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서 10장 14-15절 좋은 소식을 전하는 자들의 발이여
복음을 전하는 자의 발걸음
로마서 10장 14절과 15절은 복음 전파의 논리적 흐름을 따라가며 구원의 적용이 어떻게 각 사람에게 이르게 되는지를 설명합니다. 바울은 이전 구절에서 “누구든지 주의 이름을 부르는 자는 구원을 받으리라”고 선포하였고, 이제는 그 부름에 이르기까지 반드시 필요한 절차와 사명의 연속성을 강조합니다. 이 말씀은 모든 성도에게 주어진 복음 전도의 책임과, 그 사명을 감당하는 자들이 얼마나 복된지를 증거합니다.
믿기 위해서는 들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즉 그들이 믿지 아니하는 이를 어찌 부르리요?”(롬 10:14상)
바울은 질문 형식을 통해 복음의 전파가 왜 필요한지를 설명합니다. ‘믿지 아니하는 이를 어찌 부르리요?’ 즉, 예수님을 믿지 않는데 어떻게 그분을 주로 고백하며 구원을 받을 수 있겠느냐는 것입니다. 믿음은 공중에서 생기는 것이 아닙니다. 믿음은 반드시 듣는 것을 통해 자라며, 그 듣는 대상이 분명해야 합니다. 여기서 ‘믿는다’는 말은 단순한 수용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를 자신의 구세주로 인격적으로 신뢰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바울은 이 믿음에 이르기 위해 ‘들을 수 있어야 한다’는 조건을 제시합니다. “듣지도 못한 이를 어찌 믿으리요?”(롬 10:14중)
이 말씀은 믿음이 절대로 자생적이지 않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누군가 복음을 전하고, 그 전한 말을 통해 듣는 과정을 거쳐야만 진정한 믿음에 이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듣는다'(ἀκούειν, 아쿠에인)는 단순한 청각적 작용이 아니라, 마음 깊이 복음을 수용하고 반응하는 내면의 작용을 의미합니다. 그러므로 복음이 전해지지 않는 곳에는 믿음도 자라지 않습니다.
우리는 종종 복음 전도 없이도 사람이 스스로 진리를 찾고 구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성경은 분명히 말합니다. 복음은 반드시 전해져야 하며, 들려져야 하며, 그 말씀을 통해 믿음이 생기고 구원이 주어진다는 것입니다.
전하는 자가 없이 어찌 들으리요
“전하는 자가 없이 어찌 들으리요?”(롬 10:14하)
이 문장은 복음 전파의 필수성을 강하게 강조합니다. 아무리 복음이 위대한 능력을 가지고 있어도, 그것이 사람들에게 전해지지 않으면 아무런 효과가 없습니다. 복음은 반드시 선포되어야 하고, 그 선포를 위한 ‘보냄 받은 자’가 있어야 합니다.
바울은 이 구절을 통해 복음을 전하는 자들의 사역을 신성한 사명으로 규정합니다. 여기서 ‘전한다’는 동사는 ‘κηρύσσω’(케뤼소)로, 본래 왕의 명령이나 공적 메시지를 공식적으로 선포하는 것을 뜻합니다. 즉 복음은 단순한 의견이나 선택적 정보가 아니라, 하나님의 권위 아래 선포되는 생명의 메시지입니다. 그러므로 이를 전하는 자는 자기 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맡기신 복음을 충성되이 전달하는 사자입니다.
복음을 전하는 자는 교회 안의 직분자만이 아닙니다. 모든 성도가 그리스도의 복음을 받은 자로서, 삶의 자리에서 전도자의 사명을 지닌 자들입니다. 부모가 자녀에게, 친구가 친구에게, 이웃이 이웃에게 복음을 전할 때, 하나님은 그 모든 발걸음을 통해 믿음을 자라게 하십니다.
보냄을 받아야 전할 수 있습니다
“보내심을 받지 아니하였으면 어찌 전파하리요 기록된 바 아름답도다 좋은 소식을 전하는 자들의 발이여 함과 같으니라.”(롬 10:15)
바울은 이 말씀을 이사야서 52장 7절에서 인용합니다. 이 말씀은 바벨론 포로 생활에서 돌아오는 이스라엘에게 하나님의 회복을 선포하는 문맥 속에서 나옵니다. 당시 이스라엘은 포로로 끌려가 민족의 정체성과 신앙의 중심을 잃어버린 상태였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예루살렘의 회복과 구원의 소식을 전하는 사자를 예비하시고, 그를 통해 소망을 회복시키셨습니다.
이사야서의 이 말씀은 단순히 정치적 해방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메시아의 오심과 하나님의 나라 도래를 상징하는 예언적 선언이기도 합니다. 그러므로 바울은 이 구절을 인용하여, 복음을 전파하는 사명이 곧 구원의 시대를 여는 거룩한 역할임을 강조하는 것입니다. 좋은 소식을 전하는 자의 발이 아름답다는 말은, 단지 그가 전한 메시지의 내용뿐 아니라, 그 메시지를 위해 헌신한 삶의 태도와 걸음을 귀하게 여긴다는 뜻입니다.
이 말씀이 오늘날 전도와 선교에 주는 교훈은 분명합니다. 우리는 복음의 회복을 기다리는 이 시대 가운데, 여전히 구원의 소식을 필요로 하는 세상 속에 살아가고 있습니다. 복음을 전하는 자의 입술만큼이나, 그의 삶과 발걸음이 복음이 되어야 합니다. 특별히 현대의 문화 속에서 기독교에 대한 무관심과 냉소가 팽배한 시대일수록, 복음을 전하는 자의 발걸음이 더욱 따뜻하고도 선명해야 합니다.
교회는 이 아름다운 발걸음을 회복해야 합니다. 우리는 전도에 대한 부담과 거절의 두려움 속에 살고 있지만, 이 말씀은 우리에게 사명의 근원을 상기시켜줍니다. 하나님께서 보내신 자라면, 그 전파는 반드시 열매를 맺습니다. 실패처럼 보일지라도, 하나님의 말씀은 헛되이 돌아오지 않습니다. 전도는 인간의 설득이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이 사람의 마음을 변화시키는 영적인 사역입니다.
결론
로마서 10장 14절과 15절은 복음이 한 사람에게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을 논리적으로 보여줍니다. 믿음은 들음에서, 들음은 전파에서, 전파는 보냄에서 비롯됩니다. 이 말씀은 모든 성도에게 주어진 복음 전파의 사명과, 그 사명을 감당하는 자들의 발걸음이 얼마나 귀한지를 일깨워줍니다. 이사야서가 선포했던 아름다운 발걸음은 오늘 우리에게도 여전히 유효하며, 하나님께서 우리를 통해 그 발자취를 이어가기를 원하십니다. 우리는 복음을 들은 자로서, 또한 누군가에게 들려주어야 할 사명을 받은 자들입니다. 주께서 우리를 보내셨기에, 우리의 발걸음도 아름다운 복음의 통로가 될 것입니다.
로마서 10장 구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