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성경/신약로마서

로마서 8:1–4 강해

BibleMeditation 2025. 4. 1.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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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죄함이 없는 자유, 성령 안에 있는 생명

로마서 8장은 사도 바울의 복음 이해가 절정에 이르는 장입니다. 7장에서 드러난 죄에 대한 절망, 그 깊은 탄식 이후 바울은 이제 한 줄기 찬란한 복음의 빛을 우리 앞에 제시합니다. 바로 정죄함이 없다는 선언, 그리고 성령 안에 주어지는 자유입니다. 로마서 8장 1절부터 4절까지는 이 놀라운 은혜의 서문과도 같으며, 성령과 죄, 율법, 의로움이 어떻게 조화를 이루며 신자의 삶을 변화시키는지를 선포합니다.

 

결코 정죄함이 없느니라 (8:1)

“그러므로 이제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자에게는 결코 정죄함이 없나니” (8:1)

 

이 절은 복음의 핵심을 가장 간결하면서도 강력하게 선포하는 말씀입니다. 바울은 “그러므로”라는 접속사로 7장의 절망적인 탄식과의 연결을 시도합니다. 죄와 사망의 법 아래에서 신음하던 자들이 이제는 완전히 다른 법, 곧 생명의 성령의 법 아래로 옮겨졌다는 선언입니다.

 

'정죄함이 없다'(κατάκριμα οὐδέν)는 표현은 단순히 죄책감을 없앤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여기서 정죄는 법정적인 선언으로서, 더 이상 하나님의 법정에서 유죄 판결을 받을 수 없다는 의미입니다. 이는 단지 현재 상태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영원한 선언입니다. ‘결코’(οὐδὲν)는 헬라어 문장 가운데 가장 강한 부정을 나타내는 단어입니다. 그리스도 안에 있는 자에게는, 지금도 미래에도 어떤 경우에도 결코 정죄함이 없다는 절대적인 약속입니다.

 

그리스도 안에 있다는 것은 단순히 예수를 믿는다는 신념 이상의 것입니다. 이는 그리스도와 연합된 존재, 그분 안에서 생명을 얻고, 죄에 대해 죽고, 새 생명 가운데 살아가는 자들을 말합니다. 이 진리는 모든 성도의 위로이자 확신이 됩니다. 우리는 스스로의 행위나 의로움이 아니라, 그리스도와의 연합으로 인해 정죄에서 벗어난 자들입니다.

 

성령의 법이 죄와 사망의 법에서 해방시켰습니다 (8:2)

“이는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생명의 성령의 법이 죄와 사망의 법에서 너를 해방하였음이라” (8:2)

 

바울은 이제 ‘왜’ 정죄함이 없는지를 설명합니다. 바로 '생명의 성령의 법'이 '죄와 사망의 법'에서 우리를 해방시켰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두 가지 법이 대비됩니다. 하나는 사망에 이르게 하는 죄의 법이고, 다른 하나는 생명을 주는 성령의 법입니다.

 

‘법’(nomos)은 여기서 하나의 영적 원리나 작동하는 능력을 의미합니다. ‘죄와 사망의 법’은 인간 안에서 죄를 자극하고, 그 결과로 죽음을 낳는 영적 메커니즘입니다. 반면에 ‘생명의 성령의 법’은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에게 생명을 불어넣고, 우리를 자유롭게 하는 하나님의 구원의 원리입니다.

 

'해방하였음이라'(ἠλευθέρωσέν)라는 동사는 과거 완료 시제이며, 단번에 완료된 구속의 사건을 의미합니다. 이는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통해 완성된 구속이 성령을 통해 개인에게 적용되었음을 말합니다. 우리는 더 이상 죄와 사망에 묶인 자가 아니라, 성령의 능력으로 자유를 누리는 자들입니다.

 

이 자유는 무질서한 방종이 아니라, 하나님 앞에서의 새 삶, 곧 의와 생명을 향한 새로운 질서 속의 자유입니다. 이것은 하나님의 생명을 우리 안에 불어넣어 주시는 성령의 사역이며, 우리로 하여금 죄의 지배에서 벗어나 하나님을 향해 살 수 있게 하는 능력입니다.

 

율법이 할 수 없던 것을 하나님이 하셨습니다 (8:3–4)

“율법이 육신으로 말미암아 연약하여 할 수 없는 그것을 하나님은 하시나니…” (8:3상)

 

바울은 율법이 선하고 거룩하지만, 인간의 육신, 곧 타락한 본성으로 인해 율법이 인간을 구원할 수 없음을 다시 확인합니다. 율법은 거울처럼 죄를 비추지만, 죄를 제거할 수는 없습니다. 인간의 육신은 율법을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연약하며, 그로 인해 율법은 구원에 이르지 못하는 한계를 지닙니다.

 

“…죄를 인하여 자기 아들을 죄 있는 육신의 모양으로 보내어 육신에 죄를 정하사” (8:3하)

 

하나님께서는 이 문제를 해결하시기 위해 자기 아들을 보내셨습니다. 예수님은 '죄 있는 육신의 모양'(ὁμοιώματι σαρκὸς ἁμαρτίας)으로 오셨습니다. 이는 그분이 실제로 죄를 지은 자는 아니지만, 죄인과 동일한 인간의 몸을 입고 오셨다는 의미입니다. 이 표현은 그리스도의 성육신과 무죄성을 동시에 지키는 정교한 신학적 표현입니다.

 

‘죄에 대하여 정하사’는 법적인 선언입니다. 하나님은 예수님의 십자가에서 죄를 단죄하셨습니다. 우리의 죄가 그리스도에게 전가되었고, 그분의 죽음을 통해 죄의 형벌이 완전히 처리되었습니다. 율법이 할 수 없었던 ‘죄에 대한 형벌의 집행’을 하나님은 십자가를 통해 완성하신 것입니다.

 

“육신을 따르지 않고 그 영을 따라 행하는 우리에게 율법의 요구가 이루어지게 하려 하심이라” (8:4)

 

하나님이 이 모든 일을 행하신 목적은 ‘율법의 요구가 이루어지게 하려 함’에 있습니다. 율법의 요구는 단지 외적인 행위의 수준을 넘어서, 온전한 의와 거룩함을 가리킵니다. 성령 안에 있는 자들은 더 이상 자기 힘으로 율법을 이루려 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성령께서 우리 안에 하나님의 뜻을 이루어 가십니다.

 

‘육신을 따르지 않고 그 영을 따라 행하는 우리’라는 표현은 성화의 삶을 묘사합니다. 성령을 따라 행하는 삶은 날마다 자신을 부인하고, 말씀과 기도로 성령의 인도를 받아 살아가는 실천적 신앙입니다. 이는 율법 아래 사는 것이 아니라, 은혜 아래에서 성령의 능력으로 율법의 본래 목적을 이루어 가는 삶입니다.

 

결론

로마서 8장 1절부터 4절까지는 복음이 주는 완전한 자유와 확신의 선포입니다. 그리스도 안에 있는 자에게는 더 이상 정죄함이 없으며, 성령의 법이 우리를 죄와 사망의 법에서 완전히 해방하셨습니다. 율법이 할 수 없던 것을 하나님은 그리스도를 통해 이루셨고, 이제 우리는 성령을 따라 살아가며 하나님의 뜻을 이루어 가는 자들입니다. 이것이 참된 복음의 능력이요, 성도의 특권이며,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신 새로운 삶의 질서입니다.

로마서 8장 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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