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서 10:20-21 강해, 나를 찾지 아니한 자들에게
예비된 언약, 외면한 자와 받아들인 자
로마서 10장 20절과 21절은 복음의 수용과 거절이라는 대조를 통해, 하나님의 구원 계획이 어떻게 유대인을 넘어 이방인에게로 확장되는지를 드러냅니다. 이 구절은 구약의 이사야서를 인용하여, 예언 속에 이미 계시된 하나님의 언약 성취를 설명하며, 구속사의 흐름 속에서 이방인의 구원이 우연이 아니라 예정된 일이었음을 증언합니다. 바울은 이 말씀을 통해 복음이 이방인에게 어떻게 도달했고, 이스라엘은 어떻게 거절했는지를 역사적, 신학적으로 설명하며, 하나님의 인내와 주권, 그리고 은혜를 깊이 있게 드러냅니다.
내가 나를 찾지 아니한 자들에게 찾아내어졌고
“이사야가 매우 담대하여 이르되 내가 나를 찾지 아니한 자들에게 찾아내어졌고, 내게 묻지 아니한 자들에게 나타났노라” (롬 10:20)
이 구절은 이사야서 65장 1절의 말씀을 인용한 것입니다. 당시 이스라엘은 하나님께서 끊임없이 부르심에도 불구하고 귀를 막고 마음을 닫았던 반면, 하나님을 찾지 않았던 이방인들은 도리어 그 부르심을 듣고 응답하게 될 것을 예언한 말씀이었습니다. 이사야는 이러한 예언을 매우 담대하게 선포했습니다. 왜냐하면 당시 유대 사회에서는 오직 율법과 언약을 소유한 자신들만이 하나님의 백성이라는 확고한 자부심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바울은 이 구절을 인용하면서, 하나님께서 이방인에게 자신을 드러내셨음을 강조합니다. 이방인들은 스스로 하나님을 구하거나 율법을 소유하지 않았지만, 복음을 통해 하나님께서 먼저 찾아오셨고, 그들은 그 은혜 앞에 반응했습니다. 이는 단지 한 시대의 특수한 사건이 아니라, 구속사 속에서 하나님께서 미리 계획하신 언약의 성취였습니다.
구약의 언약 속에서도 이방인의 구원은 철저히 예비되어 있었습니다.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에게 약속하신 축복은 "땅의 모든 족속이 너로 말미암아 복을 받을 것이라"(창 12:3)는 말로 이미 명확하게 드러났습니다. 이는 민족적 혈통을 넘어, 믿음을 가진 모든 자에게 하나님의 복이 흘러갈 것을 예시한 것이며, 이 약속은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완성됩니다.
‘나를 찾지 아니한 자들에게 찾아내어졌다’는 말씀은, 인간의 자격이나 능력이 아닌, 하나님의 전적인 은혜와 주권적인 자기 계시를 나타냅니다. 구원은 하나님께서 먼저 찾아오셔서, 자신을 나타내시고, 부르시는 데서 시작됩니다. 그러므로 이방인의 구원은 인간의 노력의 결과가 아니라, 언약 속에 예비된 하나님의 섭리입니다.
내게 묻지 아니한 자들에게 나타났노라
바울이 인용한 이 말씀은 복음을 수용한 이방인의 태도를 보여줍니다. 이방인들은 유대인처럼 하나님의 율법이나 선지자의 전통을 갖고 있지 않았고, 하나님에 대한 지식조차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은 그들에게 나타나셨습니다. 여기서 ‘나타났다’는 말은 헬라어로 ‘ἐμφανής ἐγενόμην’이며, 이는 단순한 정보의 제공이 아니라, 인격적인 자기 계시를 의미합니다. 즉 하나님께서 자신을 적극적으로 드러내셨다는 뜻입니다.
