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성경/신약로마서

로마서 13:12,14 강해, 빛의 옷, 그리스도로 입는 삶

BibleMeditation 2025. 4. 4.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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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옷, 그리스도로 입는 삶

사람은 누구나 날마다 옷을 입습니다. 날씨에 따라, 장소에 따라, 만남의 성격에 따라 우리는 옷을 고르고 입습니다. 옷은 단순히 몸을 가리는 기능을 넘어서, 나의 정체성을 드러내고 태도를 표현하며 삶의 방향을 반영하는 상징입니다. 성경은 이런 옷의 기능을 신앙과 연결지어 반복적으로 말씀합니다. 오늘 본문 로마서 13장 12절과 14절은 우리에게 “빛의 갑옷을 입자”(12절), “주 예수 그리스도로 옷 입고”(14절)라고 권면합니다. 단순히 거룩하게 살라는 추상적 요청이 아닙니다. 바울은 '옷'이라는 일상적이며 상징적인 개념을 통해, 구원받은 성도가 어떤 자세로 이 세상을 살아가야 하는지를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옷은 정체성을 드러내는 상징입니다

바울은 “어둠의 일을 벗고 빛의 갑옷을 입자”(13:12)고 말하며, ‘옷을 벗고 입는’ 행위를 신앙적 삶의 전환으로 설명합니다. 고대 사회에서 옷은 단순한 생활 필수품이 아니라, 신분과 정체성의 상징이었습니다. 왕은 왕의 옷을 입고, 제사장은 제사장의 옷을 입으며, 군인은 갑옷으로 무장했습니다. 누가 어떤 옷을 입느냐는 그 사람의 존재를 말해주는 중요한 표식이었습니다. 그렇다면 그리스도인인 우리는 어떤 옷을 입어야 하겠습니까?

 

바울은 먼저 ‘어둠의 일을 벗으라’고 명령합니다. 여기서 '벗다'는 헬라어 ἀποτίθημι(apotithēmi)는 의도적으로 버리다, 제거하다라는 뜻을 가집니다. 더 이상 이전의 삶의 방식, 죄악된 습관, 세속적인 욕망에 묶인 상태로 머물 수 없다는 단호한 단절입니다. 이는 단지 나쁜 행동을 삼가는 수준이 아니라, 정체성의 전환을 의미합니다.

 

우리가 세상 속에서 입어왔던 옷은 어떤 것이었습니까? 자존심이라는 외투, 탐욕이라는 장신구, 음란과 다툼이라는 오염된 옷감으로 엮어진 옷이 아니었습니까? 그런 옷을 입은 채로는 하나님의 영광 앞에 설 수 없습니다. 그래서 바울은 그 옷을 과감히 벗어버리고, 새로운 옷을 입으라 명령합니다. 그것이 바로 '빛의 갑옷'입니다.

 

빛의 갑옷은 영적 전투의 준비입니다

바울은 단지 '빛의 옷'이 아니라, '빛의 갑옷'을 입으라 말합니다. 이 갑옷이라는 표현은 영적 전투를 전제합니다. 성도의 삶은 전쟁입니다. 우리는 매일 죄와 싸우고, 육신의 정욕과 맞서며, 세상의 유혹과 싸웁니다. 그리고 이 전투에서 우리는 무방비로 나설 수 없습니다. 반드시 무장을 해야 하고, 그것이 곧 ‘빛의 갑옷’을 입는 일입니다.

 

‘갑옷’은 방어와 공격을 위한 장비입니다. 에베소서 6장에 보면 바울은 하나님의 전신 갑주를 언급하며, 진리의 허리띠, 의의 흉배, 믿음의 방패, 구원의 투구, 성령의 검으로 무장할 것을 명령합니다. 이는 단지 도덕적 행실이 아니라, 복음의 진리를 마음에 품고 살아가는 전인격적 자세를 의미합니다.

 

‘빛의 갑옷’은 어둠과 반대되는 삶의 방향입니다. 어둠의 일은 사람들의 눈을 피해서 이루어지는 감추어진 죄악이며, 빛의 삶은 모든 것이 드러나고 투명한 삶입니다. 음란, 탐욕, 다툼, 시기, 술취함, 방탕함은 모두 어둠의 옷입니다. 그러나 진실함, 절제, 겸손, 자비, 용서는 빛의 갑옷입니다. 이 갑옷을 입는다는 것은 그리스도의 성품을 적극적으로 삶 속에 구현하며, 죄를 피하고 선을 행하는 데 헌신하는 삶의 태도입니다.

