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성경/신약로마서

로마서 13:1–7 강해, 하나님께서 세우신 권세에 순복하는 삶

BibleMeditation 2025. 4. 4.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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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께서 세우신 권세에 순복하는 삶

로마서 13장 1절부터 7절은 그리스도인의 삶이 단지 교회 안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세상 속에서도 구체적으로 드러나야 함을 보여주는 말씀입니다. 특별히 이 본문은 국가나 권력, 정치적인 체계에 대한 성도의 태도를 다루며, 모든 권세의 근원이 하나님께 있다는 놀라운 신학적 선언으로 시작합니다. 바울은 로마 제국의 통치 하에서 살아가던 초대교회 성도들에게 이 말씀을 통해, 하나님 나라 백성으로서 이 땅의 질서 속에서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할지를 교훈합니다.

 

위에 있는 권세는 모두 하나님께로부터 난 것

1절은 “각 사람은 위에 있는 권세들에게 복종하라”고 시작합니다. 이 말씀은 단지 당시의 로마 정치 체계를 인정하라는 명령이 아닙니다. 바울은 더 깊은 신학적 원리, 즉 모든 권세가 “하나님께로부터 났다”(13:1)는 선언을 통해 인간 사회의 질서가 하나님의 섭리 안에 있다는 것을 밝힙니다. 헬라어 원문에서 ‘권세’는 ἐξουσία (엑수시아)로, 통치권이나 권위를 의미합니다. 이것은 단순한 힘의 구조가 아니라, 하나님이 세상을 다스리시는 방식을 담고 있습니다.

 

바울은 이 권세가 “하나님께서 정하신 것”(13:1)이라고 말하면서, 어떤 통치 체제든 그 배후에는 하나님의 주권이 있다는 것을 강조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바울이 당시 로마 제국의 정권, 즉 반드시 의롭거나 공정하지 않은 체제 아래서도 이 원칙을 적용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 말은 불의한 체제조차 정당화하려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섭리가 인간의 이해를 뛰어넘는 방식으로 역사 안에서 권세를 허락하셨다는 신학적 고백입니다.

 

그러므로 성도는 세상의 법과 질서를 무시하고 살아서는 안 됩니다. 구원받은 자로서의 정체성이 이 땅에서 살아가는 방식과 분리될 수 없으며,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권세에 순복하는 것은 결국 하나님께 순종하는 삶의 표현입니다. 질서의 창조자이신 하나님은 세상의 무질서 속에서도 질서를 세우시는 분이며, 그분의 뜻을 따라 우리는 법을 존중하고 권위를 인정하는 자세를 가져야 합니다.

 

권세를 거스르는 것은 하나님의 질서를 거스르는 것

2절에서 바울은 “그러므로 권세를 거스르는 자는 하나님의 명을 거스름이니”라고 말합니다. 이 구절은 단순히 국가 법을 어기는 것이 범죄라는 의미를 넘어서, 권위에 대한 저항이 결국 하나님께 대한 저항이라는 심각한 의미를 지닙니다. 이는 곧 정치적 저항 자체를 모두 금지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주권 아래 질서를 유지하려는 근본적인 태도를 강조하는 것입니다.

 

이 말씀을 오늘날에 적용할 때 주의할 점은, 권세자들이 악을 행하거나 하나님의 뜻을 노골적으로 거스르는 경우입니다. 성경은 사드락과 메삭과 아벳느고가 바벨론 왕의 명령을 거부하고 하나님께만 경배했던 것처럼, 하나님의 뜻에 반하는 명령에 대해 양심과 믿음을 지키는 일은 허용된다는 점도 동시에 보여줍니다. 그러나 그러한 불복종 역시 복수나 혁명이 아닌, 믿음 안에서 고난을 감수하며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이 성경적 태도입니다.

 

바울은 3절과 4절에서 권세가 ‘선한 자에게 두려움이 되지 않고 악한 자에게 두려움이 된다’고 말하며, 공권력의 기능을 설명합니다. 권세는 악을 제어하고 선을 보호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으며, 이는 하나님의 일반 은총 안에서 주어진 질서입니다. 따라서 바울은 “권세를 두려워하지 아니하려거든 선을 행하라”고 말합니다. 이는 단순한 도덕적 교훈이 아니라, 성도가 질서 안에서 살아갈 때 두려움 없이 담대히 설 수 있는 근거를 제시하는 말씀입니다.

