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성경/신약로마서

로마서 2장 묵상

BibleMeditation 2025. 3. 28.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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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의 공의 앞에 선 사람

하나님의 진리는 인간의 변명과 위선을 넘어서 우리를 심판의 자리에 세웁니다. 로마서 2장은 겉으로는 율법을 자랑하지만 실상은 율법을 어기는 자들을 향한 하나님의 심판을 밝히 드러냅니다. 이는 단지 유대인을 향한 책망이 아니라, 우리 모두를 향한 깊은 영적 도전이기도 합니다.

겉과 속이 다른 자들을 향한 경고

로마서 2장은 첫 구절부터 강한 어조로 시작합니다. "그러므로 남을 판단하는 사람아, 누구를 막론하고 네가 핑계하지 못할 것은..."(2:1). 이 말씀은 우리 안의 위선을 정면으로 지적합니다. 겉으로는 남을 정죄하면서, 정작 그 행위를 자기 자신도 행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는 단순한 윤리적 모순을 넘어서, 하나님의 공의를 무시하는 태도입니다.

바울은 여기서 매우 정밀한 신학적 구조를 가지고 논리를 전개합니다. 유대인은 율법을 가졌고, 이방인은 양심과 자연법을 통해 하나님의 뜻을 알고 있다는 점을 전제하면서, 그 누구도 하나님의 심판에서 예외일 수 없음을 말합니다. 인간은 외모로 보나, 자기가 속한 문화나 종교로 보나, 스스로 의롭다 할 수 없는 존재입니다. 하나님의 판단은 사람의 겉모습이나 입술의 고백이 아니라 그 마음의 은밀한 것까지 아시는 진리의 판단입니다(2:16).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단어는 "진리"입니다. 헬라어로는 '알레데이아'(ἀλήθεια)인데, 이는 단순히 사실(fact)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성품과 일치되는 진실함(truthfulness)을 의미합니다. 그러므로 하나님의 판단은 단지 외적인 행위의 나열이 아니라, 그 중심이 하나님과의 관계 안에서 얼마나 진실했는가를 보십니다.

율법과 행위, 그리고 마음의 할례

바울은 유대인들이 율법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율법을 스스로 어기면서 자랑하고 있는 모습을 고발합니다. "율법을 자랑하면서 율법을 범함으로 하나님을 욕되게 하느냐"(2:23)는 이 말씀은 오늘날 우리에게도 깊은 찔림이 됩니다. 말씀을 많이 알고 있다고 해서, 그것이 우리의 의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말씀을 아는 자로서 더 엄중한 책임이 따릅니다.

바울은 유대인과 이방인의 경계를 허물며 참 유대인이 누구인가에 대한 정의를 새롭게 제시합니다. 그것은 혈통이나 외적인 한례가 아니라, 마음의 한례를 받은 사람입니다. 여기서 "마음의 한례"는 성령의 내적인 역사로 말미암아 죄에 대해 민감하고 하나님 앞에 겸손해진 상태를 말합니다.

헬라어로 '한례'는 '페리토메'(περιτομή)인데, 이는 '잘라내다'는 뜻입니다. 외적인 표시로서의 한례가 아니라, 마음 안에 있는 죄의 고집과 교만을 잘라낸 상태, 그것이 바로 하나님이 인정하시는 한례입니다. 다시 말해, 참된 유대인은 그 마음 중심에서부터 하나님을 두려워하고 그 뜻에 순종하는 자입니다.

이것은 오늘날 신앙생활을 하는 우리에게도 직접적으로 적용됩니다. 교회에 다닌다고 해서, 직분을 가졌다고 해서, 또는 성경을 많이 안다고 해서 우리가 참된 하나님의 백성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마음의 한례를 받았는가, 성령께서 우리의 중심을 주장하고 계신가, 그 여부가 진짜 기준입니다. 이점에서 보면 우리도 유대인들처럼 착각할 수 있습니다. 겉으로 보기에 경건한데도 실제로는 내 안에 아무 변화도 없다면, 그것은 경건의 모양만 있는 상태입니다.

하나님의 오래 참으심과 회개의 기회

바울은 하나님의 심판을 말하면서 동시에 그분의 인자하심과 오래 참으심을 언급합니다. "혹 네가 하나님의 인자하심이 너를 인도하여 회개하게 하심을 알지 못하여 그의 인자하심과 용납하심과 오래 참으심의 풍성함을 멸시하느냐"(2:4). 이 말씀은 우리에게 강한 회개의 촉구이자, 하나님의 사랑을 드러내는 복음의 메시지입니다.

하나님은 심판의 하나님이지만, 동시에 회개의 기회를 주시는 분이십니다. 우리는 그 기회를 자꾸 뒤로 미루다가 하나님의 진노를 자초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자기 의'에 빠진 사람은 회개의 기회를 쉽게 놓칩니다. 자기가 괜찮다고 여기기 때문에 하나님의 말씀 앞에서 울지도 않고, 가슴을 치지도 않습니다.

이처럼 로마서 2장은 겉으로는 율법을 따르지만 마음은 하나님과 멀어진 자들을 향한 경고입니다. 이는 유대인만이 아니라, 신앙생활을 오래 해 온 우리 모두에게 해당됩니다. 하나님의 심판은 공평하시며, 각 사람의 행위대로 갚으십니다. 그리고 그 판단은 사람의 눈이 아니라, 하나님 앞에서의 진실한 모습으로 결정됩니다. 이 말씀은 우리로 하여금 하나님 앞에서 더욱 겸손하고, 내면의 성찰로 나아가게 만듭니다.

바울은 여기서 명확하게 말합니다. "하나님은 외모로 사람을 취하지 아니하시느니라"(2:11). 이 한 구절은 하나님 나라의 통치 원리를 드러냅니다. 우리는 사람의 겉모습과 말에 쉽게 속지만, 하나님은 중심을 보십니다. 그러므로 중심이 무너진 채 경건을 흉내 내는 것은, 결국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결론: 중심을 살피시는 하나님 앞에서

로마서 2장은 우리로 하여금 경건의 본질로 돌아가게 만듭니다. 겉모습이 아니라, 마음 깊은 곳에서 하나님의 말씀에 반응하는 삶을 살라고 촉구합니다. 그분은 오래 참으시되, 결국 공의로 심판하십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하나님의 인자하심 앞에서 스스로를 돌아보며, 날마다 마음의 한례를 받아야 합니다. 지금이 바로 그 회개의 기회이며, 하나님은 그 중심의 변화를 기뻐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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