 

그리고 바울은 이 갑옷을 ‘입자’라고 명령합니다. 헬라어 ἐνδυσώμεθα(endusōmetha)는 '의도적으로 입다', '덧입다'는 의미입니다. 성도는 날마다의 삶 속에서 선택적으로 이 갑옷을 입어야 합니다. 자동적으로 입혀지는 것이 아니라, 날마다의 결단과 순종으로 선택되는 것입니다. 오늘도 우리는 무엇을 입고 살아갈 것인지 결정해야 합니다. 주어진 하루의 시작은 바로 이 옷장에서 출발합니다. 세상의 옷을 입고 나갈 것인가, 빛의 갑옷을 입고 나설 것인가.

 

그리스도로 옷 입는다는 것은 무엇인가

14절은 우리에게 한 걸음 더 나아가 ‘주 예수 그리스도로 옷 입으라’고 말합니다. 여기서 바울은 그리스도인이 입어야 할 가장 완전한 옷이 무엇인지 선언합니다. 바로 그리스도 자신입니다. 이것은 상징이 아닙니다. 이것은 정체성의 선언이며, 믿음의 중심입니다. 우리가 날마다 입어야 할 옷은 그리스도입니다. 그분의 성품, 그분의 인격, 그분의 삶의 방식, 그분의 복음 자체입니다.

 

갈라디아서 3장 27절에서도 바울은 “그리스도와 합하여 세례를 받은 자는 그리스도로 옷 입었느니라”고 말합니다. 이는 단지 신분상의 변화를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실제로 그리스도의 생각과 마음과 방향이 우리의 삶 속에 스며들도록 하는 전인격적 변화입니다. 그리스도로 옷 입는다는 것은, 이제 나의 이름으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살아가는 것입니다. 내 자아가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 계신 그리스도가 드러나는 삶을 의미합니다.

 

옷은 늘 외부에서 먼저 보입니다. 사람들은 내 속사정보다 먼저 내가 입은 옷을 봅니다. 우리가 그리스도로 옷 입는다는 것은, 세상이 우리를 볼 때 곧 그리스도를 보게 된다는 뜻입니다. 우리가 하는 말, 행동, 관계 속에서 그리스도의 향기와 성품이 나타날 때, 그것이 바로 복음의 증거가 됩니다.

 

그래서 바울은 “정욕을 위하여 육신의 일을 도모하지 말라”고 덧붙입니다. 여기서 ‘도모하다’는 헬라어 προνοεῖσθε(pronoēsthe)는 계획하고 준비하다, 계산하다라는 뜻입니다. 이는 죄는 단지 순간의 실수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계획과 유혹, 마음속 갈망이 축적될 때 터진다는 경고입니다. 바울은 단지 죄를 피하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아예 정욕을 위한 사전 계획 자체를 하지 말라고 강력히 경고합니다. 왜냐하면 그리스도로 옷 입은 자는 더 이상 자신을 위한 삶을 설계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는 매일 그리스도를 따라 살아가야 할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결론

로마서 13장 12절과 14절은 성도의 삶의 정체성과 방향성을 ‘옷’이라는 상징을 통해 선명하게 보여줍니다. 우리는 더 이상 어둠의 옷을 입고 살아갈 수 없습니다. 그 옷은 벗어야 하며, 대신 빛의 갑옷을 입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 갑옷은 곧 주 예수 그리스도 자신입니다. 우리가 그리스도로 옷 입는다는 것은, 단지 교회 다니는 외형이 아니라, 내 삶 전체가 그리스도의 성품과 복음의 빛으로 가득 찬 삶이 되는 것입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오늘도 여러분은 어떤 옷을 입고 계십니까? 죄의 잔재를 품은 옛 옷입니까, 아니면 그리스도의 향기와 진리로 무장된 빛의 갑옷입니까? 이제는 주 예수 그리스도로 옷 입는 삶을 선택하십시오. 그 옷은 결코 낡지 않으며, 그 어떤 세상의 패션보다도 영광스럽고 빛나는 생명의 옷입니다.

로마서 13장 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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