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서 16:21-23 강해 바울과 함께한 동역자들
복음 안에서 함께 걸어가는 이름들
로마서는 사도 바울이 기록한 가장 신학적인 서신으로, 복음의 핵심을 정리하고 교회의 본질을 드러내는 중요한 말씀입니다. 하지만 로마서의 마지막 장은 의외로 수많은 인물들의 이름으로 채워져 있습니다. 21절부터 23절까지는 바울 곁에서 함께 수고했던 동역자들의 인사가 담겨 있습니다. 이들은 단지 기록상의 이름이 아니라, 복음의 역사 속에서 함께 수고하고, 고난을 나누며, 교회를 세워온 살아 있는 증인들입니다. 이들의 이름을 통해 우리는 복음의 공동체가 어떻게 세워지는지를 배우게 됩니다.
바울과 함께한 동역자들
바울은 먼저 자신과 함께 있는 디모데를 언급합니다. “나의 동역자 디모데도 너희에게 문안하고”라고 말하며, 디모데를 단지 제자가 아닌 ‘동역자’로 소개합니다. 헬라어로 ‘συνεργός(쉬네르고스)’, 이는 함께 수고하는 자, 곧 바울과 동일한 비전을 가지고 복음을 위해 헌신한 사람이라는 의미입니다. 디모데는 바울에게 있어서 매우 특별한 인물이었습니다. 믿음의 아들이자 사역의 계승자였으며, 많은 서신에서 바울과 함께 이름을 올릴 정도로 신뢰를 받았던 인물입니다.
이어서 “나의 친척 누기오와 야손과 소시바더도 문안하느니라”라고 이어집니다. 이들에 대해 구체적인 설명은 없지만, 바울은 이들을 ‘친척’이라 부릅니다. 이는 혈연일 수도 있고, 같은 유대인이라는 민족적 의미일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들이 바울과 같은 민족, 같은 복음의 뿌리를 공유하고 있으며, 고난 속에서도 그와 함께한 신실한 동역자들이라는 점입니다.
특히 야손은 사도행전 17장에서 데살로니가에서 바울을 숨겨 주었던 인물로 알려져 있으며, 소시바더는 행 20:4에서 바울의 전도 여행에 함께한 자로 등장합니다. 이들은 단순히 문안만을 전하는 자들이 아닙니다. 바울과 함께 복음을 전했고, 박해 속에서도 믿음을 지킨 자들이었습니다. 이런 인물들이 있다는 것은, 사도 바울의 사역이 결코 혼자의 힘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님을 보여줍니다. 복음은 언제나 공동체 속에서 전파되고, 확장되며, 지켜지는 것입니다.
바울의 서기 더디오와 그의 고백
22절에서 바울은 서신을 기록한 사람을 소개합니다. “이 편지를 기록하는 나 더디오도 주 안에서 너희에게 문안하노라.” 바울은 대부분의 서신을 자신의 손으로 직접 쓰지 않고, 구술하여 서기가 받아적는 방식을 사용했습니다. 이 경우 더디오가 바울의 말을 받아 기록한 자였습니다. 그는 단순한 필기자가 아닙니다. 복음의 메시지를 듣고 그것을 문서화한 중대한 사명을 감당한 인물입니다.
더디오라는 이름은 로마식 이름으로, 그가 로마 시민권을 가진 이방인일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그의 이름은 성경에 이곳에서만 등장하지만, 이 짧은 언급만으로도 우리는 그가 얼마나 귀한 사역을 감당했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그는 바울의 서신을 가장 가까이에서 들은 사람이었고, 그 감동과 진리를 마음에 새기며 기록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는 단순히 이름만을 언급하는 것이 아니라, ‘주 안에서 너희에게 문안한다’며 믿음의 교제를 표현합니다.
이는 우리에게 중요한 교훈을 줍니다. 교회 안에는 눈에 보이는 사역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말씀을 기록하고, 조용히 돕고, 눈에 띄지 않지만 중요한 역할을 감당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더디오는 그런 자들의 대표입니다. 하나님의 나라는 이런 겸손한 헌신으로 세워져 갑니다.
고린도 교회와 바울의 후원자 가이오
23절에서는 바울이 당시 머물고 있던 장소, 곧 고린도에서의 상황을 보여주는 인물들이 등장합니다. “나와 온 교회의 주인 되는 가이오가 너희에게 문안하고”라고 말합니다. 이 가이오는 고린도전서 1장 14절에 등장하는 인물로, 바울이 직접 세례를 준 사람입니다. 그는 고린도 교회에서 바울과 성도들을 자신의 집에 머물게 하며 후원했던 인물로 추정됩니다.
바울은 그를 ‘온 교회의 주인’이라 표현하는데, 이는 단지 재정적 후원자라는 의미를 넘어서, 자신의 집을 교회 공동체에 온전히 열었던 자였다는 뜻입니다. 그의 집은 단지 거처가 아니라, 실제로 교회가 모이고 예배하고 교제하는 장소였습니다. 이런 후원이 있었기에 바울은 사역을 감당할 수 있었고, 복음은 그 지역에 뿌리를 내릴 수 있었습니다.
이어서 ‘이 성의 제무관 에라스도와 형제 구아르도도 너희에게 문안하느니라’는 인사가 이어집니다. 에라스도는 로마서에서만이 아니라, 디모데후서 4장 20절, 사도행전 19장 22절에도 등장하는 인물로, 당시 고린도 시에서 행정적인 책임을 맡았던 사람입니다. 제무관, 즉 재정 담당 관리로서 도시의 재정을 운영하던 자였는데, 그런 자가 복음 안에서 바울의 동역자가 되었다는 것은 매우 놀라운 일입니다. 당시 사회에서 고위 관직자가 기독교인이 된다는 것은 사회적 불이익이나 박해를 각오해야 하는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구아르도에 대해서는 별다른 기록이 없지만, 바울은 그를 ‘형제’라 부르며 함께 문안을 전하게 합니다. 이는 그가 신실한 믿음의 지체로, 바울과 복음 안에서 교제를 나눈 자임을 보여줍니다. 이런 다양한 신분과 배경의 사람들이 하나 되어 문안을 전하고, 로마 교회와 연결되고 있다는 사실은, 복음의 위대한 통합 능력을 보여줍니다. 복음은 유대인과 이방인, 높은 자와 낮은 자, 남자와 여자, 종과 자유인을 하나 되게 합니다. 이 연합은 그리스도 안에서만 가능한 것입니다.
결론
로마서 16장 21절부터 23절까지는 단순한 인사 목록이 아닙니다. 그 안에는 복음의 공동체가 어떻게 세워지는지, 교회가 어떤 관계 안에서 성장하는지를 보여주는 놀라운 증언이 담겨 있습니다. 바울은 단지 개인의 사도로서가 아니라, 수많은 이름 없는 동역자들과 함께 복음을 전했으며, 그들의 헌신과 수고는 하나님 나라를 이루는 거룩한 역사로 남았습니다. 오늘 우리도 이 이름들 속에서 우리의 이름을 발견할 수 있어야 합니다. 겉으로 드러나든 드러나지 않든, 우리는 모두 복음 안에서 하나님의 일을 함께 감당하는 동역자입니다. 그러므로 복음을 위해 오늘도 우리의 자리에서 충실하게 살아가며, 교회를 세우고, 믿음을 전하는 삶으로 응답하는 성도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로마서 16장 구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