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성경/신약로마서

로마서 15:1-6 강해, 약한 자의 짐을 함께 지는 복음 공동체

BibleMeditation 2025. 4. 6.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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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한 자의 짐을 함께 지는 복음 공동체 – 로마서 15:1-6

그리스도인의 삶은 개인적인 경건을 넘어서 공동체 안에서 구체적인 실천으로 이어져야 합니다. 바울은 로마서 15장에서 복음의 능력이 어떻게 공동체를 하나 되게 하며, 그 안에서 강한 자와 약한 자가 서로를 어떻게 섬겨야 하는지를 매우 실제적으로 권면합니다. 이 본문은 단순한 도덕적 교훈이 아니라, 복음이 교회 안에서 어떻게 육화되는지를 보여주는 신학적 메시지입니다. 오늘 본문을 통해 우리는 성숙한 믿음이 어떤 방향을 가져야 하는지를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강한 자의 책임과 그리스도의 모범

바울은 15장 1절에서 “우리 강한 자가 마땅히 연약한 자의 약점을 담당하고 자기를 기쁘게 하지 아니할 것이라”고 선언합니다. 여기서 ‘강한 자’란 단지 신앙의 연륜이 많거나 지식이 많은 자가 아니라, 복음에 대한 이해가 깊고 자유에 대한 바른 태도를 가진 이들을 가리킵니다. 반면 ‘연약한 자’는 구약 율법이나 전통에 대한 의존이 강해 자유를 누리지 못하는 자들입니다. 바울은 그런 연약한 자들을 향한 태도에서 신앙의 진정한 성숙이 드러난다고 말합니다.

‘담당하다’는 말은 헬라어 ‘바사조(βαστάζω)’인데, 이는 누군가의 짐을 대신 들어주거나 함께 짊어지는 행위를 의미합니다. 여기서 우리는 그리스도인의 자유는 남용되는 것이 아니라, 연약한 자를 위해 사용되어야 함을 알게 됩니다. 단지 불편함을 감수하는 정도가 아니라, 기꺼이 희생하고 감내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바울은 그리스도인의 삶은 자기 자신을 기쁘게 하는 것이 아니라, ‘형제를 기쁘게 하며 선을 이루고 덕을 세우는’ 삶이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2절). 이는 단순히 타인의 기분을 맞추라는 뜻이 아니라, 그의 유익을 위해 행동하며 그리스도 안에서 성숙하도록 세워주는 실천을 의미합니다. ‘덕을 세운다’는 말은 헬라어 ‘오이코도메(οἰκοδομή)’에서 나왔는데, 이는 건물을 세우듯 사람의 신앙을 세워나가는 적극적인 행동을 뜻합니다. 다시 말해, 성숙한 자는 자신의 자유를 포기할 줄 아는 자이며, 그로 인해 공동체가 더욱 견고히 서게 되는 것입니다.

그리스도께서 우리에게 보여주신 모범은 이 자기부인의 극치입니다. 3절에 바울은 “그리스도께서 자기를 기쁘게 하지 아니하셨나니”라고 말하며, 시편 69편을 인용하여 “주의 비방하는 자들의 비방이 내게 미쳤나이다”라고 밝힙니다. 이 시편은 메시아의 고난을 예언한 말씀인데, 예수님께서 비방과 조롱을 당하셨음에도 불구하고 기꺼이 십자가를 지셨다는 점을 부각시킵니다. 즉, 복음은 자기 자신을 위한 만족이 아니라, 타인을 위한 희생이라는 원리 위에 세워진 진리입니다.

성경이 주는 위로와 소망

바울은 4절에서 중요한 성경 해석 원리를 소개합니다. “무엇이든지 전에 기록된 바는 우리의 교훈을 위하여 기록된 것이니”라는 말씀은, 구약 성경이 단지 과거 이스라엘의 역사나 유대인의 유산이 아니라, 오늘 우리를 위한 살아있는 하나님의 말씀임을 분명히 합니다. 그는 성경을 통해 ‘인내’와 ‘위로’를 얻게 된다고 말합니다. 여기서 ‘인내’(ὑπομονή, 휘포모네)는 단순히 참는 것이 아니라, 고난 속에서도 믿음을 지키며 견디는 능력을 의미합니다. ‘위로’(παράκλησις, 파라클레시스)는 단지 위안을 주는 차원을 넘어서, 마음을 강하게 세우고 용기를 북돋우는 영적 격려를 뜻합니다.

