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서 10장 17절 믿음은 들음에서 들음은 그리스도의 말씀으로
말씀에서 시작되는 믿음, 선교로 이어지는 구속사
로마서 10장 17절은 복음이 어떻게 인간의 마음에 믿음을 일으키는지를 단순하면서도 깊이 있게 설명합니다. "그러므로 믿음은 들음에서 나며 들음은 그리스도의 말씀으로 말미암았느니라." 이 말씀은 단순한 전도 원리를 넘어 구속사의 큰 흐름과 선교의 본질을 담고 있으며, 말씀과 믿음, 그리고 구원의 연관성을 구조적으로 보여주는 본문입니다. 본 설교에서는 이 구절이 가진 선교학적, 구속사적 함의를 중심으로 깊이 있게 살펴보려 합니다.
믿음은 들음에서 난다: 말씀의 선포와 믿음의 탄생
바울은 “믿음은 들음에서 나며”라고 단언합니다. 이때 '들음'(ἀκοή, 아코에)은 단순한 청각적인 행위가 아니라, 복음이 선포될 때 성령의 감동으로 그 말씀을 내면으로 수용하는 신앙의 반응을 포함합니다. 다시 말해, 들음은 단순히 정보를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말씀의 권위 아래 자신을 노출시키고, 그 안에서 믿음이 일어나는 영적인 통로입니다.
이 구절은 선교학적으로 매우 중요한 선언입니다. 왜냐하면 모든 믿음의 출발점은 복음이 전파되어야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복음이 전해지지 않으면 들을 수 없고, 들을 수 없다면 믿음이 생기지 않습니다. 바울은 앞선 구절(롬 10:14–15)에서 이 점을 논리적으로 설명했으며, 그 흐름의 종합이 바로 이 17절입니다.
하나님께서 세상을 창조하실 때 말씀으로 창조하신 것처럼(창 1장), 구원의 역사도 말씀을 통해 이루어집니다. 사람의 마음을 새롭게 하고, 죽은 영혼을 살리며, 하나님과의 관계를 회복시키는 능력은 바로 이 ‘말씀을 듣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이 들음이 없이 믿음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교회가 해야 할 가장 우선된 사명은 언제나 ‘복음을 선포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단순히 교회 성장의 도구가 아니라, 하나님 나라의 확장을 위한 필연적 통로입니다.
들음은 그리스도의 말씀으로 말미암는다: 복음의 내용과 권위
"들음은 그리스도의 말씀으로 말미암았느니라"는 구절은 들음의 근원을 분명히 합니다. 이때 ‘그리스도의 말씀’은 헬라어로 ‘ῥῆμα Χριστοῦ’(레마 크리스투)로, 단순히 성경의 일반적인 지식이나 종교적 가르침이 아닌, 살아 있는 복음의 선언을 뜻합니다. 이는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부활, 그리고 그를 믿는 자에게 주어지는 의와 구원에 대한 구체적이고도 직접적인 선포입니다.
이 말씀은 구속사적 관점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닙니다. 구속사는 창세기부터 계시록까지 이어지는 하나님의 구원의 역사이며, 그 중심에는 늘 ‘말씀’이 있었습니다. 아브라함에게 주신 약속도 말씀이고, 율법도 말씀이며, 선지자들의 경고도 하나님의 말씀입니다. 이 모든 구약의 말씀이 결국 신약의 ‘그리스도의 말씀’ 안에서 완성되며, 그 말씀이 복음으로 선포될 때, 구속사의 실재가 개인의 삶에 적용되는 것입니다.
이 복음의 말씀은 단순한 정보가 아니라, 역사 속에서 실현된 하나님의 구원의 사건이며, 지금도 선포될 때 동일한 능력으로 역사하십니다. 그러므로 이 복음을 듣는 사람은 단지 지식을 얻는 것이 아니라, 구원의 능력을 경험하는 것입니다. 말씀이 들려질 때 성령께서 역사하시고, 죄에 죽었던 심령이 살아나고, 영원한 생명이 심겨지는 역사가 일어납니다.
선교와 전도, 믿음을 위한 하나님의 도구
로마서 10장 17절은 단지 개인의 믿음을 설명하는 구절이 아니라, 세계 선교의 원리이기도 합니다. 이 구절은 명확히 선언합니다. 믿음은 들음에서, 들음은 말씀에서. 그렇다면 이 말씀이 선포되지 않는 곳에는 믿음이 있을 수 없고, 믿음이 없는 곳에는 구원이 임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하나님의 구원은 반드시 선교를 통해 확장되며, 말씀 선포를 통해 전개됩니다.
하나님은 구속사 속에서 선지자와 사도, 목회자와 전도자, 성도들을 통해 말씀을 선포하게 하셨고, 지금도 교회를 통해 세상에 복음을 전하게 하십니다. 교회는 단지 예배당에 머무는 공동체가 아니라, 복음을 전파하는 ‘보냄 받은 자’들의 모임입니다. 선교는 선택적인 일이 아니라, 교회 존재의 본질입니다.
이 시대는 정보의 시대입니다. 모든 것이 빠르게 전해지고 공유되지만, 정작 ‘복음’은 여전히 많은 곳에서 들려지지 않고 있습니다. 로마서 10장 17절은 우리에게 다시금 질문합니다. “그리스도의 말씀이 들려지고 있는가?” “그 들음을 통해 믿음이 자라고 있는가?” 선교는 헌신된 몇 사람의 일이 아니라, 말씀을 받은 모든 자가 감당해야 할 사명입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와 마을에도 여전히 복음을 듣지 못한 이들이 많습니다. 선교는 먼 나라에 가는 것만이 아니라, 바로 내 가정, 내 직장, 내 이웃에게 복음을 들려주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바울이 말한 ‘믿음은 들음에서 난다’는 원리는 전 세계 복음화의 전략이자 하나님의 구속 계획의 실제입니다.
결론
로마서 10장 17절은 구원의 믿음이 어떻게 탄생하는지를 가장 명확하게 설명하면서, 동시에 교회의 사명과 구속사의 흐름을 요약하는 말씀입니다. 믿음은 들음에서 나고, 들음은 그리스도의 말씀으로부터 옵니다. 이 말씀은 오늘도 살아 역사하며, 그 말씀을 전하는 자를 통해 하나님의 구원이 세상 속으로 확장됩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 복음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선포하며, 들음의 통로로 부름 받은 자로서 그 사명을 감당해야 합니다. 이 말씀은 곧 구속사적 사명의 본질이며, 교회의 존재 이유입니다.
로마서 10장 구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