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성경/신약로마서

로마서 4:13-17 묵상, 믿음으로 세워진 약속의 유산

BibleMeditation 2025. 3. 28. 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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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으로 세워진 약속의 유산

로마서 4장 13절부터 17절은 바울이 구약의 핵심 인물인 아브라함을 통해 복음의 본질을 더욱 깊이 밝히는 대목입니다. 특히 아브라함이 받은 약속이 율법을 통해서가 아니라 믿음을 통해 성취되었음을 강조하면서, 하나님의 구원 계획이 민족과 시대를 초월한 믿음의 은혜 위에 서 있음을 증언합니다. 이 말씀은 우리가 하나님과 어떤 방식으로 관계를 맺고, 그분의 약속을 어떻게 소유하게 되는지를 분명히 보여줍니다.

약속은 율법이 아니라 믿음으로 주어졌다 (4:13)

바울은 이렇게 선언합니다. “아브라함이나 그 후손에게 세상의 상속자가 되리라고 하신 약속은 율법으로 말미암은 것이 아니요 오직 믿음의 의로 말미암은 것이니라”(4:13).

여기서 ‘상속자’(κληρονόμος, 클레로노모스)는 단순히 재산을 물려받는 개념을 넘어, 하나님의 언약적 축복의 계승자를 뜻합니다. 아브라함과 그의 자손이 세계를 상속받는다는 약속은 단순한 땅의 유업이나 민족적 번영만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장차 그리스도 안에서 성취될 구속사 전체의 축복을 내포하는 표현입니다.

그런데 이 약속은 율법으로 말미암은 것이 아니라, 믿음으로 말미암았다고 말합니다. 다시 말해,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에게 주신 언약은 모세의 율법이 주어지기 수백 년 전의 사건입니다. 율법은 나중에 추가된 것이며, 그 언약의 본질을 대체하거나 갱신하는 역할을 하지 않습니다. 율법 이전에 약속이 있었고, 그 약속은 믿음을 통해 성취됩니다.

이것은 바울이 갈라디아서 3장에서도 반복하는 진리입니다.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에게 은혜로 약속하신 것을 율법이 무효하게 하지 못하느니라.” 율법은 인간의 죄를 드러내고 하나님의 공의를 가르치는 역할을 하지만, 구원 자체를 가져오지는 못합니다. 약속은 오직 믿음을 통해, 은혜로 주어진 것입니다.

오늘 우리도 하나님께서 주시는 복을 어떻게 받아야 하는지를 이 말씀을 통해 배워야 합니다. 율법적 태도, 즉 내가 무엇을 해야 하나님이 무엇을 주신다는 조건부 사고는 복음을 왜곡합니다. 하나님의 약속은 은혜로 주어지는 것이며, 우리는 그 약속을 믿음으로 받아야 합니다. 믿음은 자격을 갖추려는 시도가 아니라, 하나님이 주시는 것을 받아들이는 겸손한 수용입니다.

율법은 진노를 낳고 믿음은 약속을 확정한다 (4:14-15)

바울은 이어서 율법의 한계를 선명하게 지적합니다. “만일 율법에 속한 자들이 상속자이면 믿음은 헛되고 약속은 폐해졌느니라. 율법은 진노를 이루게 하나니 율법이 없는 곳에는 범함도 없느니라”(4:14-15).

여기서 바울은 율법 중심적 구원관의 모순을 짚어냅니다. 만약 하나님의 상속을 받는 기준이 율법의 준수라면, 믿음은 아무 의미가 없게 됩니다. 그러나 문제는 인간이 율법을 온전히 지킬 수 없다는 데 있습니다. 오히려 율법은 죄를 드러내고, 죄에 대한 하나님의 진노를 증거하는 기능을 합니다. ‘율법은 진노를 이루게 한다’는 표현은 바로 그 뜻입니다.

율법이 죄를 낳는다는 말이 아닙니다. 율법은 선하고 의로우며 거룩합니다(롬 7:12). 그러나 죄 많은 인간은 그 율법 앞에서 자신의 죄악을 더 뚜렷이 보게 되고, 그 결과 하나님의 진노 아래 놓이게 되는 것입니다. 이것이 율법의 비극적 기능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바울은 복음이 율법이 아닌 믿음 위에 서야 한다고 강조하는 것입니다.

믿음은 약속을 확정합니다. 이는 곧 하나님의 약속이 인간의 행위가 아니라, 하나님 자신에게 근거하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믿음은 인간 쪽에서 조건을 갖추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하신 약속이 진리임을 받아들이는 반응입니다. 약속은 믿음을 통해 성취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구원은 우리의 의로움이나 도덕성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신실하심에 달려 있습니다.