성경은 단지 정보를 전달하는 책이 아닙니다. 그 말씀은 고난 중에 있는 자들에게 위로가 되고, 방향을 잃은 이들에게 소망의 빛을 비춰줍니다. 바울은 성경을 통해 우리 안에 ‘소망’이 생긴다고 말합니다. 이 소망은 단순한 낙관이 아니라, 하나님의 언약과 성취를 믿는 신실한 확신입니다. 그러므로 공동체의 연약한 자들을 품고 인내하며, 그들과 함께 성경을 붙잡고 걸어가는 일은 단지 인간적인 도덕이 아니라, 말씀을 믿는 자에게 주어진 본질적인 사명입니다.

여기서 바울은 단순히 개개인의 유익이나 만족이 아니라, 공동체 전체의 영적 유익을 강조합니다. 성경은 공동체를 세우는 도구이며, 그 가운데 하나님은 위로와 인내를 공급하셔서 모두가 한 방향으로 나아가게 하십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연약한 자의 짐을 지고, 자기 자신을 기쁘게 하지 않으며, 말씀 위에 서는 삶을 살게 될 때, 교회는 분열이 아니라 하나 됨의 길로 나아가게 됩니다.

한 마음과 한 입으로 하나님을 영화롭게 하라

바울은 5절과 6절에서 공동체의 일치에 대해 기도하는 듯한 형식으로 말을 이어갑니다. “이제 인내와 위로의 하나님이 너희로 그리스도 예수를 본받아 서로 뜻이 같게 하여 주사”라는 표현은 단순한 권면이 아니라 간절한 기도의 형태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여기서 ‘뜻이 같게 한다’는 표현은 단순한 생각의 일치를 넘어서, 마음의 방향과 목적이 하나가 되는 상태를 가리킵니다.

하나님의 뜻은 교회 공동체가 그리스도를 본받아 하나 되는 것입니다. 다양한 배경, 신앙 수준, 문화적 차이를 넘어서, 예수 그리스도의 마음을 품고 서로를 대할 때, 공동체는 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목적은 단 하나입니다. “한 마음과 한 입으로 하나님 곧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아버지께 영광을 돌리게 하려 하심이라.” 바울은 교회의 일치가 단지 화목한 관계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결국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열매로 이어져야 함을 강조합니다.

‘한 마음’과 ‘한 입’은 예배 공동체로서의 교회의 본질을 드러냅니다. 공동체가 하나 되지 않으면, 하나님께 드리는 찬양도 분열되고 맙니다. 하나님은 성도 개인의 신앙뿐 아니라, 공동체 전체의 예배를 기뻐하십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연약한 자를 품고, 그리스도의 마음을 본받아 서로 뜻을 같이하고, 한 마음으로 하나님을 예배할 때, 비로소 교회는 하나님이 원하시는 모습으로 세워져 가는 것입니다.

이 일은 인간의 노력만으로 되는 것이 아닙니다. 바울이 ‘인내와 위로의 하나님’이라고 하나님을 호칭하는 것도, 공동체의 일치를 가능하게 하시는 분이 바로 하나님 자신임을 인정하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할 일은 순종하고 사랑하며 복음의 진리를 삶으로 실천하는 것이고, 하나님은 그 순종 가운데 한 마음을 주시고, 한 입의 찬양이 나오도록 은혜를 베푸시는 분이십니다.

결론

로마서 15장 1절부터 6절은 복음이 가져오는 공동체적 실천의 본질을 드러냅니다. 신앙의 성숙은 지식이나 자유의 누림에 있지 않고, 약한 자를 품고 세우는 데 있습니다. 성경은 우리에게 인내와 위로를 주고, 공동체는 그 말씀 위에서 하나 되어 하나님을 찬양하는 자리가 되어야 합니다. 그리스도를 본받는다는 것은 곧 자기 부인을 통해 형제를 살리는 삶을 살아가는 것입니다. 복음은 단순한 개인의 변화로 그치지 않습니다. 복음은 공동체를 새롭게 하고, 우리를 통해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나게 합니다. 이 복음의 능력이 오늘 우리의 삶에도 뿌리내리길 간절히 소망합니다.

로마서 15장 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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