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성경/신약로마서

로마서 11:1-6 이스라엘의 남은자

BibleMeditation 2025. 4. 4.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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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은 자기 백성을 버리지 않으셨습니다

하나님은 자신의 언약을 저버리시는 분이 아니십니다. 로마서 11장 1절에서 6절까지는 이스라엘을 향한 하나님의 구속 계획 속에서, 은혜로 택하신 자들을 통해 하나님의 신실하심이 어떻게 드러나는지를 설명합니다. 이 짧은 본문은 단순히 이스라엘의 민족적 문제를 넘어서서, 하나님의 은혜와 선택, 그리고 구원의 본질을 정면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하나님은 자기 백성을 버리셨는가?

사도 바울은 이 질문을 던지며 11장을 시작합니다. "그러므로 내가 말하노니 하나님이 자기 백성을 버리셨느냐 그럴 수 없느니라"(롬 11:1). 이 선언은 단순한 부정이 아니라, 강한 감정과 확신이 담긴 선언입니다. 여기서 "버리셨느냐"는 헬라어 apōsato는 단순한 무관심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관계의 단절, 철회, 거절의 의미를 담고 있는 강한 표현입니다. 바울은 이 표현을 통해, 하나님이 이스라엘과의 언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하거나, 그들을 완전히 폐기처분한 것이 아님을 분명히 합니다.

 

바울은 곧바로 자신의 정체성을 예로 들어 하나님의 신실하심을 증거합니다. 그는 아브라함의 씨에서 난 자요, 베냐민 지파라 말합니다. 이는 자신이 유대인의 혈통을 따라 태어난 이스라엘인이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받아들이고 구원에 이른 자라는 사실을 강조하는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자기를 부르셨다면, 이스라엘 가운데 남은 자가 여전히 있다는 명확한 증거가 되는 것입니다.

 

우리는 여기서 중요한 신학적 원리를 봅니다. 하나님의 언약은 인간의 실패나 거절로 인해 무효화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선택은 인간의 반응과는 구별되는 하나님의 주권적인 행위입니다. 하나님의 구속사는 변덕스럽거나 감정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철저히 그분의 신실하심과 언약에 근거해 이루어집니다.

 

엘리야의 절망과 하나님의 은혜

바울은 이제 구약의 한 장면을 인용하여 그 원리를 더 분명히 드러냅니다. 바로 엘리야 선지자의 고백입니다. 그는 열왕기상 19장에서 이스라엘의 우상숭배와 영적 타락을 보고 깊은 절망에 빠졌습니다. 그는 말합니다. "주여 그들이 주의 선지자들을 죽였으며 주의 제단을 헐었고 나만 남았는데 내 목숨도 찬나이다"(롬 11:3). 이 엘리야의 탄식은 단순한 감정의 고백이 아니라, 이스라엘의 영적 현실에 대한 통렬한 진단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엘리야에게 뜻밖의 말씀을 하십니다. "내가 나를 위하여 바알에게 무릎을 꿇지 아니한 사람 칠천 명을 남겨 두었다 하셨으니"(롬 11:4). 여기서 중요한 표현은 "내가 나를 위하여 남겨 두었다"는 부분입니다. 헬라어 원문 katelipon emautō는 하나님 자신이 자신의 주권으로 남겨 두셨다는 강한 의미를 가집니다. 이스라엘 안에 남은 자가 있는 것은 그들의 의로나 결단 때문이 아니라, 하나님의 은혜로운 개입 때문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남은 자'(remnant)라는 개념의 성경신학적 중요성을 주목해야 합니다. 성경은 전통적으로 전 민족이나 다수가 아닌, 소수의 남은 자들을 통해 하나님의 역사가 이어짐을 보여줍니다. 이 개념은 노아 시대, 엘리야 시대, 바벨론 포로 이후, 그리고 신약 교회 시대를 관통합니다. 하나님의 구속사는 언제나 전적인 은혜에 의해 남겨진 자들을 통해 이어졌고, 그들은 믿음으로 반응한 자들이었습니다. 이것이 바로 개혁주의 신학이 강조하는 "은혜의 언약"의 중심 개념입니다.

 

은혜로 택하신 자들

바울은 이제 이 남은 자들이 어떻게 존재하는지를 설명합니다. "그런즉 지금도 은혜로 택하심을 따라 남은 자가 있느니라"(롬 11:5). 이 구절은 복음의 본질을 정리하는 한 문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여기서 "택하심"은 헬라어로 eklogē인데, 이는 하나님의 일방적이고 주권적인 선택을 가리킵니다. 다시 말해, 인간의 어떤 조건이나 공로가 아니라 오직 하나님의 은혜로 인해 선택된 자들이 있다는 것입니다.

 

이어서 바울은 더욱 결정적인 말씀을 덧붙입니다. "만일 은혜로 된 것이면 행위로 말미암지 않음이니 그렇지 않으면 은혜가 은혜되지 못하느니라"(롬 11:6). 여기서 우리는 구원에 있어 은혜와 행위가 양립할 수 없는 원리임을 명확히 확인합니다. 은혜란 본질적으로 받을 자격이 없는 자에게 주어지는 것이며, 그것이 행위와 결합되면 더 이상 은혜가 아닙니다. 이는 사도 바울의 신학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 주제이며, 로마서 3장에서 5장까지 반복적으로 강조된 진리입니다.

 

개혁주의 신학은 바로 이 지점에서 은혜의 절대성을 강조합니다. 인간은 전적으로 타락하여 하나님을 찾지도, 원하지도 않으며, 구원에 이를 능력도 없습니다. 그러므로 구원은 전적으로 하나님의 주권적인 선택과 은혜로 주어지는 것입니다. 이는 교만을 무너뜨리고, 감사와 찬양으로 나아가게 합니다.

 

결론

로마서 11장 1절부터 6절까지의 말씀은 하나님의 구원 계획이 얼마나 신실하고 은혜로 가득 찬지를 보여줍니다. 하나님은 자신의 백성을 버리지 않으셨고, 은혜로 남은 자를 보존하셨습니다. 인간의 불순종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의 언약은 변하지 않습니다. 이 사실은 오늘날 교회와 성도에게 큰 위로이자 소망이 됩니다. 우리의 신앙이 흔들리고 세상이 무너져 내리는 것처럼 보여도, 하나님은 여전히 일하고 계시며, 자신의 택한 백성을 끝까지 붙들고 계십니다.

로마서 11장 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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