드시 삶으로 드러나야 할 성령의 열매입니다. 이 사랑은 인간의 본성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복음으로 거듭난 자에게 성령께서 부어주시는 은혜입니다. 그러므로 사랑을 실천하지 않는 삶은 율법을 지키는 삶이 아니며, 하나님께 순종하는 삶도 아닙니다.
사랑은 이웃에게 해를 끼치지 않습니다
“사랑은 이웃에게 악을 행하지 아니하나니.” 이 짧은 문장은 그리스도인의 모든 윤리적 판단과 행동의 기준이 되어야 할 말씀입니다. 바울은 ‘사랑’을 소극적 차원에서 먼저 설명합니다. 사랑은 해를 끼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해를 끼친다’는 말은 단지 물리적 해악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상하게 하거나, 진리를 왜곡하거나, 다른 사람을 무시하고 자기 유익만을 추구하는 모든 행위를 포함합니다.
성경이 말하는 사랑은, 단지 감정의 분출이 아니라 의지적인 헌신입니다. 즉, 이웃에게 어떤 말이나 행동을 할 때, 그것이 그 사람에게 유익한가 해가 되는가를 먼저 생각하게 하는 기준이 바로 사랑입니다. 그래서 고린도전서 13장에서도 “사랑은 무례히 행하지 아니하며, 자기 유익을 구하지 아니하며, 성내지 아니하며”라고 말합니다.
우리는 종종 ‘진리를 말한다’는 이유로 상대에게 상처를 주고, ‘정의’를 외치며 관계를 깨뜨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나 성경은 분명히 말합니다. 사랑은 해를 끼치지 않는다고. 사랑은 진리와 반드시 함께 가되, 반드시 선을 이루는 방식으로 나타나야 합니다. 바울이 여기서 말하는 ‘악을 행하지 않는다’는 말은 단순히 죄를 짓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내 삶이 다른 사람의 고통이나 실족의 원인이 되지 않도록 주의하라는 뜻입니다.
이 사랑은 교회 공동체 안에서 반드시 나타나야 합니다. 예배 중에도, 교제 중에도, 봉사 중에도 사랑이 없으면 다 헛것입니다. 사랑이 빠진 진리는 칼처럼 날카롭고, 사랑이 빠진 열심은 자기의만 남기기 쉽습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하나님 앞에 온전한 예배자로 서기 위해서는 먼저 이웃을 사랑하는 자가 되어야 합니다.
사랑은 율법의 완성입니다
“그러므로 사랑은 율법의 완성이니라.” 이 말씀은 매우 강력한 선언입니다. 헬라어 원문에서 ‘완성’으로 번역된 단어는 πλήρωμα (플레로마)인데, 이는 단지 ‘충족’의 개념을 넘어 ‘목적의 성취’, ‘충만한 상태’를 의미합니다. 다시 말해, 율법이 지향하던 바, 율법이 이끌고자 했던 삶의 방향이 사랑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사랑은 율법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율법이 추구하던 궁극의 목적이 사랑으로 실현된다는 말입니다.
개혁주의는 율법을 부정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율법은 하나님의 거룩하심을 드러내며, 신자가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알려주는 거룩한 기준입니다. 그러나 율법은 죄인을 구원할 수 없습니다. 율법은 우리의 죄를 드러내고, 그 죄의 심각성을 인식하게 하며, 그리스도의 복음을 갈망하게 만듭니다. 그리고 복음을 통해 구원받은 자는, 더 이상 율법의 정죄 아래 있지 않지만, 여전히 율법의 방향과 정신을 따라 살아가야 합니다.
바울은 바로 이 지점에서 ‘사랑’이 율법의 완성이라고 말합니다. 왜냐하면 복음으로 구원받은 자는 이제 성령 안에서 자발적으로 하나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는 자가 되기 때문입니다. 이 사랑은 율법 조문 하나하나를 외우고 지키는 것보다 더 깊은 순종입니다. 단순히 ‘하지 말라’는 명령을 피하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사랑하라’는 말씀에 반응하는 삶입니다. 이것이 복음의 능력이며, 성령의 열매입니다.
성령께서 내주하시는 삶은 반드시 사랑으로 나타납니다. 사랑은 단지 감정이 아니라, 복음의 실천이며, 예수 그리스도를 닮아가는 길입니다. 우리가 하나님의 사랑을 받았다면, 이제는 그 사랑을 이웃에게 흘려보내야 합니다. 율법의 정신은 거기서 완성됩니다. 그리고 그 사랑이 있을 때, 하나님의 나라가 우리의 삶 속에서 드러나게 됩니다.
결론
로마서 13장 10절은 단순한 도덕적 교훈이 아니라, 복음으로 거듭난 성도가 반드시 실천해야 할 윤리적 핵심을 보여주는 말씀입니다. 사랑은 이웃에게 해를 끼치지 않으며, 사랑은 율법의 완성입니다. 이 사랑은 감정이 아니라, 복음을 받은 자의 의지적 결단이며 삶의 실천입니다. 우리는 날마다 이 사랑의 빚을 지고 살아가며, 그 빚을 기꺼이 갚아가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율법은 사랑 안에서 완성되고, 사랑은 하나님의 뜻을 삶 속에서 이루는 길입니다. 그러므로 사랑하십시오. 복음의 빚을 진 자로서, 이웃에게 해를 끼치지 말고, 사랑으로 율법을 완성하는 거룩한 삶을 살아가십시오. 그것이 바로 하나님께서 우리를 부르신 삶의 목적이며, 이 땅에서 그리스도의 향기를 드러내는 참된 길입니다.
로마서 13장 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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