 

4절에서는 권세자를 “하나님의 사역자”라고 표현합니다. 여기서 ‘사역자’는 διάκονος (디아코노스)라는 단어인데, 이는 교회 안에서의 봉사자를 가리킬 때도 사용되는 단어입니다. 이 표현은 권세가 단지 세속적 도구가 아니라, 하나님의 뜻을 이루는 수단으로 사용될 수 있음을 나타냅니다. 물론 모든 권세자가 하나님의 뜻대로만 행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그 기능 자체는 하나님께서 세우신 질서를 지키기 위한 도구이며, 그 질서를 존중하는 것이 성도의 책임입니다.

 

권세에 대한 복종은 단지 형벌의 두려움 때문이 아니다

5절에서는 “복종할 수밖에 없나니 진노 때문에만 아니라 양심을 따라 하라”고 말합니다. 이 말씀은 성도의 순종이 단지 처벌을 피하기 위한 외적 동기가 아니라, 하나님 앞에서의 내적 동기, 곧 ‘양심’에서 비롯되어야 함을 말합니다. 양심(συνείδησις, 쉬네이데시스)은 하나님 앞에서 바르게 살고자 하는 영적 감수성과 도덕적 자각을 의미합니다.

 

성도는 단지 법을 두려워해서가 아니라, 하나님 앞에 선 자로서 정직하고 바르게 살고자 하는 내면의 원리를 따라 살아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복음이 삶을 변화시키는 방식입니다. 율법 아래 있는 자는 외적 제재로 살아가지만, 복음 안에서 자유를 얻은 자는 성령의 인도하심과 양심의 깨달음을 따라 살아갑니다. 권세에 대한 순종 역시 그 연장선 안에 있어야 합니다.

6절과 7절에서는 세금과 시민의 의무에 대해서도 언급합니다. “너희가 조세를 바치는 것도 이 때문이라 그들이 하나님의 일꾼이 되어 바로 이 일에 항상 힘쓰느니라.” 바울은 세금 납부를 단지 시민의 책임이 아니라, 하나님께 대한 순종의 표현으로 이해합니다. 그리고 7절에서는 “모든 자에게 줄 것을 주되 조세를 받을 자에게 조세를, 관세를 받을 자에게 관세를, 두려워할 자를 두려워하며 존경할 자를 존경하라”고 말합니다.

 

이 말씀은 세상의 모든 관계 속에서 성도는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원리를 강조합니다. 우리는 영적 시민일 뿐 아니라, 이 땅의 시민이기도 하며, 따라서 법적 의무와 사회적 책임 또한 기꺼이 감당해야 합니다. 세금 납부, 공적 질서에 대한 존중, 공무원이나 정부에 대한 합당한 존경은 모두 하나님 앞에서의 성도의 삶의 일부분입니다.

 

이 구절은 단순히 ‘국가에 잘 협조하라’는 권면을 넘어서, 하나님께서 세상의 질서와 공공 구조를 사용하여 인간 사회를 유지하시는 섭리의 도구로 권세를 사용하신다는 깊은 신학적 통찰을 담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성도는 이 땅에서의 시민으로서 살아가면서도 하늘 시민권자로서의 정체성을 잊지 않고, 하나님의 뜻을 따라 책임 있게 살아야 합니다.

 

결론

로마서 13장 1절부터 7절은 성도에게 매우 실천적인 도전을 줍니다. 우리는 이 땅에서 하나님의 백성으로 살아가면서, 세상 속에서도 책임을 다해야 합니다. 권세는 인간의 힘이 아니라 하나님의 섭리 안에서 세워진 것이며, 성도는 그 권세에 복종함으로 하나님의 질서를 인정하고 하나님께 순종하는 태도를 나타냅니다. 순종은 단지 처벌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 아니라, 양심에 따라, 하나님 앞에서의 믿음의 표현으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공적 책임을 다하는 것, 세금을 바치는 것, 질서를 존중하는 삶은 모두 하나님께 드리는 삶의 한 부분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 땅에서 정직하고 책임 있는 시민으로 살아가되, 언제나 하나님의 주권 아래에 있는 존재로서, 믿음의 분별력과 경건한 태도로 사회 속에서 빛과 소금의 역할을 감당해야 합니다. 하나님께서 세우신 질서에 순복하는 것은 곧 하나님께 순복하는 것입니다.

로마서 13장 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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