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서 10:5–13 마음으로 믿고 입으로 시인하라
가까이 있는 구원, 마음과 입의 고백
로마서 10장 5절부터 13절은 믿음으로 말미암는 의의 본질을 풍성하게 설명하는 본문입니다. 바울은 구약을 인용하며 율법의 의와 믿음의 의를 선명히 대조하고, 구원이 얼마나 단순하고 명확한 하나님의 은혜임을 선포합니다. 특히 입과 마음으로 예수 그리스도를 고백하는 자는 누구든지 구원에 이를 수 있다는 보편적이고도 능동적인 복음의 원리를 강하게 드러냅니다.
율법의 의와 믿음의 의의 차이
"모세가 기록하되 율법으로 말미암는 의를 행하는 사람은 그 의로 살리라 하였거니와"(롬 10:5).
바울은 율법의 의에 대해 말하며 레위기 18장 5절을 인용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율법의 의'는 사람이 율법을 완전히 지킴으로써 얻게 되는 의를 의미합니다. 이는 행함을 통해 얻는 의로, 인간이 자신의 힘으로 율법을 지켜야 하는 구조입니다. 그러나 문제는 인간이 전적으로 타락한 존재이기에 이 의를 온전히 이루지 못한다는 데 있습니다.
율법은 본래 하나님의 거룩함을 드러내는 수단이었고, 이스라엘 백성이 하나님의 백성으로 살아가기 위한 생활의 기준이었습니다. 그러나 인간은 율법을 완전하게 지킬 수 없기에, 율법은 결과적으로 인간의 죄를 드러내고 정죄하는 기능을 하게 됩니다. 따라서 율법은 의를 이루는 수단이 아니라, 오히려 구속자에 대한 필요성을 각인시키는 역할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반면 믿음으로 말미암는 의는 전혀 다른 성격을 가집니다. 바울은 신명기 30장 12–14절을 인용하여 말합니다. "믿음으로 말미암는 의는 이같이 말하되 네 마음에 누가 하늘에 올라가겠느냐 하지 말라"(롬 10:6). 이는 곧 그리스도를 하늘에서 모셔 내리려는 것과 같고, "누가 무저갱에 내려가겠느냐 하지 말라"(롬 10:7)는 곧 그리스도를 죽은 자 가운데서 모셔 올리려는 것과 같습니다.
이 말은 우리가 구원을 얻기 위해 하늘에 오르거나 땅 밑으로 내려가는 것처럼 극단적 행위를 할 필요가 없다는 뜻입니다. 구원은 인간의 도달 불가능한 노력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이미 성육신과 부활을 통해 완성된 하나님의 구속 사건을 믿음으로 받아들이는 데 있습니다.
입으로 시인하고 마음으로 믿는 믿음
"말씀이 네게 가까워 네 입에 있으며 네 마음에 있다 하였으니 곧 우리가 전파하는 믿음의 말씀이라"(롬 10:8).
이 말씀은 복음이 더 이상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매우 가까이에 있다는 것을 선언합니다. '입'과 '마음'이라는 표현은 인간의 내면 전체를 포함하는 상징으로, 단순히 언어적 고백이나 감정적 동의가 아니라 인격 전체의 신앙 고백을 의미합니다.
바울은 이어서 유명한 복음의 공식과도 같은 진리를 선언합니다. "네가 만일 네 입으로 예수를 주로 시인하며 또 하나님께서 그를 죽은 자 가운데서 살리신 것을 네 마음에 믿으면 구원을 받으리라"(롬 10:9).
여기서 '주로 시인한다'(κύριον ὁμολογήσῃς, 퀴리온 호몰로게세이스)는 단순한 이름 부름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를 자신의 주인이자 구세주로 고백하는 전인격적 신앙 고백입니다. '마음에 믿는다'(πιστεύσῃς ἐν τῇ καρδίᾳ σου, 피스튜세스 엔 테 카르디아 수)는 단지 지식으로 동의하는 것이 아니라, 존재 전체로 하나님의 구원 사역에 신뢰를 두는 것입니다.
이 고백은 인간의 구원이 단순한 외적 행위나 전통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과의 인격적 관계 안에서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강조합니다. 복음은 지극히 개인적인 고백이며, 동시에 공동체적 선포입니다. 이 고백을 통해 사람은 하나님의 자녀가 되며, 의롭다 하심을 받습니다.
바울은 이를 다시 요약하며 반복합니다. "사람이 마음으로 믿어 의에 이르고 입으로 시인하여 구원에 이르느니라"(롬 10:10). 믿음은 의롭다 하심을 받고, 시인은 구원의 완성을 향한 신앙의 외적 표현입니다. 이는 개혁주의 신학에서 말하는 '이신칭의'(Justification by Faith)와 '신앙 고백의 공동체성'을 모두 포함하는 구조입니다.
누구든지 주의 이름을 부르면 구원을 얻으리라
바울은 마지막으로 이 믿음의 길이 누구에게나 열려 있음을 강조합니다. "성경에 이르되 누구든지 그를 믿는 자는 부끄러움을 당하지 아니하리라 하니"(롬 10:11).
여기서 '부끄러움을 당하지 않는다'(καταισχυνθήσεται, 카타이스휀데세타이)는 앞서 로마서 9:33과 같은 맥락에서 반복되는 표현으로, 믿는 자가 최종적인 심판에서 결코 수치를 당하지 않는다는 복음의 확신을 담고 있습니다. 그리스도를 믿는 자는 지금도 의롭다 하심을 받지만, 장차 영광의 날에 구원을 온전히 누릴 것입니다.
"유대인이나 헬라인이나 차별이 없으니 한 분이신 주께서 모든 사람의 주가 되사 그를 부르는 모든 사람에게 부요하시도다"(롬 10:12).
이 구절은 복음의 보편성과 하나님 나라의 초민족적 확장을 선언합니다. 구원은 어떤 민족이나 배경에 국한되지 않으며, 하나님은 모든 사람의 주님이십니다. 그분은 자신을 부르는 자에게 차별 없이 구원의 풍성함을 베푸시는 분입니다.
"누구든지 주의 이름을 부르는 자는 구원을 받으리라"(롬 10:13)는 요엘서 2장 32절의 인용으로, 바울은 구약의 예언조차 복음의 보편성과 은혜를 가리키고 있음을 증명합니다. 이 말씀은 오늘도 살아 있는 약속이며, 복음 전파의 동력입니다.
결론
로마서 10장 5절부터 13절은 율법의 행위로는 결코 얻을 수 없는 의가, 믿음을 통해 모든 사람에게 주어진다는 복음의 영광을 선포합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주로 시인하고, 그의 부활을 마음으로 믿는 자는 누구든지 구원을 얻습니다. 이 복음은 유대인과 이방인, 모든 차이를 넘어 열려 있으며, 하나님은 주의 이름을 부르는 자에게 풍성한 구원을 베푸십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 복음을 부끄러워하지 말고 담대히 전하며, 우리의 입과 마음으로 주님을 증거하며 살아야 합니다.
로마서 10장 구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