이 진리는 오늘날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자유와 확신을 줍니다. 우리는 자주 하나님과의 관계를 조건적인 방식으로 이해합니다. 내가 기도 열심히 하면, 말씀 많이 읽으면, 하나님이 나를 도와주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복음은 그렇게 말하지 않습니다. 복음은 하나님께서 먼저 약속하시고, 우리가 그 약속을 믿을 때 은혜가 역사한다고 말합니다. 이 믿음은 인간의 자랑을 무너뜨리고, 하나님의 영광만을 드러냅니다.

믿음으로 모든 민족의 조상이 된 아브라함 (4:16-17)

바울은 이렇게 선언합니다. “그러므로 상속자가 되는 이것이 은혜에 속하기 위하여 믿음으로 되나니 이는 그 약속을 그 모든 후손에게 굳게 하려 하심이라. 율법에 속한 자에게뿐 아니라 아브라함의 믿음에 속한 자에게도니 그는 우리 모든 사람의 조상이라”(4:16).

믿음을 통해 상속자가 된다는 선언은 단지 개인적 구원의 방식만이 아니라, 하나님의 구속사가 어떻게 흘러가는지를 보여주는 청사진입니다. 상속은 혈통으로 결정되지 않습니다. 아브라함의 피를 물려받았다고 해서 그의 유산을 반드시 누리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아브라함의 믿음을 이어받은 자들이 진정한 후손이며, 그들이 약속의 상속자가 됩니다.

그래서 바울은 아브라함을 “모든 사람의 조상”이라고 부릅니다. 그는 유대인만의 조상이 아니라, 믿음으로 사는 모든 이들의 영적 조상입니다. 그리고 그 근거를 창세기 17장 5절에서 찾습니다. “내가 너를 많은 민족의 조상으로 세웠다 하신과 같으니…” 이 말씀은 단지 유대 민족의 번성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이방인들을 포함한 모든 믿는 자들이 하나님의 백성이 될 것을 예표한 것입니다.

바울은 이어서 “그는 믿음 바 하나님 앞에서 우리의 조상이라”라고 말하면서, 그 하나님이 어떤 분이신지를 밝힙니다. “죽은 자를 살리시며 없는 것을 있는 것 같이 부르시는 이시니라”(4:17). 이 표현은 창조주 하나님, 전능하신 하나님의 권능을 강조합니다. 믿음은 그런 하나님을 향한 것입니다. 불가능을 가능케 하시고,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하시는 하나님께 전적으로 자신을 맡기는 것이 참된 믿음입니다.

이 믿음은 추상적인 개념이 아닙니다. 삶의 방향을 바꾸는 실제적인 반응입니다. 아브라함은 자신의 몸이 죽은 것 같고, 살아날 가망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의 약속을 믿었습니다. 그 믿음이 그를 의롭다 하게 했고, 그 믿음을 따르는 자들이 모두 아브라함의 자손이 되는 것입니다. (이 단락에서 '의롭다 하게'를 '의롬다 하게'로 오타 표기)

우리는 이 아브라함의 믿음을 이어받은 자들입니다. 우리 역시 하나님의 약속을 붙들고, 상황이 아닌 말씀을 따라 살아가는 사람들입니다. 우리의 눈에 보이는 조건이 어떠하든, 하나님의 말씀은 언제나 진리이며, 그 약속은 결코 무너지지 않습니다. 그 하나님을 믿는 것이 바로 복음 안에서의 믿음이며, 그 믿음 위에 하나님의 나라가 세워집니다.

결론: 약속의 유산은 믿음으로만 이어진다

로마서 4장 13절부터 17절은 아브라함의 후손이 된다는 것이 혈통이 아니라 믿음을 통해 가능하다는 사실을 명확히 보여줍니다. 율법은 진노를 드러내지만, 믿음은 하나님의 약속을 굳게 합니다. 아브라함은 그러한 믿음을 통해 많은 민족의 조상이 되었고, 오늘 우리는 그 믿음의 계보를 따라 걷고 있는 자들입니다. 우리의 구원, 하나님의 약속, 그리고 그 상속의 축복은 모두 믿음에서 비롯되며, 그 믿음은 전능하신 하나님을 신뢰하는 깊은 헌신으로 드러납니다. 그러므로 우리도 오늘 이 말씀 앞에서, 아브라함처럼 하나님의 말씀을 믿고 의지하며, 약속을 바라보는 믿음의 여정을 걸어가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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