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성경/신약로마서

로마서 7:14–25 강해

BibleMeditation 2025. 4. 1. 15:06
반응형

오호라 나는 곤고한 사람이로다

로마서 7장의 마지막 단락은 바울의 깊은 내면 고백이자, 모든 성도의 실존적 갈등을 대변하는 말씀입니다. 바울은 율법의 선함과 자신의 죄성을 이미 설명하였고, 이제는 그 죄가 자신의 존재 안에서 어떻게 구체적으로 역사하는지를 고백합니다. 이 말씀은 단지 사도 바울 개인의 체험을 넘어서, 성령 안에서 살아가는 모든 성도의 내면에서 반복되는 싸움을 사실적으로 드러냅니다. 바울은 이 갈등을 솔직하게 인정하면서도, 마지막에는 소망을 붙듭니다. 바로 예수 그리스도입니다.

 

육신에 속한 나, 죄의 법에 사로잡힌 인간 (7:14–17)

“우리가 율법은 신령한 줄 알거니와 나는 육신에 속하여 죄 아래에 팔렸도다” (7:14)

 

바울은 먼저 율법은 신령하다고 선언합니다. 율법은 하나님의 성품을 반영한 거룩한 계시이며, 성령의 작용 아래에 있는 말씀입니다. 하지만 바울은 자신을 '육신에 속한 자'라고 고백합니다. '육신'(σάρξ)은 단지 몸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타락한 인간 본성 전체를 상징하는 표현입니다. '죄 아래 팔렸다'는 말은, 바울이 마치 죄의 시장에서 노예로 팔려간 자와 같은 존재라는 사실을 묘사합니다.

 

“내가 행하는 것을 내가 알지 못하노니 곧 내가 원하는 것은 행하지 아니하고 도리어 미워하는 그것을 행함이라” (7:15)

여기서 바울은 인간의 이중적인 내면 상태를 그대로 드러냅니다. 그의 이성은 하나님의 뜻을 알고 따르기를 원하지만, 실제 행위는 그 뜻을 벗어나는 방향으로 향합니다. 이 고백은 모든 신자가 공감할 수 있는 고백입니다. 우리는 선을 원하지만, 악이 자꾸 손에 잡히는 현실에 직면합니다.

 

“내가 원하지 아니하는 그것을 행하므로 내가 이로써 율법이 선한 것을 시인하노니 이제는 그것을 행하는 자가 내가 아니요 내 속에 거하는 죄니라” (7:16–17)

 

바울은 여기서 자아의 이중 구조를 말합니다. 그는 율법이 선함을 인정하며, 자신의 의지가 그것을 따르고 싶어 한다고 고백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자기 안에 또 다른 법, 즉 죄의 법이 작동하고 있어 자신이 원하지 않는 악을 행하게 된다는 사실을 고백합니다. 이는 죄가 단순한 도덕적 실수가 아니라, 실질적으로 사람 안에서 역사하는 실체임을 보여줍니다.

 

내 속 사람과 죄의 법 사이의 전쟁 (7:18–23)

“내 속 곧 내 육신에 선한 것이 거하지 아니하는 줄을 아노니 원함은 내게 있으나 선을 행하는 것은 없노라” (7:18)

 

바울은 다시금 인간의 무능함을 강조합니다. 그는 선을 원하지만, 그 선을 행할 능력이 없다는 것을 인정합니다. 이 고백은 단지 자책이 아니라, 자기 능력으로는 구원에 이를 수 없다는 영적인 자각입니다. 인간의 본성 속에는 선을 이룰 만한 힘이 없습니다. 오직 하나님의 은혜만이 그 선을 가능하게 합니다.

 

“내가 원하는 바 선은 하지 아니하고 도리어 원하지 아니하는 바 악을 행하는도다” (7:19)

 

이 구절은 인간 내면의 비극을 가장 단적으로 보여주는 말씀입니다. 의지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의지를 실행할 수 없는 상태, 이것이 죄에 사로잡힌 인간의 실존입니다. 이 말씀이 특별한 것은, 바울이 이러한 고백을 신자로서 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성도에게도 여전히 죄의 세력이 존재하며, 그것은 지속적인 싸움을 유발합니다.