이것은 선교의 본질을 설명합니다. 선교란 사람이 하나님을 찾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사람에게 나타나시고, 그를 통해 믿음을 일으키시는 역사입니다. 하나님의 계시는 늘 먼저이며, 인간의 응답은 그 계시에 대한 반응입니다. 그러므로 하나님이 ‘나타나셨다’는 사실은 이방인 선교가 단지 교회의 확장이 아니라, 구속사의 핵심임을 보여줍니다.
바울은 이 말씀을 통해, 당시 복음을 받아들이는 대부분이 이방인이었고, 유대인들은 이를 거절하는 현실을 설명합니다. 이것은 우연한 현상이 아니라, 구약의 예언 속에 이미 내포된 계획이었습니다. 하나님께서 언약을 통해 이방인을 향한 계획을 세우셨고, 그 계획은 복음 선포를 통해 지금 실현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오늘날 우리도 이방인의 후손으로서, 이 말씀에 포함된 자들입니다. 우리는 본래 하나님을 찾지 않았던 자들이었지만, 복음이 우리에게 전해졌고, 우리는 그 복음에 반응함으로 하나님의 백성이 되었습니다. 이 사실은 우리가 받은 구원이 얼마나 큰 은혜인가를 다시금 일깨워줍니다. 우리는 하나님의 언약 밖에 있었던 자들이었지만, 이제는 그 언약 안으로 인도된 자들입니다.
순종하지 아니하고 거슬러 말하는 백성에게
“이스라엘에 대하여 이르되 내가 종일 내 손을 벌렸건만 순종하지 아니하고 거슬러 말하는 백성에게 하였노라” (롬 10:21)
이 구절은 이사야 65장 2절을 인용한 것으로, 하나님의 인내와 이스라엘의 완고함을 동시에 보여줍니다. 하나님은 ‘종일’—즉 끊임없이—자신의 손을 벌리셨습니다. 이는 하나님의 적극적인 구원 의지를 상징하며, 이스라엘을 향한 하나님의 자비와 극률의 자세를 나타냅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그 손을 붙들지 않고, 오히려 거부했습니다. ‘순종하지 아니하고 거슬러 말하는’이라는 표현은 단순한 무지가 아니라, 의도적인 거절과 반항을 뜻합니다.
이스라엘의 이러한 태도는 하나님의 언약을 향한 불순종의 역사로 연결됩니다. 그들은 선지자의 경고를 무시했고, 메시야의 오심을 거절했으며, 복음을 전하는 사도들을 핍박했습니다. 바울은 이러한 불순종의 역사를 설명하면서도, 그들이 완전히 버림받은 것이 아님을 암시합니다. 이는 로마서 11장에서 더욱 확장되어 다뤄지는 주제입니다.
그러나 본문에서 우리는 하나님의 끝없는 인내와 자비를 보게 됩니다. 하나님은 거절당하고도 계속 손을 벌리고 계십니다. 이는 회개할 기회를 주시기 위한 기다림이며, 구원을 주시려는 하나님의 끈질긴 사랑의 표현입니다. 인간의 반역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은 자신의 백성을 버리지 않으십니다.
결론
로마서 10장 20–21절은 구속사의 맥락 속에서 이방인의 구원과 이스라엘의 거절을 대조적으로 보여줍니다. 하나님의 언약은 처음부터 이방인을 향한 계획을 품고 있었고, 그 언약은 복음을 통해 실현되었습니다. 우리는 그 복음의 수혜자로서, 언약 밖에 있던 자들이 하나님의 은혜 안으로 초청받은 것입니다. 그러나 동시에 이스라엘의 거절은 우리에게 경고를 줍니다. 하나님의 부르심은 거절될 수 있으며, 은혜는 당연한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매 순간 하나님의 부르심에 응답하며, 복음 앞에 겸손히 반응해야 합니다. 이방인의 구원은 우연이 아닌 언약의 성취이며, 오늘 우리도 그 언약의 증인으로 부르심 받은 자들입니다.
로마서 10장 구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