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성경/신약로마서

로마서 15:14-29 강해, 복음의 제사장직으로 부름을 받은 자

BibleMeditation 2025. 4. 6. 16:37
반응형

복음의 제사장직에 부름받은 자 – 로마서 15:14-29

하나님의 은혜로 구원받은 우리는 단순히 신앙생활을 잘 해나가는 데에서 멈추는 존재가 아닙니다. 복음은 우리의 존재를 변화시킬 뿐만 아니라, 사명의 방향도 새롭게 세워줍니다. 바울은 로마서를 거의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자신의 사도직에 대해 고백하며, 이방인을 위한 사역을 어떤 자세로 감당해왔는지를 자세히 밝힙니다. 이 말씀은 모든 그리스도인이 복음을 어떻게 대하고, 어떻게 전해야 하는지를 진지하게 성찰하게 만듭니다.

성도 안에 있는 선함과 지식과 권면의 능력

15장 14절에서 바울은 로마 교회 성도들을 향해 이렇게 평가합니다. “내 형제들아 너희가 스스로 선함이 가득하고 모든 지식이 차서 능히 서로 권하는 자임을 나도 확신하노라.” 바울은 로마 성도들의 영적 성숙함을 인정합니다. ‘선함이 가득하다’는 표현은 성령의 열매가 공동체 안에 풍성히 드러나고 있음을 의미하며, ‘모든 지식’은 단순한 지적 정보가 아니라, 복음의 진리에 대한 깊은 이해와 분별력을 가리킵니다.

‘서로 권한다’는 표현은 헬라어 ‘누데테오(νουθετέω)’에서 유래된 것으로, 사랑으로 권면하고 가르치며 훈계하는 것을 뜻합니다. 이 단어는 권위적인 명령이나 단순한 조언이 아니라, 상대의 영혼을 위한 진지한 관심에서 비롯된 권면입니다. 바울은 이러한 권면의 능력이 성도들 가운데 자연스럽게 흘러가고 있음을 기뻐하며, 동시에 자신이 그들에게 쓴 편지가 단지 교정이나 훈계가 아니라는 점을 부드럽게 밝힙니다.

15절과 16절에서 바울은 “내가 너희로 다시 생각나게 하려고 하나님께서 내게 주신 은혜로 말미암아 더욱 담대히 대목을 써서 너희에게 썼노니”라고 말합니다. 그는 자신이 로마 성도들을 전혀 모르는 자가 아니라, 이미 그들 안에 선함과 지식이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하나님의 사명으로 인해 담대히 편지를 썼다고 설명합니다. 여기서 바울은 자신의 사역이 ‘하나님께서 주신 은혜’라는 점을 반복해서 강조합니다. 사역은 자기 의지나 열정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전적으로 하나님의 부르심과 위임에서 시작되는 것입니다.

그는 자신을 “이방인을 위하여 그리스도 예수의 일꾼이 되어 하나님의 복음의 제사장 직무를 하게 하사”라고 소개합니다. 여기서 ‘일꾼’은 헬라어 ‘레이투르고스(λειτουργός)’로, 성전에서 제사 직무를 감당하는 공적인 사역자를 의미합니다. 또한 ‘제사장 직무’라는 표현은 구약의 제사장이 제물을 하나님께 드리는 것처럼, 바울은 복음을 전하고 이방인을 믿음으로 이끄는 사역이 마치 하나님께 제물을 바치는 영적 제사라고 말합니다. 이는 매우 독특하고 깊은 신학적 표현입니다. 즉, 전도와 선교는 단순히 사람을 늘리는 행위가 아니라, 하나님의 영광을 위한 제사 행위이며, 믿음을 가진 이방인들은 하나님께 바쳐진 산 제물이라는 것입니다.

그리스도께서 이루신 일을 자랑하라

17절부터 19절까지 바울은 자신의 사역에 대한 자랑을 이야기하지만, 그것은 자기의 공로를 드러내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그는 “그러므로 내가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하나님의 일에 대하여 자랑하는 것이 있거니와”라고 말하며, 모든 자랑의 초점이 그리스도께 있다고 밝힙니다. 여기서 ‘자랑’은 헬라어 ‘카우카오마이(καυχάομαι)’인데, 자신의 위대함을 드러내는 교만한 자랑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하신 일을 드러내는 거룩한 자부심을 뜻합니다.

바울은 자기가 복음을 전할 때 말과 행위로, 표적과 기사로, 성령의 능력으로 역사했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이는 그가 단지 말 잘하는 설교자가 아니라, 실제로 하나님의 능력이 동반된 복음 사역자였음을 증거합니다. 특히 “성령의 능력으로 이루었다”는 표현은 그 사역이 전적으로 인간의 열심이 아니라 하나님의 임재와 도우심으로 이루어졌음을 시사합니다.

