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서 14:1-12 강해, 주 안에서 함께 서라
주 안에서 함께 서기 위하여
우리는 믿음의 여정을 걸으며 다양한 신앙의 색깔과 깊이를 가진 형제자매들과 함께 살아갑니다. 바울 사도는 로마 교회를 향하여 신앙 안에서 서로 다른 판단을 가진 이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에 대해 깊이 있는 권면을 전합니다. 본문은 단순한 개인의 신앙생활에 대한 조언이 아니라, 복음의 본질과 교회의 일치에 대한 신학적 통찰을 담고 있습니다. 오늘 우리는 로마서 14장 1절부터 12절까지의 말씀을 통해 믿음의 공동체 안에서 서로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를 살펴보고자 합니다.
[성경본문] 1 믿음이 연약한 자를 너희가 받되 그의 의견을 비판하지 말라 2 어떤 사람은 모든 것을 먹을 만한 믿음이 있고 믿음이 연약한 자는 채소만 먹느니라 3 먹는 자는 먹지 않는 자를 업신여기지 말고 먹지 않는 자는 먹는 자를 비판하지 말라 이는 하나님이 그를 받으셨음이라 4 남의 하인을 비판하는 너는 누구냐 그가 서 있는 것이나 넘어지는 것이 자기 주인에게 있으매 그가 세움을 받으리니 이는 그를 세우시는 권능이 주께 있음이라 5 어떤 사람은 이 날을 저 날보다 낫게 여기고 어떤 사람은 모든 날을 같게 여기나니 각각 자기 마음으로 확정할지니라 6 날을 중히 여기는 자도 주를 위하여 중히 여기고 먹는 자도 주를 위하여 먹으니 이는 하나님께 감사함이요 먹지 않는 자도 주를 위하여 먹지 아니하며 하나님께 감사하느니라 7 우리 중에 누구든지 자기를 위하여 사는 자가 없고 자기를 위하여 죽는 자도 없도다 8 우리가 살아도 주를 위하여 살고 죽어도 주를 위하여 죽나니 그러므로 사나 죽으나 우리가 주의 것이로다 9 이를 위하여 그리스도께서 죽었다가 다시 살아나셨으니 곧 죽은 자와 산 자의 주가 되려 하심이라 10 네가 어찌하여 네 형제를 비판하느냐 어찌하여 네 형제를 업신여기느냐 우리가 다 하나님의 심판대 앞에 서리라 11 기록되었으되 주께서 이르시되 내가 살았노니 모든 무릎이 내게 꿇을 것이요 모든 혀가 하나님께 자백하리라 하였느니라 12 이러므로 우리 각 사람이 자기 일을 하나님께 직고하리라
연약한 자를 용납하되 판단하지 말라
바울은 본문 1절에서 "믿음이 연약한 자를 너희가 받되 그의 의견을 비판하지 말라"라고 말합니다. 여기서 ‘받다’라는 헬라어 단어는 ‘프로슬람바노(προσλαμβάνω)’인데, 단순히 받아들이는 것을 넘어 따뜻하게 맞이하고 환대하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바울은 신앙의 강한 자들이 연약한 자들을 ‘교정’하거나 ‘판단’의 대상으로 보지 말고, 오히려 사랑으로 품으라고 강조합니다.
믿음이 연약하다는 것은 단순히 신앙이 부족하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당시 유대적 전통을 가진 그리스도인들은 특정한 날을 지키거나 음식에 대해 구약의 율법을 따르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반면 이방 출신의 성도들은 자유함 가운데 그와 같은 구속에서 벗어나 있었습니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다름’이지 ‘잘못됨’이 아닙니다. 하지만 이 다름이 판단과 정죄로 이어질 때, 교회는 분열을 맞게 됩니다.
바울은 단호히 말합니다. 누가 어떤 음식을 먹고 안 먹는지는 그 사람의 주님과의 관계 안에서 결정되는 문제입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다른 사람의 신앙 방식을 보며 쉽게 판단하거나 무시해서는 안 됩니다. 오히려 우리 모두가 하나님 앞에서 살아가는 자들이며, 주께서 그들을 세우신다고 선포합니다. 이는 교회가 인간의 규정과 잣대가 아니라, 오직 하나님의 은혜와 주권으로 서 있다는 것을 드러냅니다.
