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서 10:16-21 믿음은 들음에서, 들음은 말씀으로부터
듣고도 믿지 않은 자들, 그러나 말씀은 계속된다
로마서 10장 16절부터 21절까지의 말씀은 복음을 듣고도 믿지 않는 이스라엘 백성에 대한 하나님의 탄식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말씀하시는 하나님의 인내를 드러냅니다. 바울은 구약의 다양한 구절을 인용하며, 하나님의 구원 계획이 유대인에게만 국한되지 않았음을 설명하고, 복음이 이방인에게까지 확장되는 섭리의 깊이를 밝혀줍니다. 이 말씀은 복음을 듣고도 믿지 않는 현실 앞에서 우리가 어떤 자세로 복음을 대해야 하는지를 가르쳐 줍니다.
주의 복음을 누가 믿었느냐
"그러나 그들이 다 복음을 순종하지 아니하였도다. 이사야가 이르되 주여 우리가 전한 것을 누가 믿었나이까 하였으니"(롬 10:16)
바울은 이사야 53장 1절을 인용하면서, 복음을 전했음에도 불구하고 믿지 않는 자들의 현실을 지적합니다. 복음은 생명의 말씀이며 구원의 능력입니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그 말씀을 받아들이지는 않습니다. 이사야 시대에도 하나님의 말씀은 명확히 선포되었지만, 그 말씀을 믿고 순종하는 자는 극소수였습니다. 오늘날도 마찬가지입니다. 수많은 이들이 복음을 들었지만, 여전히 믿지 않고 외면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여기서 '순종하지 아니하였다'는 표현은 단지 복음을 듣지 않았다는 것이 아니라, 복음을 거부하고 불신으로 대응했다는 의미입니다. 순종은 단순한 율법적 복종이 아니라, 믿음에서 비롯된 응답입니다. 그러므로 믿지 않는 것은 곧 순종하지 않는 것입니다. 바울은 이러한 이스라엘의 영적 현실을 직면하면서, 복음의 진리가 인간의 마음에서 어떤 방식으로 거절될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이 말씀은 우리로 하여금 복음 전도의 현실을 똑바로 보게 합니다. 복음을 전한다고 모두가 믿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복음을 거절하는 자들이 더 많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로 인해 실망하거나 낙심해서는 안 됩니다. 왜냐하면 믿음은 결국 하나님께서 주시는 것이며, 사람의 거절 속에서도 하나님의 뜻은 이루어지기 때문입니다.
믿음은 들음에서, 들음은 말씀으로부터
"그러므로 믿음은 들음에서 나며 들음은 그리스도의 말씀으로 말미암았느니라"(롬 10:17)
이 구절은 복음 전파의 본질을 명확히 보여주는 핵심 진술입니다. 믿음은 들음에서 나옵니다. 즉, 누군가가 복음을 들을 때, 그 안에서 믿음이 생긴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들음'(ἀκοή, 아코에)은 단지 귀로 듣는 소리가 아니라, 말씀을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영적 수용을 의미합니다. 또한 '그리스도의 말씀'은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복음, 곧 십자가와 부활의 메시지를 가리킵니다.
복음은 단지 인간의 말을 통해 전해지는 것이 아니라, 성령께서 역사하시는 하나님의 말씀이며, 그 말씀을 들을 때 믿음이 일어납니다. 그러므로 복음을 전하는 자는 하나님의 음성을 대신 전하는 자로서, 두려움 없이 담대히 선포해야 합니다. 사람의 반응은 하나님께 맡기고, 우리는 그 말씀을 정확히, 온전히, 정직하게 전해야 할 사명이 있습니다.
이 말씀은 우리에게 복음을 들려주는 일의 중요성을 다시금 상기시킵니다. 누군가가 예수를 믿게 되는 데는 반드시 복음의 말씀이 들려지는 과정이 있어야 하며, 그 들음이 믿음을 낳습니다. 오늘날 교회는 이 복음의 말씀을 어떻게 선포하고 있는지, 우리는 말씀을 어떤 자세로 듣고 있는지를 점검해야 합니다.
내가 종일 내 손을 벌렸노라
"그러나 내가 말하노니 그들이 듣지 아니하였느냐? 그렇지 아니하니라. 그 소리가 온 땅에 퍼졌고 그 말씀이 땅 끝까지 이르렀느니라"(롬 10:18)
바울은 시편 19편 4절을 인용하여, 하나님의 말씀이 온 땅에 전파되었음을 강조합니다. 이 구절은 원래 자연 계시를 통해 하나님의 존재가 드러난다는 말씀입니다. 그러나 바울은 이 말씀을 복음의 보편적 선포라는 차원에서 재해석합니다. 복음은 이스라엘뿐 아니라 온 세상에 선포되었으며, 그 누구도 복음을 듣지 못했다고 핑계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이어지는 말씀에서는 이방인에 대한 구원의 확장을 강조합니다. “이사야가 매우 담대하여 이르되 내가 나를 찾지 아니한 자들에게 찾아내어졌고 내게 묻지 아니한 자들에게 나타났노라” (롬 10:20). 이는 이사야서 65장 1절을 인용한 말씀으로, 복음을 처음부터 관심 두지 않았던 이방인들이 오히려 복음을 받아들이게 되는 아이러니한 현실을 보여줍니다.
그러나 이스라엘에 대하여는 “내가 종일 내 손을 벌렸건만 순종하지 아니하고 거슬러 말하는 백성에게” (롬 10:21)라고 말씀하십니다. 하나님은 이스라엘을 향해 끊임없이 인내하며 손을 내미셨지만, 그들은 그 손을 거절하고 등을 돌렸습니다. 이 구절은 하나님의 인내와 사랑이 얼마나 깊은지를 보여주는 동시에, 불순종이 얼마나 뿌리 깊은지를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하나님의 말씀은 지금도 땅 끝까지 전파되고 있습니다. 문제는 말씀이 전해졌느냐가 아니라, 그 말씀에 반응하는 마음이 있느냐입니다. 복음은 지금도 살아 계시고, 선포되고 있으며, 하나님의 인내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결론
로마서 10장 16절부터 21절은 복음을 듣고도 믿지 않는 이스라엘의 현실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의 말씀이 쉬지 않고 전해지는 하나님의 구속사적 인내를 보여줍니다. 믿음은 들음에서 나고, 들음은 말씀에서 나며, 이 말씀은 온 땅 끝까지 퍼져나갔습니다. 그러나 그 말씀을 거절하는 자도 있고, 받아들이는 자도 있습니다. 우리는 이 말씀 앞에서 하나님의 인내를 기억하고, 복음에 날마다 반응하며, 복음을 전하는 자로서 부르심을 붙들고 살아가야 합니다. 말씀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으며, 그 말씀에 믿음으로 응답하는 자는 구원의 은혜를 누리게 될 것입니다.
로마서 10장 구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