 

“만일 내가 원하지 아니하는 그것을 하면 이를 행하는 자는 내가 아니요 내 속에 거하는 죄니라” (7:20)

 

여기서 바울은 책임을 회피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는 자기 안에 이중적인 법이 존재함을 인정하며, 그 내면의 갈등이 얼마나 실질적인지를 드러냅니다. 그는 자기 자신 속에 ‘원하는 자’와 ‘죄를 행하게 하는 자’가 공존하고 있음을 고백합니다.

 

“내가 한 법을 깨달았노니 곧 선을 행하기 원하는 나에게 악이 함께 있는 것이로다” (7:21)

바울은 이 갈등을 ‘법’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합니다. 여기서 '법'(νόμον)은 원칙이나 원동력을 뜻하는 말로 사용됩니다. 즉, 선을 행하고자 하는 순간마다 악이 기회를 틈탄다는 하나의 영적 원리가 작동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는 죄가 얼마나 교활하고 집요한지를 보여줍니다.

 

“내 속 사람으로는 하나님의 법을 즐거워하되 내 지체 속에서 한 다른 법이 내 마음의 법과 싸워 내 지체 속에 있는 죄의 법으로 나를 사로잡는 것을 보는도다” (7:22–23)

 

바울은 이제 자신 안에 있는 두 법의 충돌을 설명합니다. ‘속 사람’은 하나님을 기뻐하며, 그분의 뜻에 순종하고자 하는 존재입니다. 이는 성령으로 거듭난 자아입니다. 그러나 ‘지체 속에 있는 법’은 죄의 세력이 여전히 남아 있어 하나님의 법과 끊임없이 충돌합니다. 이 싸움은 단순한 심리적 갈등이 아니라, 실제적인 영적 전쟁입니다.

 

예수 그리스도 안에 있는 해방의 소망 (7:24–25)

“오호라 나는 곤고한 사람이로다 이 사망의 몸에서 누가 나를 건져내랴” (7:24)

이 절규는 바울의 깊은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비탄입니다. '곤고하다'(ταλαίπωρος)는 비참하고 절망적인 상태를 뜻하는 강한 표현입니다. 바울은 자신의 죄와 무능 앞에서 완전히 무너진 자로서 외칩니다. 그는 스스로의 힘으로는 이 사망의 몸, 곧 죄의 지배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는 절망에 빠집니다. 이 고백은 동시에 은혜를 사모하는 간절한 탄식입니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하나님께 감사하리로다 그런즉 내 자신이 마음으로는 하나님의 법을, 육신으로는 죄의 법을 섬기노라” (7:25)

 

그러나 바울은 곧 소망을 향해 시선을 돌립니다. 그는 감사의 언어로 마무리합니다. 그 이유는 구원의 길이 열려 있기 때문입니다. 그 길은 자기 의지가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한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예수님은 우리를 죄와 사망의 법에서 해방시키시는 유일한 구원자이십니다.

 

마지막 문장은 현재의 이중적 상태를 요약합니다. 신자는 마음으로는 하나님의 법을 사랑하고 따르지만, 육신 안에서는 여전히 죄의 법이 작동하고 있다는 현실입니다. 그러나 그 싸움은 절망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곧 이어지는 로마서 8장에서 바울은 성령 안에서의 자유와 승리를 선포하기 때문입니다.

 

결론

로마서 7장 14절부터 25절은 성도의 삶이 얼마나 깊은 내면의 갈등 속에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우리는 여전히 죄의 유혹과 싸우고, 그 싸움은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 싸움이 끝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바울은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해방의 길이 있음을 선포하며, 성도가 죄와 싸우는 자리에 하나님의 은혜가 함께하신다는 소망을 붙듭니다. 성도는 무능한 존재지만, 결코 포기되지 않은 존재입니다. 주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는 이 싸움에서 궁극적 승리를 얻게 됩니다.

로마서 7장 구조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