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성경/신약로마서

로마서 15:30-33 강해, 바울의 로마 방문 계획

BibleMeditation 2025. 4. 6.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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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의 뜻 안에서 함께 싸우는 기도의 동역자

사도 바울은 로마서를 마무리하면서 자신의 사역을 위한 간절한 기도 요청을 덧붙입니다. 그것은 단순한 인사말이나 형식적인 부탁이 아닙니다. 그는 복음 사역의 현실적인 위험과 영적 전쟁을 알고 있었고, 이를 위해 로마 성도들의 기도 동역을 진심으로 요청합니다. 이 짧은 본문 속에는 사역자의 마음, 기도의 본질, 공동체의 연합, 그리고 하나님의 평강이 녹아 있습니다. 오늘 우리는 이 말씀을 통해 기도와 동역의 의미를 새롭게 되새기게 됩니다.

 

기도로 함께 싸우는 동역자

30절에서 바울은 “형제들아 내가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고 성령의 사랑으로 말미암아 너희에게 권하노니 너희 기도에 나와 힘을 같이하여 나를 위하여 하나님께 빌라”고 말합니다. 그는 ‘권한다’는 표현을 씁니다. 헬라어로 ‘파라칼레오(παρακαλέω)’라는 이 단어는 단순한 요청을 넘어, 권면과 호소를 동시에 내포하는 단어입니다. 바울은 지금 어떤 이론적 설득이 아니라, 마음을 다해 간절히 부탁하고 있는 것입니다.

 

바울은 자신의 권면의 근거를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고 성령의 사랑으로 말미암아”라고 밝힙니다. 이 표현은 삼위일체의 신학을 은연중에 드러내며, 기도라는 행위가 성부 하나님께 드려지지만, 그 기도의 동기는 예수 그리스도의 사역 안에서 가능하고, 성령께서 우리 안에 사랑으로 역사하심으로 함께하게 된다는 점을 말해줍니다. 곧 기도는 삼위 하나님의 사역에 동참하는 행위이며, 단순히 인간의 의지가 아닌, 하나님으로부터 비롯된 신령한 요청입니다.

 

여기서 ‘너희 기도에 나와 힘을 같이하여’라는 말은 헬라어로 ‘수나고니조마이(συναγωνίζομαι)’인데, 이는 '함께 싸우다, 함께 씨름하다'는 뜻입니다. 바울은 기도를 단순히 조용한 명상이나 간구로 보지 않았습니다. 그는 기도를 영적 전투로 보았고, 그 전투에서 자신이 홀로 싸우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 것입니다. 이 표현은 마치 운동선수들이 함께 격투 시합에 나서듯, 성도들이 기도의 전장에 함께 뛰어들 것을 요청하는 것입니다. 기도는 단순히 "하나님, 도와주세요" 하는 말의 나열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을 붙들고 영적 실재와 씨름하는 거룩한 싸움입니다.

 

바울은 자신이 복음을 전하는 여정 속에서 수많은 반대와 핍박을 경험했습니다. 그는 지금 예루살렘으로 가는 길에서 많은 위험을 예감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는 형식적인 기도 부탁이 아니라, 생명의 위협과 사역의 중대함을 놓고 함께 씨름해 줄 것을 요청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는 모든 복음 사역자가 가져야 할 영적 감각이며, 모든 성도가 감당해야 할 기도의 책임이기도 합니다.

 

두 가지 기도 제목의 실질적 요청

바울은 이어서 두 가지 구체적인 기도 제목을 나열합니다. 첫째는 31절에 나오는 “나로 유대에 있는 순종하지 아니하는 자들로부터 건짐을 받게 하고”입니다. 그는 예루살렘에서 유대인들로부터 극심한 반대를 받을 것을 예상하고 있었습니다. 실제로 사도행전 21장 이하를 보면, 이 기도는 현실이 됩니다. 유대인들이 바울을 붙잡아 죽이려 했고, 그는 결국 로마 시민권을 사용하여 간신히 로마로 이송됩니다. 바울은 이 일들이 단순한 정치적 문제가 아니라, 영적인 싸움임을 알았기에 기도를 요청한 것입니다.

