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성경/신약로마서

로마서 9:6–9 약속의 자녀

BibleMeditation 2025. 4. 3.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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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이스라엘, 약속의 자녀

이스라엘의 불신과 거절은 하나님의 언약이 실패했기 때문이 아니라, 오히려 하나님의 구원 계획이 더욱 명확하게 드러나고 있음을 증거합니다. 로마서 9장 6절부터 9절은 구원에 있어서 혈통이 아닌 약속에 근거한 하나님의 주권적 선택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를 밝히며, 구속사의 깊은 논리를 펼쳐 보입니다.

 

하나님의 말씀은 결코 폐하지 않는다

바울은 로마서 9장 6절에서 아주 분명하게 선언합니다. "하나님의 말씀이 폐하여진 것 같지 않도다." 이 문장은 이스라엘의 대다수가 복음을 거절한 현실에 대한 반론처럼 들립니다. 겉으로 보면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에게 주셨던 약속이 실패한 것처럼 보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바울은 단호하게 말합니다. 하나님의 말씀, 곧 언약은 실패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하나님의 주권적 계획 속에서 더욱 정밀하고 정확하게 성취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바울은 이 선언을 뒷받침하기 위해 이렇게 설명합니다. "이스라엘에게서 난 그들이 다 이스라엘이 아니요"라는 말로 시작하여, 혈통적 유대인이 곧 하나님의 약속을 따라 선택된 자가 아님을 밝힙니다. 여기서 '이스라엘'이라는 단어는 두 겹의 의미를 갖습니다. 외형적인 민족 이스라엘과, 하나님의 언약에 따라 참된 이스라엘로 부르심을 받은 자들입니다. 바울은 구약을 통해 이 두 부류를 명확히 구분하고 있으며, 이 구분이 신약시대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하나님의 말씀이 폐하여지지 않았다'는 이 선언은 로마서 전체에서 매우 중요한 신학적 명제를 형성합니다. 하나님은 자신의 언약을 폐하거나 무효화하시는 분이 아니십니다. 오히려 인간의 실패와 불순종조차도 하나님의 뜻을 이루어가는 도구가 되게 하십니다. 이러한 하나님의 섭리는 단지 전능하신 능력의 표현이 아니라, 구속사적 사랑과 신실함의 반영입니다. 그분은 언약에 신실하시며, 그 언약은 혈통에 따라 보존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선택과 약속에 따라 지속되는 것입니다.

 

약속의 자녀, 진정한 후사

바울은 이어지는 7절과 8절에서 아브라함의 자손에 대한 신학적 설명을 전개합니다. "또 아브라함의 씨가 다 그의 자녀가 아니라 오직 이삭으로부터 난 자라야 네 씨라 불리리라 하였고... 곧 육신의 자녀가 하나님의 자녀가 아니요 오직 약속의 자녀가 씨로 여기심을 받느니라." 여기서 바울은 아브라함의 두 아들, 이스마엘과 이삭의 사례를 통해 하나님의 선택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보여줍니다.

 

이스마엘은 아브라함의 첫 번째 아들이었고, 혈통적으로 아브라함의 씨였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그를 통해 구속사의 계보를 잇지 않으셨습니다. 대신 하나님께서 약속으로 주신 아들, 이삭을 통해 하나님의 언약이 이어졌습니다. 이 차이는 단지 사람의 선택이나 인간의 노력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약속, 곧 말씀에 기반한 것입니다. '약속의 자녀'라는 표현은 헬라어로 'τὰ τέκνα τῆς ἐπαγγελίας'(타 테크나 테스 에팡겔리아스)로 기록되며, 이는 인간의 혈통이나 자격과는 무관하게 하나님의 주도적인 언약과 은혜에 따라 태어난 존재를 의미합니다.

