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성경/신약로마서

로마서 12:1-2 산 제사로 드리는 삶

BibleMeditation 2025. 4. 4.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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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제사로 드리는 삶, 거룩한 변화의 시작

로마서 12장은 하나님의 구원에 대한 교리적 설명이 마무리된 후, 실제 삶의 자리에서 그 구원이 어떻게 드러나야 하는지를 선포하는 전환점의 말씀입니다. 1절과 2절은 로마서 후반부 전체의 주제를 함축하며, 구원받은 성도가 어떻게 하나님 앞에서 살아가야 할지를 선명하게 제시합니다. 바울은 단순히 윤리적 권면이 아니라, 복음으로 인한 존재의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하며, 우리 몸을 산 제물로 드리는 예배자의 삶으로 부르십니다.

 

하나님의 긍휼하심으로 권하노니

“그러므로 형제들아 내가 하나님의 모든 자비하심으로 너희를 권하노니 너희 몸을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거룩한 산 제물로 드리라 이는 너희가 드릴 영적 예배니라”라는 1절 말씀은 로마서 1장부터 11장까지의 교리적 내용을 배경으로 삼습니다. 여기서 바울은 “그러므로”라는 접속사를 통해 교리에서 삶으로의 전환을 시도합니다. 이 단어는 복음이 단지 지적인 동의나 신학적 사변으로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구체적인 삶으로 연결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선포하는 전환점입니다.

 

“하나님의 자비하심으로 권하노니”라는 표현에서 ‘자비하심’은 헬라어로 οἰκτιρμοί (오익티르모이)인데, 단수형보다 더 강조된 형태로 사용되며, 하나님의 깊은 긍휼과 자애를 포함하는 말입니다. 바울은 단지 명령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은혜와 자비를 근거로 권면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성도의 삶의 변화는 강압이 아니라, 하나님의 긍휼을 경험한 자가 자연스럽게 반응하게 되는 영적 순종이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바울은 “너희 몸을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거룩한 산 제물로 드리라”고 말합니다. 여기서 ‘몸’(σῶμα, 소마)은 단순히 육체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 존재 전체를 포함하는 개념입니다. 바울은 구체적인 몸, 곧 우리의 실제 행위와 삶의 영역에서 하나님께 헌신된 삶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구약 시대 제사는 동물을 죽여 드리는 의식이었지만, 이제는 성도가 자기의 전 존재를 ‘산 제물’로 드려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 ‘산 제물’이라는 표현은 매우 역설적이지만, 복음 안에서 성도는 죽은 자에서 생명으로 옮겨진 자이며, 날마다 자신을 죽고 주님을 위해 살아가는 존재임을 보여줍니다.

 

또한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거룩한 제사”라는 표현은, 우리가 드리는 삶 자체가 하나님의 기쁨이 된다는 놀라운 진리를 담고 있습니다. 단지 종교적 예식이나 행위가 아니라, 우리의 삶의 모든 영역이 하나님께 드려지는 예배가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바울은 이것이야말로 “영적 예배”라고 정의합니다. 여기서 ‘영적 예배’는 헬라어로 λογικὴ λατρεία (로기케 라트레이아)인데, 이는 ‘이성적이고 합당한 예배’라는 의미를 가집니다. 곧, 복음을 아는 자에게는 자신을 온전히 드리는 삶이 지극히 이성적이고 당연한 반응이라는 것입니다.

 

이 세대를 본받지 말라

2절은 성도의 삶에 있어 무엇을 거부해야 하는지를 분명히 제시합니다. “너희는 이 세대를 본받지 말라”고 명령합니다. 여기서 ‘세대’(αἰών, 아이온)는 단순히 시간적 시대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죄로 물든 세상의 가치 체계와 문화, 사고방식을 통칭하는 표현입니다. 이 세상의 정신, 즉 자기 중심적이며 하나님을 배제하는 삶의 태도를 본받지 말라는 것입니다.

