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성경/신약로마서

로마서 강해 5:1-5 칭의의 결과로 누리는 복

BibleMeditation 2025. 3. 28.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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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의의 열매, 은혜의 자리에서 누리는 복

로마서 5장은 믿음으로 의롭다 하심을 받은 자가 이제 어떤 삶을 살아가게 되는지를 분명히 보여주는 말씀입니다. 바울은 1절부터 5절까지를 통해, 칭의의 결과로 주어지는 세 가지 복, 곧 하나님과의 화평, 환난 가운데서도 즐거워할 수 있는 소망, 그리고 성령으로 말미암은 하나님의 사랑을 설명합니다. 이 복들은 단지 감정적인 안정이 아니라, 구속사적 실제를 바탕으로 한 성도의 현재적 축복이며, 장차 완성될 구원에 대한 확실한 보증입니다.

하나님과의 화평, 은혜의 자리에 서게 된 의인 (5:1-2)

“그러므로 우리가 믿음으로 의롭다 하심을 받았으니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하나님과 화평을 누리자”(5:1).

바울은 “그러므로”(Οὖν, 운)이라는 말로 앞 장의 내용을 요약하며 연결하고 있습니다. 1장부터 4장까지 바울은 인간의 전적 타락과 행위로는 의롭다 함을 받을 수 없음을 설명했고, 오직 믿음으로 의롭다 하심을 받는다는 복음을 선포했습니다. 이제 그는 그 결과로 주어지는 축복을 나열하며, 성도의 현재 위치가 어떤지를 밝힙니다.

먼저, 믿음으로 의롭다 하심을 받은 자는 하나님과 화평을 누린다고 선언합니다. 여기서 ‘화평’(εἰρήνη, 에이레네)은 단지 감정적인 평안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원수 되었던 관계가 끝나고, 하나님과의 법적, 존재적 갈등이 해결된 상태를 의미합니다. 이 화평은 예수 그리스도를 통한 것입니다. 십자가에서 하나님의 진노가 만족되었기에, 이제 하나님과 우리는 화목하게 되었습니다.

2절은 이렇게 이어집니다. “또한 그로 말미암아 우리가 믿음으로 서 있는 이 은혜에 들어감을 얻었으며 하나님의 영광을 바라고 즐거워하느니라.”

이 말씀에서 바울은 '들어감을 얻었다'(προσαγωγήν, 프로사고겐)고 표현합니다. 이 단어는 '접근함', '소개받음'이라는 의미로, 궁중에 들어가는 백성이 왕 앞에 소개되는 장면을 연상시킵니다. 예수 그리스도로 인해 우리는 이제 하나님의 은혜의 보좌 앞에 담대히 나아갈 수 있는 신분이 되었습니다. 이는 단지 한 번의 입장이 아니라, 계속해서 그 자리에 머무를 수 있는 지속적 특권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바울은 이 은혜의 자리에 선 자들이 ‘하나님의 영광을 바라고 즐거워한다’고 말합니다. 여기서 '즐거워하다'(καυχώμεθα, 카우코메타)는 자랑하다, 기뻐하다의 뜻인데, 단순한 감정적 환희가 아니라, 확고한 소망에 기초한 영적 기쁨입니다. 믿음으로 의롭다 하심을 받은 성도는 현재의 은혜 속에 살며, 동시에 미래의 영광을 바라보며 기뻐합니다.

환난 중에도 기뻐하는 이유 (5:3-4)

“다만 이뿐 아니라 우리가 환난 중에도 즐거워하나니”(5:3). 바울은 이제 전혀 예상치 못한 전환을 이룹니다. 하나님의 은혜 가운데 서 있는 자가 왜 환난 가운데서도 즐거워할 수 있는가를 설명하는 것입니다.

여기서 '환난'(θλῖψις, 틀립시스)은 단순한 어려움을 넘어, 믿음으로 인한 압박, 고통, 심리적 갈등을 포함한 전방위적 고난을 뜻합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바울은 환난 자체를 기뻐한다고 말합니다. 왜냐하면 이 환난은 성도의 성숙을 위한 하나님의 훈련 도구이기 때문입니다.