 

여기서 ‘순종하지 아니하는 자들’은 단순한 불신자가 아닙니다. 그들은 하나님을 믿는다고 하지만, 복음을 거부하고 그리스도를 메시야로 인정하지 않는 유대인들입니다. 이들은 복음의 전파를 가장 극렬하게 반대했으며, 바울의 사역을 계속해서 방해해왔습니다. 바울은 이 상황을 단순한 논쟁이 아니라, 자신이 죽을 수도 있는 치열한 대립으로 이해했기에, 기도의 싸움을 요청한 것입니다.

 

둘째는 “내가 예루살렘에 대하여 섬기는 일을 성도들이 받게 하고”입니다. 이는 예루살렘에 전달될 구제 헌금 사역에 대한 기도입니다. 당시 이방교회가 모은 연보를 예루살렘 유대인 교회에 전달하는 일은 단지 물질적인 지원을 넘어서, 교회 간의 연합과 신학적 긴장을 푸는 매우 중요한 사건이었습니다. 그러나 유대인 성도들 중에는 이방인 성도들의 도움을 마뜩잖게 여기는 이들이 있었습니다. 바울은 이 헌금이 오해 없이 기쁨으로 받아들여지기를, 그리고 교회가 이 일로 인해 더욱 하나 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이 두 기도 제목은 단순한 필요가 아니라, 복음의 확장과 교회의 일치를 위한 본질적인 기도였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도 기도할 때, 단지 필요만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과 복음의 목적을 중심에 두고 기도해야 합니다. 기도는 우리의 사소한 요청을 들어달라는 말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이 땅에서도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거룩한 협력입니다.

 

하나님의 뜻 안에서 이루어질 복음의 여정

32절에서 바울은 “하나님의 뜻을 따라 기쁨으로 너희에게 나아가 너희와 함께 편히 쉬게 하라”고 말합니다. 그는 모든 계획이 ‘하나님의 뜻’을 따라 이루어지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바울은 자신의 소원과 기대가 있었지만, 그것이 하나님의 뜻과 다를 경우에는 기꺼이 순종할 준비가 되어 있었습니다. 이것이 바로 참된 믿음이며, 사역자의 자세입니다.

 

그는 로마 성도들과 함께 교제하기를, 그리고 그들과 편히 쉬며 영적 위로를 얻기를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바울은 결코 혼자 감당하는 독불장군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동역자와 공동체의 기도를 필요로 했고, 함께 쉼을 누리는 교제를 중요하게 여겼습니다. 복음 사역은 철저한 헌신을 요구하지만, 동시에 신자의 쉼과 회복도 포함합니다. 바울이 ‘기쁨으로’ 가기를 원한 것도, 억지로나 의무감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 안에서 자유롭고 감사함으로 감당하고자 하는 마음이었기 때문입니다.

 

33절에서 바울은 “평강의 하나님께서 너희 모든 사람과 함께 계실지어다 아멘”으로 마무리합니다. 이 축도는 단순한 인사말이 아니라, 하나님의 성품과 임재를 드러내는 고백입니다. 하나님은 ‘평강의 하나님’이십니다. 이 말은 히브리어 ‘샬롬’의 개념을 내포하며, 단순한 평화 상태가 아니라, 관계의 회복과 삶의 충만함을 포함하는 온전한 평강을 의미합니다.

바울은 로마 성도들에게 그 하나님이 ‘함께 계시기를’ 기도합니다. 복음 사역의 고단한 현실, 영적 전투의 긴장 속에서도, 하나님께서 함께 하신다는 사실은 최고의 위로이자 능력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어떤 사역이든, 하나님의 뜻 안에서 감당하며, 기도의 동역자들과 함께 걸어갈 때에, 평강의 하나님께서 우리 가운데 계심을 확신할 수 있습니다.

 

결론

로마서 15장 마지막 단락은 단순한 마무리나 부탁의 말씀이 아닙니다. 이 말씀은 복음 사역의 본질이 얼마나 영적이며, 기도의 동역이 얼마나 절박한지를 보여주는 진지한 호소입니다. 바울은 사명을 따라 달려가되, 공동체의 기도를 요청했고, 하나님의 뜻 안에서 일하며, 그 평강이 모든 성도와 함께 하기를 구했습니다. 오늘 우리 역시 이 복음 사역의 일원으로 부르심을 받았습니다. 이제 우리는 혼자 일하는 사역자가 아니라, 기도하는 교회, 함께 싸우는 공동체로 부르심을 받은 자들입니다. 평강의 하나님께서 우리와 함께 하십니다. 그 하나님을 신뢰하며, 담대히 복음의 길을 걸어가야 할 때입니다.

로마서 15장 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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