그는 자신이 예루살렘에서 일루리곤까지 ‘그리스도의 복음을 편만하게 전하였다’고 말합니다. 이 ‘편만하게’라는 표현은 지역적으로 넓은 범위를 의미할 뿐 아니라, 복음의 전파가 충만하고 체계적으로 이루어졌음을 나타냅니다. 바울은 단지 복음을 전했다는 것이 아니라, 철저한 헌신과 분명한 방향을 따라 사역했다는 점을 분명히 합니다.

20절에서 바울은 “그리스도의 이름을 부르지 않은 곳에 복음을 전하기를 힘썼다”고 말합니다. 이 말씀은 그의 선교 전략이 단순히 쉬운 길을 택하는 것이 아니라, 아직 복음이 전해지지 않은 미전도 지역을 목표로 삼았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그는 교회를 세우고, 다시 그 교회를 통해 복음이 전파되도록 하는 ‘개척 중심’의 사역 철학을 가졌습니다. 이는 현대 선교 전략에서도 매우 중요한 원리로 평가됩니다.

21절에서 그는 이사야 52장을 인용하며 “그에게 전하지 않은 자들이 볼 것이요 듣지 못한 자들이 깨달으리라”고 말합니다. 이는 메시아의 고난과 영광이 이방인에게까지 확장될 것이라는 예언의 성취로, 자신의 사역이 단지 개인의 사명이 아니라 하나님의 구속사적 계획 속에 있다는 확신을 반영합니다.

복음의 사역에는 교제와 연합이 동반됩니다

22절부터 바울은 이제 좀 더 개인적인 이야기로 흐름을 전환합니다. 그는 “그러므로 또한 내가 너희에게 가려 하던 것이 여러 번 막혔더니”라고 말하면서, 로마 교회를 직접 방문하지 못했던 이유를 설명합니다. 그 이유는 복음을 전해야 할 미전도 지역이 많았기 때문이며, 이는 그의 사역 우선순위가 분명했음을 보여줍니다. 그는 이미 복음이 전파된 지역에 안주하지 않고, 아직도 그리스도의 이름을 듣지 못한 이들에게 집중해왔던 것입니다.

그러나 이제는 그의 사역이 어느 정도 완성되었고, 로마를 방문할 기회가 가까워졌다고 말합니다. 그는 단순한 방문자가 아니라, 장차 스페인으로 가는 선교 여정의 중간 기착지로 로마를 바라봅니다. 이는 바울이 단지 교회를 돌아보는 차원이 아니라, 로마 교회를 전략적 파트너로 여기고 있었다는 사실을 드러냅니다.

바울은 25절에서 예루살렘으로 가는 이유를 설명합니다. 그것은 성도들을 위한 구제를 위한 것이었습니다. 마게도냐와 아가야 교회가 기꺼이 예루살렘의 가난한 성도들을 위해 헌금했다는 것입니다. 바울은 이 이방인의 연보를 영적 빚을 갚는 행위로 해석합니다. 이방인이 영적인 복을 유대인으로부터 받았으니, 육적인 것으로 섬기는 것이 당연하다는 논리입니다. 이는 교회 간의 교제가 단순한 물질적 나눔이 아니라, 복음 안에서 하나 된 공동체의 증거임을 보여줍니다.

29절에서 바울은 로마에 갈 때 “그리스도의 충만한 복을 가지고 갈 줄을 아노라”고 고백합니다. 이 고백은 단순한 기대가 아니라 확신입니다. 그는 자신의 여정과 사역 가운데 그리스도의 충만함이 함께할 것을 믿었습니다. 이 확신은 바울 개인의 신앙을 넘어서, 모든 복음 사역자에게 필요한 믿음의 고백입니다. 그리스도의 복음은 단순한 교리가 아니라, 능력이고 생명이며, 충만함으로 공동체를 채우는 하나님의 선물입니다.

결론

로마서 15:14-29은 단지 바울의 사역 보고가 아닙니다. 이 본문은 복음을 맡은 자가 어떤 태도로 사역을 감당해야 하는지, 그리고 그 복음이 어떻게 공동체를 세우고 열방을 향해 나아가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살아있는 교과서입니다. 바울은 복음의 제사장으로 자신을 헌신하였고, 미전도 지역을 향한 열정으로 사역의 우선순위를 정했으며, 성도 간의 교제를 통해 교회를 하나 되게 했습니다. 우리도 이 복음을 맡은 자로서, 하나님의 은혜에 힘입어 세상을 향해 담대히 나아가야 합니다. 복음은 여전히 살아 있으며, 오늘도 하나님의 충만함으로 우리의 삶과 교회를 채워가고 있습니다.

로마서 15장 구조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