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성경/신약로마서

로마서 12:21 선으로 악을 이기라

BibleMeditation 2025. 4. 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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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을 이기는 선의 능력

로마서 12장 21절은 바울의 윤리적 권면의 절정을 이루는 말씀이며, 그리스도인의 삶 전체를 관통하는 복음의 전략이 담긴 한 구절입니다. “악에게 지지 말고 선으로 악을 이기라”는 말씀은 단순한 도덕적 이상이 아니라, 죄로 물든 이 세상 속에서 성도가 어떻게 싸우며 살아가야 하는지를 명확히 제시합니다. 복음의 빛을 받은 자는 어둠 속에서도 빛으로 살아야 하며, 악을 악으로 갚는 방식이 아니라 선으로 악을 넘어서야 합니다. 이 말씀은 십자가의 복음을 따라 살아가는 모든 이들의 삶의 방향을 제시하는 강력한 선언입니다.

 

악에게 지지 말라 – 세상의 방식에 저항하라

‘악에게 지지 말라’는 이 명령은 단순히 악한 일을 하지 말라는 수준을 넘어서 있습니다. 여기서 ‘지다’는 말은 헬라어 νικῶ (니카오)에서 파생된 형태인데, 이는 ‘패배하다’, ‘굴복하다’는 의미를 내포합니다. 즉, 바울은 성도에게 단지 악을 멀리하라고 하지 않고, 그 악에 굴복하지 말고, 저항하라고 명령합니다.

 

악은 외부에만 존재하지 않습니다. 인간의 본성 속에도, 타락한 세상 구조 속에도, 심지어 가장 은혜로워야 할 공동체 안에도 악은 잠재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악은 언제나 성도로 하여금 복음의 길이 아닌 세상의 방식으로 반응하게 만듭니다. 분노로 갚고, 억울함을 행동으로 터뜨리고, 복수로 정의를 세우고 싶은 충동, 그것이 바로 악에게 지는 모습입니다.

 

악은 단지 범죄나 부정한 행동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악은 하나님의 뜻과 성품에서 벗어난 모든 왜곡된 사고방식과 반응을 포함합니다. 그러므로 악에게 진다는 것은, 복음의 정신을 잃고 세상의 논리와 방식에 동화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성도가 미움에 미움으로, 상처에 상처로 대응할 때, 그 순간 악은 이긴 것이고 우리는 진 것입니다.

 

그러나 복음은 우리에게 다른 길을 제시합니다. 그 길은 단지 참는 것도 아니고, 속으로 끓는 것도 아닙니다. 악에게 지지 않기 위해선 더 큰 능력이 필요합니다. 그것은 단지 의지의 힘이나 성격의 강인함이 아니라, 성령 안에서 자라나는 복음적 세계관, 곧 하나님의 공의와 자비를 함께 품은 영적 성숙이 필요합니다.

 

선으로 악을 이기라 – 복음의 반전 전략

“선으로 악을 이기라”는 명령은 놀랍고도 혁명적인 복음의 전략입니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악을 악으로 갚고 싶어합니다. 그러나 바울은 악을 이길 수 있는 유일한 무기는 ‘선’이라고 말합니다. 이 선은 단지 착한 행동이나 도덕적 모범을 말하지 않습니다. 헬라어 ἀγαθός (아가토스)는 본질적으로 하나님의 성품에서 나오는 선함을 의미하며, 하나님의 뜻에 일치하는 거룩하고 의로운 성격을 지닌 행위를 뜻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십자가 위에서 악을 악으로 갚지 않으셨습니다. 조롱과 침 뱉음, 채찍질과 십자가의 고통 속에서도 그분은 “아버지여 저들을 사하여 주옵소서”라고 기도하셨습니다. 이것이 선으로 악을 이긴 최상의 모습이며, 모든 성도가 따라야 할 길입니다. 선으로 악을 이긴다는 것은, 그 악의 고리를 끊는 것입니다. 악은 악으로 연결될 때 더 큰 파괴와 증오를 낳지만, 선은 그 고리를 단호히 자르고 하나님 나라의 방식으로 대체합니다.

 

이러한 삶은 결코 만만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고통스럽고 손해보는 길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성도는 단기적인 손익을 따지는 사람이 아닙니다. 우리는 영원한 시선을 가지고 살아가는 자들입니다. 선으로 악을 이기는 삶은 이 땅에서 하나님의 통치를 드러내는 일이자, 장차 완성될 하나님의 나라를 미리 보여주는 선교적 삶입니다.

 

그리고 바울이 말하는 ‘이김’은 세상의 승리와 다릅니다. 세상의 승리는 상대를 무너뜨리고, 내가 원하는 결과를 얻는 것이지만, 복음의 승리는 상대를 변화시키고, 하나님의 뜻을 드러내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누군가를 용서하고 선대할 때, 그 영혼에 하나님 나라의 문이 열릴 수 있는 가능성이 생깁니다. 이것이야말로 가장 강력한 영적 승리입니다.

 

십자가를 따르는 삶 – 악을 이기는 선의 연단

이 한 구절은 단지 한 번의 결단으로 실현되지 않습니다. ‘선으로 악을 이기라’는 말씀은 일생을 두고 훈련해야 할 영적 훈련입니다. 우리는 여전히 미움이 올라오고, 억울함이 끓고, 정의감이라는 이름 아래 반응하고 싶을 때가 많습니다. 그러나 바울은 그러한 순간마다 십자가를 기억하라고 권면합니다. 예수님의 십자가는 정의와 자비가 만나는 자리이며, 가장 선한 분이 가장 악한 대우를 받으셨음에도 불구하고 침묵하셨던 현장입니다.

 

성도는 그 십자가의 은혜를 입은 자입니다. 그러므로 이제는 그 십자가를 지고, 주님을 따라가는 자로서 선으로 악을 이기는 싸움을 감당해야 합니다. 이 싸움은 겉으로는 패배처럼 보이지만, 하나님 나라 안에서는 진짜 승리입니다. 선은 결코 약한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선은 가장 강력한 무기이며, 하나님께서 사용하시는 전략입니다. 성도는 이 세상 속에서 그 선의 도구로 부름받은 자입니다.

 

이 말씀이 요구하는 것은 단순한 인내심이나 도덕적 덕목이 아니라, 성령의 열매입니다. 사랑, 희락, 화평, 오래 참음, 자비, 양선, 충성, 온유, 절제는 모두 악에 맞서는 선의 무기입니다. 우리는 이를 통해 악의 힘을 무력화시키고, 그리스도의 통치를 드러낼 수 있습니다.

 

결론

로마서 12장 21절은 짧지만 복음의 윤리를 집약한 말씀이며, 성도의 삶 전체를 관통하는 방향을 제시합니다. 우리는 악에게 지지 말아야 합니다. 그것은 단지 죄를 짓지 않는 수준이 아니라, 복음의 정신을 지키고 사는 싸움입니다. 그리고 그 싸움의 무기는 선입니다. 하나님의 선하심을 본받고, 그 선으로 악을 끊고 사랑으로 대할 때, 우리는 진정으로 악을 이기게 됩니다. 이 싸움은 때로 외롭고 고통스러울 수 있으나, 그 길 끝에는 하나님께서 주시는 하늘의 승리와 평강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오늘도 악에게 지지 마십시오. 하나님의 선으로 승리하는 복음의 삶을 살아가십시오. 그것이 우리가 주님을 따르는 자로서 마땅히 걸어야 할 길입니다.

로마서 12장 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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