바울은 환난이 인내를, 인내가 연단을, 연단이 소망을 이루어낸다고 말합니다. 이것은 단순한 인과관계가 아니라, 하나님께서 구속사적으로 계획하신 성화의 과정입니다. ‘인내’(ὑπομονή, 휘포모네)는 단순히 참고 견디는 수동적 태도가 아니라, 능동적으로 하나님을 신뢰하며 견디는 믿음의 태도를 의미합니다. 이 인내는 곧 ‘연단’(δοκιμή, 도키메), 즉 시험을 통과하여 입증된 믿음을 만들어냅니다.

‘연단된 믿음’은 결국 ‘소망’을 낳습니다. 이는 허무한 기대가 아니라, 하나님께서 약속하신 영광에 대한 확신이며, 그 소망은 절대로 실망시키지 않습니다. 바울이 말하는 이 소망은 신자 개인의 심리적 안정이 아니라, 종말론적 완성을 내다보는 구속사적 소망입니다. 결국 환난은 성도를 하나님 나라의 완성된 형상으로 빚어가는 통로가 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환난을 피하려 하기보다, 그 안에서 하나님의 뜻을 묻고, 인내로 반응하며, 그 속에서 자라나는 소망을 경험해야 합니다. 이는 참된 신자의 삶이며, 믿음이 삶 속에서 뿌리를 내리는 방식입니다.

성령으로 말미암아 부어진 하나님의 사랑 (5:5)

이제 바울은 이 모든 것의 근거가 무엇인지, 어떻게 우리가 이런 복된 삶을 살 수 있는지를 말합니다. “소망이 우리를 부끄럽게 하지 아니함은 우리에게 주신 성령으로 말미암아 하나님의 사랑이 우리 마음에 부은 바 됨이니.”

바울은 소망이 결코 신자를 실망시키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왜냐하면 그 소망은 우리의 열심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성령께서 우리 마음에 하나님의 사랑을 부어주심으로 확정되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부은 바 됨’(ἐκκέχυται, 에케퀴타이)은 풍성하게, 넘치도록 쏟아부어진다는 의미를 지닌 현재 완료형 동사입니다. 이는 한 번의 사건이 아니라, 지속적이고 결정적인 행위임을 나타냅니다.

하나님의 사랑은 단지 정보가 아니라, 성령께서 우리 안에 주관적으로 체험하게 하시는 실제입니다. 이 사랑은 죄인 되었을 때에도 우리를 위해 죽으신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확증된 사랑이며, 그 사랑이 성령을 통해 우리 마음에 확증되는 것입니다. 이 사랑은 우리가 환난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소망을 품을 수 있는 이유입니다.

그러므로 성령 충만은 단지 은사나 능력의 문제 이전에, 하나님의 사랑에 대한 깊은 확신과 연결됩니다. 성령은 우리로 하여금 하나님을 ‘아빠, 아버지’라고 부르게 하시며(롬 8:15), 그 사랑 안에 거하게 하십니다. 이 사랑을 아는 자만이 환난 속에서도 낙심하지 않고, 하나님의 영광을 바라보며 믿음의 길을 걸어갈 수 있습니다.

결론: 칭의는 단지 과거의 사건이 아니다

로마서 5장 1절부터 5절은 믿음으로 의롭다 하심을 받은 자에게 주어지는 현재적이고 능동적인 삶의 복을 선명하게 보여줍니다. 하나님과의 화평, 은혜의 자리에서 누리는 담대함, 환난 가운데서조차 자라나는 소망, 그리고 성령을 통해 날마다 체험하는 하나님의 사랑. 이것이 칭의의 열매이며, 신자의 일상에서 실제로 누릴 수 있는 구원의 실체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과거에 구원받았다는 사실에 안주하지 않고, 오늘도 그 은혜의 자리에서 믿음으로 서 있어야 합니다.

로마서 5장 요약 및 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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