 

‘본받다’에 해당하는 헬라어는 συσχηματίζεσθε (수스케마티제스데)로, 이는 외형적인 틀에 맞추어지다, 또는 어떤 외부 형태에 적응하다라는 뜻입니다. 다시 말해, 세상의 틀에 맞춰 변형되지 말라는 의미입니다. 바울은 복음을 받은 성도는 더 이상 세상의 가치관에 따라 살아서는 안 되며, 그 삶이 세상에 동화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하게 경고합니다.

 

오늘날 우리의 삶을 돌아보면, 이 말씀은 단지 이론적 권면이 아니라 매우 실제적인 도전입니다. 세상은 끊임없이 우리의 사고와 감정, 가치관을 세속화하려고 합니다. 소비주의, 성공 중심주의, 자아 숭배는 우리를 자기 중심적 존재로 만들며, 하나님과의 관계를 희미하게 만듭니다. 바울은 이런 세상의 흐름에 굴복하지 말고, 철저히 복음에 따라 살아가야 함을 강조하고 있는 것입니다.

 

마음을 새롭게 함으로 변화를 받아

세대를 본받지 않기 위한 대안은 ‘마음을 새롭게 함으로 변화 받는 것’입니다. 여기서 ‘마음’(νοῦς, 누스)은 단지 감정이나 생각을 넘어, 인간의 중심 사고 체계, 즉 인격의 중심을 의미합니다. 하나님을 떠난 인간의 마음은 어두워져 있고, 진리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상태입니다. 따라서 구원받은 자에게는 마음이 새롭게 되어야만 하나님의 뜻을 분별할 수 있습니다.

 

‘새롭게 함’은 헬라어로 ἀνακαίνωσις (아나카이노시스)로, 이는 ‘근본적인 갱신’ 혹은 ‘속에서부터 새로워짐’을 의미합니다. 성도는 단순히 행동을 고치는 것이 아니라, 내면의 깊은 변화를 경험해야 하며, 이는 성령의 역사로만 가능해집니다. 다시 말해, 성화는 외적인 윤리 개선이 아니라, 본질적인 인격의 재창조입니다.

 

그리고 바울은 그렇게 변화된 자만이 “하나님의 선하시고 기뻐하시고 온전하신 뜻이 무엇인지 분별하도록 하려 함이라”고 말합니다. 하나님의 뜻은 선하고,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며, 완전한 것입니다. 하지만 이 뜻은 자동적으로 깨달아지는 것이 아니라, 변화된 마음을 가진 자만이 분별할 수 있습니다. ‘분별하다’는 헬라어 δοκιμάζω (도키마조)는 ‘시험하여 입증하다’, ‘분별하고 판단하다’는 뜻입니다. 곧 성도는 하나님의 뜻을 그저 수동적으로 따르는 자가 아니라, 변화된 마음으로 그 뜻을 능동적으로 분별하고 따라야 하는 자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하나님의 뜻이 무엇인지 알기 위해 변화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삶의 방향과 목적이 흔들리고 갈피를 잡지 못하는 이유는, 변화되지 않은 마음 때문입니다. 변화는 단지 감정의 고양이나 결심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복음의 능력 안에서 성령께서 마음을 새롭게 하실 때 비로소 시작됩니다.

 

결론

로마서 12장 1절과 2절은 구원받은 성도가 이 세상 가운데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가장 근본적으로 설명해 줍니다. 하나님의 자비를 힘입은 우리는 더 이상 자신의 욕망과 세상의 가치에 따라 살아가는 존재가 아닙니다. 우리는 하나님 앞에 몸을 드리는 산 제물이 되어야 하며, 그것이야말로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예배입니다. 이 예배는 주일 하루만의 행위가 아니라, 매일의 삶으로 드려져야 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세상의 틀에 순응하지 않고, 날마다 마음이 새롭게 되어 하나님의 뜻을 분별하고 실천해야 합니다. 이것이 진정한 그리스도인의 삶이며, 복음에 합당한 삶입니다.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것은 바로 그렇게 변화된 자녀들의 삶입니다.

로마서 12장 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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