 

바울이 말하고자 하는 핵심은 분명합니다. 하나님의 백성은 단지 혈통적으로 태어난 자들이 아니라, 하나님의 약속과 선택에 의해 태어난 자들이라는 것입니다. 이 진리는 오늘날 교회 공동체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교회는 단지 외적인 조건이나 신앙의 습관을 따라 구성된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약속에 응답한 믿음의 자녀들로 이루어진 공동체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하나님 앞에서 늘 겸손해야 하며, 나의 신앙의 기초가 나의 출신이나 행위가 아닌 하나님의 약속임을 기억해야 합니다.

 

이삭과 이스마엘의 이야기는 단순히 역사적 비교가 아니라, 영적인 진리를 담고 있는 상징이기도 합니다. 갈라디아서에서 바울은 이 이야기를 다시 인용하며, 이삭은 성령으로 난 자요, 이스마엘은 육체로 난 자라고 설명합니다. 이는 구원의 본질이 인간의 노력이나 율법의 행위가 아니라, 오직 하나님의 은혜와 성령의 역사로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강조하는 교훈이기도 합니다. 약속은 은혜입니다. 그리고 그 은혜는 항상 하나님의 선한 목적과 뜻 안에서 이루어집니다.

 

하나님의 주권 속에 드러나는 선택

바울은 9절에서 하나님의 약속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루어졌는지를 창세기의 사건을 통해 설명합니다. "약속의 말씀은 이것이니 명년 이 때에 내가 이르리니 사라에게 아들이 있으리라 하심이라." 이 말씀은 창세기 18장에서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에게 주신 직접적인 약속입니다. 당시 아브라함은 백 세, 사라는 구십 세에 가까운 나이였고, 인간적으로는 도무지 자녀를 낳을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이 상황에서 약속하셨고, 그 약속은 정확하게 성취되었습니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단어는 '약속의 말씀'입니다. 헬라어 원문에서는 'ὁ λόγος τῆς ἐπαγγελίας'(호 로고스 테스 에팡겔리아스)로 표현됩니다. 이 말은 단순한 예언이나 소망의 표현이 아니라, 하나님의 절대적이고 능동적인 선포를 의미합니다. 하나님의 말씀은 선포되는 즉시 그 안에 성취의 능력을 내포하고 있으며, 그 말씀은 시간 안에서 반드시 이루어집니다.

사라에게 아들이 있으리라는 약속은 인간의 가능성에 근거한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주권적 능력과 신실하심에 기반한 선언이었습니다. 하나님의 약속은 언제나 현실의 벽을 초월하여, 하나님의 뜻에 따라 역사합니다. 그러므로 바울은 이 사건을 통해 구원의 본질이 인간의 능력이나 조건이 아니라, 하나님의 일방적인 약속과 은혜에 있음을 선포합니다.

 

이러한 구속사의 흐름 안에서 우리는 한 가지 중요한 결론을 내릴 수 있습니다. 하나님의 선택은 결코 무작위적이거나 감정적인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오히려 하나님의 성품과 계획 안에서 치밀하게 이루어지는 은혜의 사건입니다. 하나님은 무질서하게 일하시지 않으며, 그분의 선택은 항상 구속사의 완성과 그리스도의 영광을 향한 방향성을 가집니다. 약속의 자녀는 단지 이삭 한 사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장차 오실 참된 이삭,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완성될 하나님의 백성 공동체를 예표합니다.

 

결론

로마서 9장 6절부터 9절은 하나님의 구속사가 얼마나 주권적이며 은혜로운지를 깊이 있게 드러냅니다. 혈통으로 난 자가 아니라 약속으로 태어난 자가 하나님의 백성이라는 선언은, 우리의 구원이 전적으로 하나님의 은혜임을 다시금 일깨워줍니다. 바울은 이스라엘의 실패를 통해 오히려 하나님의 뜻이 더 분명하게 드러난다고 말합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오늘도 이 약속 안에 있는 자로서, 하나님의 신실하심을 신뢰하며 살도록 부르심을 받았습니다. 약속을 주신 하나님은 그 약속을 반드시 성취하시는 분이십니다.

로마서 9장 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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