주를 위한 삶, 주를 위한 죽음
본문 7절부터 9절은 매우 중요한 신학적 진술을 담고 있습니다. “우리 중에 누구든지 자기를 위하여 사는 자가 없고 자기를 위하여 죽는 자도 없도다”라는 말씀은, 그리스도인의 삶 전체가 오직 주님께 속해 있음을 고백하는 선언입니다. 이 말씀은 단순히 신앙생활의 태도를 넘어, 존재의 근거와 목적을 ‘자기’에서 ‘주님’께로 돌리는 결정적인 전환을 의미합니다.
‘사는 것도 죽는 것도 주를 위하여’라는 고백은 고린도전서 6장 19-20절의 말씀, 즉 “너희는 너희 것이 아니라 값으로 산 것이 되었으니 그런즉 너희 몸으로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라”는 바울의 가르침과도 맥을 같이 합니다.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의 죽으심과 부활로 말미암아 그분의 소유가 되었습니다. 따라서 나의 선택과 삶의 방식이 주님의 주권 아래 있다는 인식은, 신앙의 본질이 ‘자기 만족’이 아닌 ‘주를 기쁘시게 하는 것’임을 일깨워줍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누군가가 특정한 날을 중요하게 여기거나 어떤 음식을 피하는 이유가 그가 ‘주를 위하여’ 하고 있는 것이라면, 우리는 그 신앙의 태도를 존중해야 합니다. 바울은 “그가 먹는 자도 주를 위하여 먹고 하나님께 감사하며, 먹지 않는 자도 주를 위하여 먹지 아니하며 하나님께 감사하느니라”고 말하며, 그들의 동기를 중심으로 평가하라고 합니다. 결국 기준은 ‘주님을 향한 태도’이지, 인간의 관습이나 외형적인 행동이 아닙니다.
하나님의 심판대 앞에 서게 될 우리
본문 10절에서 바울은 “네가 어찌하여 네 형제를 비판하느냐”고 묻습니다. 이 말은 단순한 훈계가 아니라, 종말론적 경고를 담고 있습니다. “우리가 다 하나님의 심판대 앞에 서리라”는 말씀은 종말론적 관점에서 각자의 행위에 대한 책임이 자신에게 있다는 것을 분명히 합니다. ‘심판대’로 번역된 헬라어 ‘베마(βῆμα)’는 당시 재판석 혹은 공식 판결을 내리는 장소를 의미하는데, 여기서 바울은 궁극적인 판단은 인간이 아니라 하나님께 속해 있음을 강조합니다.
11절에 인용된 이사야 45장 23절의 말씀, “내가 살았노니 모든 무릎이 내게 꿇을 것이요 모든 혀가 하나님께 자백하리라”는 구절은 하나님의 절대적인 주권 앞에서 모든 인류가 고백하게 될 날을 상기시킵니다. 이는 필연적으로 ‘내가 누구를 판단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으로 이어집니다. 내가 판단의 주체가 아니라 피조물일 뿐이라면, 다른 이들을 정죄하는 일은 하나님 자리를 침범하는 교만이 됩니다.
12절에서 바울은 결론적으로 말합니다. “이러므로 우리 각 사람이 자기 일을 하나님께 직고하리라.” 즉, 신앙은 철저히 개인적인 책임이 따르는 영역이며, 그 책임은 공동체 안에서의 균형과 존중을 통해 드러나야 합니다. 우리는 서로를 변화시키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 서로를 사랑하고 용납함으로 그리스도의 몸을 이루는 존재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각자의 방식으로 주님을 섬기는 이들을 판단하기보다는, 각자 주님 앞에서 신실하도록 자신을 돌아보아야 합니다.
결론
로마서 14:1-12은 단순히 신앙의 다양성을 인정하라는 수준을 넘어서, 복음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다시금 상기시켜 줍니다. 우리는 모두 주님의 것이다. 그 주님이 우리를 받아 주셨고, 그분의 심판대 앞에 함께 설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삶은 언제나 ‘주를 위하여’라는 동기로 이끌려야 하며, 형제를 판단하는 자리보다는 사랑과 인내로 용납하는 자리에 있어야 합니다. 복음은 우리가 서로 다른 배경과 신앙의 습관을 넘어, 주 안에서 한 몸을 이루게 하는 능력입니다. 하나님 앞에서 각자가 신실하게 살아가는 것, 그것이 진정한 믿음의 공동체를 세우는 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